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20. 스스로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앞두고 곁님이 불쑥 또 묻습니다. “나는 왜 자꾸 먹고 게울까요?” 곁님은 나더러 내 마음님한테 이 말을 물어보라고 합니다. 곁님이 묻거나 바라는 일이라면 어김없이 하는 터라, 다만 무척 늑장을 부리면서 미적미적하는 일이 많으나, 빠짐없이 다 하려고 하니, 이 물음을 고이 품고서 꿈나라로 갔습니다. 꿈나라에서 대뜸 한 마디를 듣습니다. “스스로 알면서 왜 물어봐?” 곁님한테 들려줄 첫마디를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스스로 알면서 물어보는 셈이로구나. 이윽고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대로 이루기 마련이야.”라는 목소리가 흐르고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보려는 길을 바꾸면 돼.”,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길을 배웠으면 그 배움을 익혀 놓아야지, 왜 안 해?”, “배운 이야기를 몸으로 익히기 어려우면 이렇게 해 봐. 접시 하나를, 큰 접시 말고 작은 접시를 하나 놓고, 조금만 채워서 먹도록 해. 모자라다 싶으면 한 접시를 더 먹고.”, “그런데 여러 접시를 먹지 말고, 스스로 딱 멈춰야 해.”, “하나 더 들려준다면, 왜 그렇게 하는지를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못 바꾸는데, 머리로만 바꾸자고 생각하다 보니 몸으로 무언가 먹어야 기운을 얻어 거듭나려고 여겨. 그러나 몸에 밥을 집어넣으면 그만 머리로 지은 생각을 잊는 바람에 끝없이 먹지. 이러다가 아차 싶어, 애써 넣은 밥을 몽땅 게워야 한다고 여겨. 그런데 막상 속을 비우고 보면 기운이 다시 쪽 빠지니, 애써 새로 생각한 길로 못 가고, 이 짓을 되풀이할 뿐이야.” 마음님이 들려준 얘기를 떠올리며 동시를 써서 아이들하고 나눕니다. ㅅㄴㄹ


스스로


내가 배고파 내가 먹어

네가 힘드니 네가 쉬어

우리가 기뻐 우리 웃음

너희가 슬퍼 너희 눈물


내가 적어 띄우는 글

네가 받아 적는 덧글

우리가 마시는 냇물

너희가 누리는 하늘


스스로 걸어가는 길

내 힘으로 넘는 고비

몸소 빠진 수렁

손수 일어서는 눈빛


내가 입을 벌려야 먹는다

네가 누워야 새기운 솟지

우리 기쁨을 널리 나누며

너희 슬픔을 같이 다독여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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