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오줌’은 낮은 말일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30] 한쪽으로 기울어진 뜻풀이



  아직까지 한국말사전은 한자말을 높이고 한국말을 낮추는 버릇을 못 털었습니다. 한국사람이 읽고 살피며 배우는 말책인 사전인데, 막상 한국말을 슬기롭게 못 다룹니다. ‘쪽’하고 ‘녘’이 어떻게 달리 쓰는 말인지 짚을 줄 모르고, ‘어렵다’하고 ‘힘들다’라든지 ‘기운’하고 ‘힘’이 왜 다른가를 가르지 못합니다. 자질구레할 뿐 아니라 쓰지도 않는 한자말을 긁어모으는 일은 그만둘 노릇이요, 우리가 익히 쓰는 말을 제대로 결을 살펴서 담도록 힘을 모아야지 싶습니다.



꼴 : 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 목초(牧草)·추초(芻草)

꼴밭 : 소나 말이 먹을 꼴이 많이 난 곳 ≒ 목축벌

풀밭 : 잡풀이 많이 난 땅

목초지(牧草地) : 가축의 사료가 되는 풀이 자라고 있는 곳. ‘꼴밭’, ‘풀밭’으로 순화

목초(牧草) : = 꼴


  ‘목초지’는 “→ 꼴밭. 풀밭”으로만 다루면 되겠지요. 그런데 ‘꼴밭·풀밭’ 풀이는 썩 알맞지 않을 뿐더러, ‘꼴’이란 낱말을 살펴보면 ‘추초·목축벌’처럼 다른 한자말을 이래저래 달아 놓네요. ‘추초·목축벌’은 사전에서 털어내고, ‘풀밭’ 뜻풀이를 손볼 노릇입니다.



지난하다(至難-) : 지극히 어렵다

고단하다 : 1. 몸이 지쳐서 느른하다 2. 일이 몹시 피곤할 정도로 힘들다 3. 처지가 좋지 못해 몹시 힘들다

어렵다 : 1. 하기가 까다로워 힘에 겹다 2. 겪게 되는 곤란이나 시련이 많다 3. 말이나 글이 이해하기에 까다롭다 4. 가난하여 살아가기가 고생스럽다

힘들다 : 1. 힘이 쓰이는 면이 있다 2. 어렵거나 곤란하다 3. 마음이 쓰이거나 수고가 되는 면이 있다



  ‘지난하다’란 한자말은 ‘고단하다’나 ‘고달프다’를 나타내는구나 싶습니다. ‘지난하다’는 “→ 고단하다. 고달프다”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도 됩니다. 그런데 ‘어렵다·힘들다’라는 낱말이 돌림풀이예요. 널리 쓰는 쉬운 말을 제대로 다루어야겠습니다.



전후(前後) : 1. = 앞뒤 2. = 앞뒤 3. 일정한 때나 수량에 약간 모자라거나 넘는 것

앞뒤 : 1. 앞과 뒤를 아울러 이르는 말 ≒ 전후(前後) 2. 먼저와 나중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전후 3. 앞말과 뒷말을 아울러 이르는 말



  ‘전후’ 같은 낱말은 안 쓸 만합니다. “전후 = 앞뒤”가 아니라 “전후 → 앞뒤”로 다루면 되고, 사전에서 덜어도 됩니다. ‘전후 3’ 뜻풀이는 ‘앞뒤 4’으로 옮겨야겠어요.



사각형(四角形) : 1. [수학] 네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평면 도형 ≒ 각형(角形)·네모·네모꼴·사각(四角)·사방형(四方形)·사변형(四邊形) 2. = 사각

사각(四角) : 1. 네 개의 각 2. 네 개의 각이 있는 모양 3. = 사각형

사방형(四方形) : = 사각형

사변형(四邊形) : [수학] = 사각형

사변형(斜邊形) : [수학] ‘마름모’의 전 용어

네모 : 1. 네 개의 모 ≒ 사방(四方) 2. [수학] = 사각형

네모나다 : 모양이 네모꼴로 되어 있다

네모지다 : 모양이 네모꼴로 이루어져 있다



  ‘네모’라는 낱말을 수학에서 못 쓸 까닭이 없습니다. ‘네모·네모꼴’을 알맞게 쓸 일입니다. 이러지 않고 ‘사방형·사변형’까지 섞어서 쓰면 참으로 어지럽습니다. ‘사각·사각형’은 “→ 네모·네모꼴”로 다루면 됩니다.



고색창연(古色蒼然) : 오래되어 예스러운 풍치나 모습이 그윽함

예스럽다 : 옛것과 같은 맛이나 멋이 있다

오래되다 : 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예스러울 적에는 ‘고색창연’이 아닌 ‘예스럽다’라 하면 됩니다. ‘고색창연’은 “→ 예스럽다. 오래되다”로 다룹니다.



연연하다(戀戀-) : 1. [움직씨] 집착하여 미련을 가지다 2. [그림씨] 애틋하게 그립다. ‘미련을 두다’로 순화

미련(未練) :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

아쉬워하다 : 1. 필요할 때 모자라거나 없어서 안타깝고 만족스럽지 못하게 여기다 2. 미련이 남아 서운하게 여기다



  ‘연연하다’는 ‘미련’으로 고쳐써야 한다는데 ‘미련’은 ‘아쉽다·안타깝다’하고 뜻이 맞물립니다. ‘연연하다·미련’은 “→ 아쉽다. 안타깝다. 얽매이다. 매달리다”로 다루면 됩니다.



기세등등(氣勢騰騰) : 기세가 매우 높고 힘찬 모양

기세(氣勢) : 1.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힘차다 : 힘이 있고 씩씩하다

기운차다 : 힘이 가득하고 넘치는 듯하다



  ‘기세등등’은 ‘힘찬’ 모습을, ‘기세’는 ‘기운찬’ 모습을 가리킨다는군요. ‘기세등등·기세’는 “→ 기운차다. 힘차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힘차다·기운차다’ 뜻풀이가 엉성하네요. 잘 추슬러야겠습니다.



이쪽 : 1. 말하는 이에게 가까운 곳이나 방향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 이편·차편(此便) 2. 말하는 이가 자기 또는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3.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 또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4.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포함한 집단을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쪽 : 1. 방향을 가리키는 말 ≒ 녘·편 2. 서로 갈라지거나 맞서는 것 하나를 가리키는 말

녘 : 1. = 쪽 2. 어떤 때의 무렵

편(便) : 1. 여러 패로 나누었을 때 그 하나하나의 쪽 2. = 쪽 3. 대체로 어떤 부류에 속함을 나타내는 말

이편(-便) : = 이쪽

차편(此便) : = 이쪽



  ‘편(便)’은 “→ 쪽. 녘. 곳. 데”로 다루면 됩니다. ‘이쪽’을 풀이하면서 ‘차편’이란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붙이지만, 이런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그리고 ‘녘’을 “= 쪽”으로 다룬 사전은 매우 허술합니다. ‘쪽·녘’이 서로 어느 결이 다른가를 찬찬히 짚어 주어야겠습니다.



변(便) : 대변과 소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주로 대변을 이른다

대변(大便) : ‘똥’을 점잖게 이르는 말

소변(小便) : ‘오줌’을 점잖게 이르는 말

똥 :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찌꺼기 ≒ 분(糞)·분변(糞便)

오줌 :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이 신장에서 걸러져서 방광 속에 괴어 있다가 요도를 통하여 몸 밖으로 배출되는 액체

똥오줌 : 똥과 오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똥·오줌’ 같은 낱말이 점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자말 ‘대변·소변’이 점잖은 말일 수 없고요. ‘대변’은 “→ 똥”으로, ‘소변’은 “→ 오줌”으로 다룰 노릇이면서, ‘변’은 “→ 똥. 똥오줌”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분·분변’ 같은 한자말은 비슷한말로 붙이지 말고, 사전에서 털어내 줍니다.



립스틱(lipstick) : 여자들이 화장할 때 입술에 바르는 연지. 막대 모양이다 ≒ 루주(rouge)·입술연지

루주(<프>rouge) : = 립스틱

입술연지(-?脂) : 1. 여자들이 화장할 때 입술에 바르는 붉은 빛깔의 염료 ≒ 순지·입연지 2. = 립스틱

순지(脣脂) : = 입술연지

입연지(-?脂) : = 입술연지

연지(?脂) : 1. 여자가 화장할 때에 입술이나 뺨에 찍는 붉은 빛깔의 염료 ≒ 구지(口脂)·홍지(紅脂) 2. 자줏빛을 띤 빨간색. 또는 그런 색의 물감 3. [미술] 기본 색의 하나. 먼셀 표색계에서는 5R 5/12에 해당한다

곤지 : 전통 혼례에서 신부가 단장할 때 이마 가운데 연지로 찍는 붉은 점 ≒ 단지



  입술에 바르는 연지라면 ‘입술연지’라 하면 되겠지요. ‘립스틱·루주’는 사전에서 덜거나 “→ 입술연지”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순지’ 같은 한자말을 왜 써야 할까요? ‘순지’에서 ‘순’은 ‘입술’을 가리키는 한자일 뿐입니다. 오히려 ‘입술물’처럼 새말을 빚어서 더 쉽고 부드러이 쓰는 길을 사전에서 짚어 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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