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17.


《들꽃들이여 대지를 품어라》

 이케베 아오이 글·그림/김진아 옮김, 애니북스, 2018.11.30.



나는 사내라는 몸을 입고 살기에 사내라는 사람이 얼마나 재미없는가를 늘 새삼스레 느끼고, 이 재미없는 몸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고 언제나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어릴 적에는 입시에 길들거나 나이 들어서는 회사에 물들면 사내뿐 아니라 가시내도 따분하다. 그리고 사내로서 어떤 길에도 물들거나 길들지 않는다면 홀가분하면서 신나는 마음이랑 몸으로 거듭날 만하다고 느낀다. 《들꽃들이여 대지를 품어라》를 읽었다. 만화님 가운데 이런 줄거리를 그린 사내는 아직 못 보았지 싶다. 있나? 없는 듯하거나 내가 못 떠올리지 싶은데. 있다면, 테즈카 오사무 님하고 후지코 F 후지오 님하고 미즈키 시게루 님쯤 있지 않으려나.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바로 아무것도 아닌 듯한 걸음걸이, 수수하면서 투박한 사람들이 수수하면서 투박한 살림에서 길어올리는 작은 씨앗 같은 빛줄기를 담아내는 만화, 이런 만화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한 책을 오랜만에 만났구나 싶다. 문득 《미카코》가 떠올랐다. ‘今日 マチ子’ 님 그림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한국책이 나오기를 더는 기다릴 수 없을는지 모르겠다. 온누리를 품을 들꽃 이야기를 읽고 나니 물감을 풀어서 물빛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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