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20.


《다이쇼 소녀 전래동화 1》

 키리오카 사나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6.30.



아이가 아닌 아기를 돌볼 적에는 언제나 혼자 밥을 차리고 먹이고 치웠다. 아기 아닌 아이로 자란 이쁜 숨결은 어느새 부엌에서 아버지 곁에 서서 심부름을 하고 여러 일을 거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혼자 하던 부엌일을 두 아이가 곁에서 거들거나 함께하니 무척 빨리 밥을 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등허리를 펼 겨를이 난다. 우리 어머니도 이런 홀가분한 부엌살림을 느끼셨겠지. 《다이쇼 소녀 전래동화》를 읽는데, 다른 줄거리보다 ‘팔려간 집’에서 온갖 집일을 도맡으면서도 꿋꿋하고 밝게 웃는 마음으로 ‘먼 앞날 곁지기로 살아갈 꿈’을 지피는 몸짓을 지켜본다. 한 팔을 못 써서 갖은 일을 도와야 하니 힘겹다고 여길 수 있으나, 한때에는 이렇게 도울지라도 머지않아 일을 나누어 맡기도 하고,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님으로 거듭나기도 하겠지. 자란다. 자라고 또 자라고 다시 자란다.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자란다. 마음도 몸도 씩씩하게 자라고, 생각도 손길도 튼튼하게 자란다. 여기에 꿈하고 사랑도 포근하면서 너그러이 자란다. 나이를 많이 먹었기에 안 자랄 수 없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새로운 나이로 자라기 마련이다. 눈빛이 자라고, 슬기가 자라며, 이야기꽃이 자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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