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건드려주었다 시작시인선 203
이상인 지음 / 천년의시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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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70


《툭, 건드려주었다》

 이상인

 천년의시작

 2016.5.25.



  겨울이라는 철은 추위가 오르내리는 결이 재미있습니다. 꽁꽁 얼어붙는 날씨가 한바탕 지나면, 포근한 기운이 얼마나 반가운가 하고 새삼 느껴요. 처음 겨울에 들어설 무렵보다 훨씬 바람 찬 날이라 해도 꽁꽁추위 뒤끝에는 꽤 지낼 만하네 하고 느껴요. 겨울에 더 눈부신 별빛하고 밤바람을 쐬며 생각합니다. 우리한테 겨울이 있고 봄이며 여름이 있기에 노래하는 삶이 이곳에 있고, 여름하고 겨울 사이에 가을이 있어 더욱 싱그러이 노래하는 살림이 여기에 있지 싶어요. 《툭, 건드려주었다》는 하루하루 툭 건드리는 말이며 벗이며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찬찬히 짚습니다. 무밭에서 만난 나비를, 할머니 무덤에서 받은 제비꽃을, 얼핏 스치려다가 한동안 지켜보고서 두고두고 마음으로 담아서 가락을 얹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바람을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을까요. 우리는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어떤 햇볕을 먹으며 하루를 열까요. 한겨울에는 나비가 모두 잠들어 없을 테지만, 아직 대롱대롱 남은 억새 씨앗이 마치 나비처럼 춤추며 하늘을 뒤엎습니다. 문득 한 송이씩 날리는 눈도 마치 나비 날갯짓처럼 조용히 찾아들면서 온누리를 하얗게 덮으면서 춤춥니다. 눈춤을 마주하는 아이들은 온몸으로 뛰고 달리면서 눈을 맞이하고요. ㅅㄴㄹ



나비 한 마리가 무밭을 뒤집다. / 손바닥 푸른 손금 안에, 생각을 낳는지 / 소리도 없이 몇 초씩 머물러서 / 내 등허리 간지럽다. (둥근 하늘/21쪽)


할머니 무덤에 갔다. / 반가운 손자가 왔다며 / 제비꽃 한 묶음 슬며시 내미셨다. (제비꽃 무덤/8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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