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25.


《불멸의 그대에게 8》

오이마 요시토키 글·그림, 대원씨아이, 2018.12.31.



구례라는 고장을 이모저모 이틀 동안 돌아보고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어제는 온힘을 쏟아내어 서울 어느 구청 공문서를 손질해서 넘기고 구례마실을 했는데, 아주 꼼꼼히 손질하지 말라 해서 참으로 가볍게, 그러니까 열 군데를 손질해야겠다 싶으면 한두 군데를 손질해 주는 얼거리로 보았는데, 이조차 못마땅해 하는 말을 듣고 기운이 쪽 빠진다. 그마저도 고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무슨 ‘공문서 쉽게 쓰기’가 될까. 고흥집에 닿아 저녁을 차린다. 나는 힘들어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느즈막히 부시시하게 일어나서 《불멸의 그대에게》 여덟걸음을 편다. 앞선 일곱걸음까지는 들쑥날쑥한 흐름이라면 여덟걸음에 이르러 좀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은 결이라고 느낀다. 죽음이란 길을 가느라 몸을 떠난 넋한테 새로운 몸을 지어서 내주는 ‘불사’라는 아이는 스스로 어떤 재주가 있는지 모른다. 죽은 넋을 맨눈으로 볼 줄 아는 사내는 이 재주를 잘 살리기는 하되 이 이야기를 둘레에 털어놓지 못하고 살아왔단다. 삶하고 죽음이란 동떨어진 길이 아닌 늘 하나인 길이요, 이 길에서 스스로 무엇을 배우며 거듭나려 하는가를 밝히는 실마리 한 가지가 여덟걸음에 넌지시 나오기에, 이 열매 한 톨을 맛있게 받아들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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