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말씨



그림책을 어른도 읽는다지만, 누구보다 어린이하고 아이가 먼저 즐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쓰는 이는 거의 어른이요, 그림책을 엮는 이는 몽땅 어른이다. 그림책을 사서 어린이한테 건네는 이도 어른이겠지. 나라밖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긴다면 어린이가 스스로 옮길 일이란 없이, 모조리 어른이 옮긴다. 이때에 생각해 볼 노릇이다. 어른한테 익숙한 말씨로 그림책을 쓰거나 엮거나 옮기는가, 아니면 어린이가 배울 만한 말씨를 헤아리면서 그림책을 쓰거나 엮거나 옮기는가? 또는 어린이가 쉽게 받아들이면서 삶을 새로 배우도록 북돋우는 말씨로 그림책을 쓰거나 엮거나 옮기는가? 어른만 읽는 문학이나 책을 쓰거나 엮거나 옮기는 이라면 함부로 그림책 글을 건드리지 않기를 빈다. 어린이 눈높이를 떠나, 어린이 삶과 꿈과 사랑을 헤아리지 않는 이들은 부디 그림책 글을 손질하지도 만지지도 않기를 바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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