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23. 쉿



  지난 1월 11일 아침에 순천서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고흥에서 아산이란 고장까지 가는 길이 참 아득하다 싶었으나 기차로 살피니 뜻밖에 퍽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더군요. 다만 순천에서 고속철도만 있는데, 빈자리가 드물어 ‘아이랑 함께 타는 칸’에 올랐어요. 처음 표를 끊을 적부터 ‘아이랑 함께 타는 칸은 시끄러울 텐데 그대로 표를 끊겠느냐?’고 묻는데요, 가만히 보면 기차에서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시끄럽다고 느낍니다. ‘아이랑 함께 타는 칸’에서도 그래요. 아이들이 놀며 내는 웃음소리나 말소리는 싱그럽습니다. 이와 달리 아이를 나무라거나 꾸짖거나 ‘쉿!’ 하며 내는 소리는 외려 크고 귀에 거슬려요. 두 시간 반 즈음 어른들 쉿타령을 내내 듣다가 문득 이야기가 하나 떠올라서 얼른 종이에 글을 적었습니다. ‘쉿’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하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아이랑 함께 타는 칸’이라면,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아이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한결 신나게 기차마실을 하면 좋겠어요. 아니, 기차에서 ‘아이랑 함께 타는 칸’이란 이름보다 ‘아이랑 노래하며 노는 칸’이란 이름을 붙여서 아이가 갑갑해 하지 않으면서 여러 시간을 기찻길을 달리도록 마음을 써 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풀밭에 뱀 나올까

아저씨는 자꾸

쉿쉿쉿 느릿느릿

호미질


옆에서 쉿소리 듣던

할아버지는 허허허

뱀은 발자국 울리는 결을

미리 느낀다고 귀띔


기차에서 버스에서

아줌마는 내내 

쉿 쉬잇 쉿쉿

손가락을 입으로


둘레서 쉿타령 듣던

할머니는 호호호

아이들은 깔깔 놀아야

튼튼히 큰다고 이바구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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