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6.


《영어의 탄생》

 사이먼 윈체스터 글/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05.4.5.



말풀이를 하다가 막힐 때면 뒷밭에 가서 바람을 쐬며 해바라기를 한다. 마당에 서서 우리 집 나무를 포옥 안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를 식히려고 책을 쥐는데, 《영어의 탄생》을 책상맡에 놓고서 곧잘 다시 들춘다. 영어사전이라는 책을 어떻게 지었나 하는 자취가 살뜰히 흐르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곳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국말사전을 어떻게 새로 지을 적에 기쁘며 아름다울까 하고 그려 본다. 새숨을 쉬고 새꿈을 지으니 마음하고 손이 풀린다. 오늘은 ‘살림’하고 ‘소꿉’하고 ‘어깨동무’란 낱말을 새로 풀어냈다. 이야. 재미있고 멋지네. 내가 새로 풀이한 낱말을 곱새기며 읽는다. 참말로 내가 풀어낸 낱말이 맞나? 아니야. 바람하고 해님이 가르쳐 주었지. 아이들이 곁에서 뛰놀며 이끌어 주었지. 나무하고 풀하고 꽃이 넌지시 귀띔을 했지. 곁님이 뜨개하는 손길로 물끄러미 노래해 주었지. 말빛이란 언제나 삶빛이지 싶다. 머리로 지어내는 억지스러운 그릇이 아닌, 살림을 짓는 즐겁고 상냥한 마음이 고스란히 흐르는 노랫가락이라고 할까. 영어사전하고 영어란 이렇게 태어났으리라. 한국말사전하고 한국말도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사랑하는 바람을 넘실넘실 타노라면 시나브로 환하게 태어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