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5.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재연 글·그림, 소동, 2019.1.26.



그림이란 얼마나 놀라운지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달래고 눈부시게 빛내는 이음돌이 되곤 한다. 연필로 그리든 크레파스로 그리든 매한가지이다. 손가락으로 하늘에 대고 그리든, 나뭇가지로 흙바닥을 긁든 똑같다. 그림이란 마음꽃일는지 모른다. 글이란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생각을 활짝 틔우면서 반짝반짝 별빛이 되곤 한다. 글판을 두들기든 종이에 끄적이든 마찬가지이다. 두 눈으로 가슴에 그리든,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살살 적든 언제나 같다.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이부자리에 모로 누워서 읽는다. 아침 일을 하고서, 빨래를 마치고서, 밥을 지어 아이들한테 차려 주고서, 등허리를 홀로 토닥토닥하면서 천천히 넘긴다. 할머니가 빚은 그림은 예술가란 분이 빚은 그림하고 사뭇 다르다. 남한테 보여주려는 그림이 아닌, 스스로 즐겁게 살아낸 하루를 담은 그림이다. 붓솜씨를 뽐내려는 그림이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살붙이랑 동무랑 이웃을 기쁘게 담은 그림이다. 모름지기 모든 그림이 처음에는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그림이 아니라, 저마다 살림을 지으면서 사랑하는 삶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가 활짝활짝 피어난 그림이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