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이틀을 바깥에서 묵고 사흘 동안 바깥일을 하고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시외버스에서 무릎셈틀을 켜서 쓴 글을 누리집에 올리고서 쉴까 했지만 손목이며 팔뚝에 힘이 없어 차마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손목이랑 팔뚝으로 개수대에 가득한 설거지는 했고 부엌을 비로 찬찬히 쓸었다. 글을 쓰는 몸하고 부엌일을 하는 몸은 다르네. 자리에 눕기 앞서 며칠 사이에 하고 겪고 느끼고 배우고 받아들인 이야기를 곁님한테 짤막히 들려주려 했는데, 그만 네 시간이나 부엌에 나란히 앉았네. 고단해 쓰러지려고 하는 몸이랑, 이야기꽃을 펴는 몸도 다르네. 어쩜 이렇게 다를까. 같은 몸이면서 다른 몸이다. 다른 몸이면서 같은 몸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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