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울 수 있는가



나는 아직 따로 글쓰기 강의를 다니지는 않는다. 누가 우리 책숲집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적에, 또 다른 여러 일로 다른 고장에 강의를 갈 적에, 이웃님이 여쭈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최종규 씨는 어떻게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날마다 그 많은 글을 다 쓰나요?” 하고 으레 물으면 다음처럼 대꾸를 한다. 


“저는 저 스스로 사랑하고 싶어서 삶을 배우는 길에 문득 책이 얼마나 깊고 푸른 숲이면서 바람을 고이 품는가 하고 스스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때가 열여섯 살인가 열일곱 살이에요. 그때 그 눈물이 샘솟는 기쁨을 날마다 맛보고 싶어서 날마다 참으로 숱한 책을 읽고, 그렇게 읽은 책 못지않은 부피로 글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껏 똑같은 글을 쓴 적이 없어요. 늘 새롭다 싶은 이야기하고 줄거리로 글을 써요. 저 스스로 돌아보지요. 어떻게 나는 이틀이나 사흘 만에 책 하나 부피가 될 만한 글을 스물 몇 해째 날마다 쓸 수 있는가 하고요. 

저 스스로 마음에 물어보면 언제나 한 가지 대꾸가 흘러나와요. ‘너 있잖아, 네가 쓴 글을 네가 읽고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니? 너 말이야, 네가 쓴 글을 너 스스로 읽으면서 깔깔깔 까르르 하하하 호호호 웃을 수 있니?’ 

이웃님한테 글쓰기 이야기로 말씀을 여쭌다면 오직 이 하나예요. 이웃님 스스로 쓴 글을 이웃님이 스스로 읽으면서 눈물이 눈가에서 마구 샘솟아 볼을 타고 흐르다가 턱끝으로 방울이 져 톡 떨어져 발치를 적시는가요? 

우리가 쓴 글을 우리 스스로 읽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글을 쓸 일이 없다고 여겨요. 우리가 쓴 글을 남들이 아닌 바로 우리 스스로 읽으며 웃음을 피울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구태여 글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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