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4.


《힘내라 진달래》

노회찬 글, 사회평론, 2004.10.25.



설을 앞두니 시골이 북새통이다. 그 조용하던 곳마다 자동차로 붐빈다. 마을 어디나 시끌벅적하다. 이런 모습을 보기좋다고 여기는 눈이 있는데, 나는 한 가지를 생각한다. ‘서울에서 들고 온 쓰레기는 시골에 버리지 말고 서울로 가져가십시오’ 해거름에 아이들하고 책숲집에 가서 책시렁을 갈무리하다가 《힘내라 진달래》가 보여서 집어든다. 2004년에 처음 나왔으니 열다섯 해를 묵었네. 집으로 돌아와서 마저 읽으며 돌아보니, 어느새 낡은 길이 된 얘기가 있고, 아직 거듭나야 할 길이 있다. 지난 열다섯 해 사이에 우리 눈은 얼마나 새롭게 피어났을까? 우리는 얼마나 민주스럽거나 평화스러운 살림을 가꿀까? 떠난 분은 이녁 글을 갈무리할 수 없으나, 남은 이가 이녁 글을 갈무리해서 새로운 책이 두 가지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책으로 묶인다. 어떤 이야기가 남길 만한지, 어떤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지 헤아려 본다. 설에 시골에 찾아온 서울내기는 밤나절에 폭죽을 터뜨리던데, 시골 밤하늘을 폭죽질로 물들이는 손길이나 눈길, 이 시끄러운 마음길도 진달래 봉오리를 알아보기를 빈다. 곧 진달래가 핀다. 봄까지꽃은 벌써 피었고, 매화 봉오리도 굵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