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30.


《너를 위한 쇼팽 1》

 나가에 토모미 글·그림/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3.4.15.



17평 너비인 우리 집에 피아노가 있다. 작은아이가 우리 곁에 올 즈음 곁님이 피아노가 있어야겠다고 외쳐서 통장을 탈탈 털고 형한테서 돈을 얻어 장만했다. 큰아이는 아버지 어머니가 동생을 돌보느라 바쁠 적에 피아노하고 놀아 주었고, 누가 딱히 가르치지 않아도 소릿결을 스스로 익혔다. 마음에 드는 노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 가락을 따라 치곤 한다. 《너를 위한 쇼팽》 첫걸음을 읽으며 우리 집 피아노를 바라본다. 피아노뿐 아니라 모든 악기는 스스로 즐겁게 마주하는 손길일 적에 환하고 눈부신 가락을 베푼다. 빈틈없이 콩나물을 눌러 주어야 환한 가락이 흐르지 않는다. 즐겁게 꿈꾸는 보드라운 손길을 탈 적에 비로소 악기에 새로운 숨결이 흐른다. 따로 가르친 이가 없이 스스로 피아노를 익힌 쇼팽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쇼팽 노래를 들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가락이 태어났는가를 모르지 않을까? 가르치는 이가 있어야 노래를 잘 지을까? 가르치는 이가 있어야 글이나 책을 잘 쓸까? 가르치는 이가 있어야 돈을 잘 벌까? 가르치는 이가 있어야 일을 잘 할까? 노래도, 글도, 책도, 이야기도, 그림도, 삶도, 살림도, 무엇보다도 사랑도, 우리 스스로 마음을 마주하면서 하나가 될 적에 꽃으로 피어나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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