오늘 읽기 2019.2.7.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글·채유담 그림, 온다프레스, 2019.1.3.



우체국을 들르고 저자마실을 하려고 읍내를 다녀오니 ㅇ이라는 곳에서 전화가 온다. 이들은 내 사진을 나 몰래 썼고, 저작권표시조차 안 했다. 그러나 좋은 뜻에서 그 사진을 썼다는 말만 편다. 거꾸로 생각하자. 아무나 좋은 뜻에서 ㅇ매체 사진이나 글을 몰래 가져다써도 될까? 좋은 뜻이라면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값을 하나도 안 치를 뿐 아니라 저작권이란 없어도 되는 셈일까? 지난달에 수원 ‘마그앤그래’에서 장만한 《북한 여행 회화》를 읽는다. 책이름은 “여행 회화”이지만, 북녘말을 북녘이란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북녘 살림을 고스란히 담아서 쓰는 말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웃 고장 살림말 배우기’라 할 만하다. 꼭 나들이를 갈 적만이 아니라, 여느 때에도 이웃살림을 헤아리는 눈길이라면 전라말도 경상말도 강원말도 경기말도 다 사랑스럽다. 뭉뚱그리는 한국말이 아닌 ‘고장 숨결에 묻어나는 말’이다. 그나저나, 훔친 쪽이 훔친 줄 못 느끼거나 안 느낀다면, 그들하고는 ‘같은 한국말’을 쓰는 삶이 아니란 뜻일 테지. 마음을 안 읽고 삶과 살림을 못 읽는다면, 무늬로는 한글이어도 먼먼 별나라 사람인 셈이다. ‘소시지’를 ‘고기떡’으로 옮긴 눈썰미가 참 알뜰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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