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책 읽었니?



누가 누리집에서 덧글을 남겼는데, 나더러 어느 책을 읽어 보았느냐고 따진다. 웃음이 나온다. 그 책을 ‘읽는다’란 무엇일까? 첫 줄부터 끝 줄까지 훑으면 ‘읽다’일까? 그렇다면 첫 줄부터 끝 줄까지 한벌쯤 훑으면 ‘책을 읽었다’고, ‘그 책 줄거리를 꿰거나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온누리 모든 책을 한벌쯤 훑는 몸짓을 하고서 ‘그 책을 안다’고 섣불리 말하거나 함부로 밝히지는 않는가? 내가 쓴 어느 글에 덧글을 붙이려 한다면,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어떤 살림을 지었는가를 꿰어야 한다. 왜?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 내 삶과 생각과 넋과 살림을 제대로 꿰지 않고서 붙이는 덧글이란, ‘덧글싸움’을 하자는 소리일 뿐이다. 이는 내가 다른 이웃님 누리집에 들어가서 덧글을 달 적에도 똑같다. 내가 다른 이웃님 누리집에 올라온 글에 제대로 덧글을 달고서 그 이웃님하고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를 하거나 ‘말을 섞을’ 뜻이라면, 그 이웃님이 그동안 쓴 글을 웬만큼 꿰도록 다(또는 거의 다) 읽어야 하며, 그 이웃님이 여태 살아온 나날과 생각과 살림도 함께 헤아릴 노릇이다. 이렇게 안 하고서 달랑 붙이는 덧글이라면, 이른바 ‘지나가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붙인 셈이 된다. 덧글쓰기란 무엇인가? 몇 줄이나 몇 마디를 남기는 덧글이란 무엇인가? 아무 마음이 없이 달아 놓는 덧글은 누구한테 이바지를 할까? 이웃하고 사귀거나 생각을 북돋울 뜻이 있다면 “너, 그 책 읽었니?”  하고 따지기보다는, “그대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책을 썼나요?” 하고 물으면서 가만히 다가올 수 있어야지 싶다. 이웃이 되려 한다면. 쌈박질 아닌 이야기꽃을 바란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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