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지음, 모드 루이스 그림, 박상현 옮김, 밥 브룩스 사진 / 남해의봄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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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7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9.15.



그의 그림은 극도로 단순해 보였다. 물감을 칠한 모습이 물결처럼 그대로 남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12쪽)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모드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으며, 훗날 평생 동안 만든 작품들의 바탕이 되었다. (34쪽)


“나는 여기가 좋아요.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내 앞에 붓만 하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70쪽)


에버릿은 어쩌다가 선박용 페인트 통이 바튼 해안에 떠다니는 걸 발견하면 냉큼 건져다가 모드에게 가져다줬고, 모드는 그것으로 그림을 그렸다. (89쪽)


그녀는 단지 자신이 좋아해서 계절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잎이 많고 색이 풍부한 숲을 좋아했기 때문에 겨울 풍경에도 잎을 그대로 남겨두었고, 새들도 마찬가지였다. (93쪽)



  어른인 사람이 으레 깔보거나 얕보면서 하는 말씨로 “뭐, 애들도 쓰겠구만”이나 “쳇, 애들도 그리겠네”가 있습니다. 아이들 같은 글이나 그림이라면 깔보거나 얕보는 흐름이 있는데, 어른이 쓴 글이나 그림 그림이어야 훌륭하거나 아름답거나 볼 만할까요?


  어른이기에 쓰는 글이나 그리는 그림이 따로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글이나 그림은 그런 글이나 그림대로 값이나 뜻이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쓸 수 있는 글이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이러한 글하고 그림대로 값이나 뜻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는데, 어른이란 몸으로 바뀌어도 아이다운 마음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요. 이때에 ‘아이다움’이란 ‘맑음’입니다. ‘맑은 사랑’이지요.


  《내 사랑 모드》(랜스 울러버/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를 읽으면서 ‘모드’라는 분이 빚은 그림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다만, 이 책은 그림님 모드가 손수 쓴 글로 엮은 책이 아닙니다. 모드라는 그림님하고 이웃으로 지내던 사람이 옆에서 구경하던 눈길로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그래서 모드라고 하는 그림님이 어떤 마음이나 손길이나 넋으로 그림을 빚어서 이웃하고 나누려 했는가를 속깊이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이러면서 한 가지를 엿볼 수 있어요. 그림을 그려서 먹고사는 길을 찾은 사람은 입에 풀을 발랐고, 그림님한테서 그림을 값싸게 사들여서 샛돈을 떼고서 팔아치우는 사람은 손에 목돈을 쥐었으며, 그림님 둘레에서 구경하던 사람은 ‘구경한 일’을 하나씩 떠올려 글을 남기며 새삼스레 책도 쓰고 돈도 더 버는구나 하고요.


  구경하는 눈길로 쓰는 글이니 “(모드 스스로) 좋아해서 계절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처럼 씁니다. 그림님이 손수 글을 썼다면 어떻게 말할까요? 아마 ‘내 마음은 언제나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라서, 달력으로는 겨울이라 하더라도 봄을 그리고 여름을 그리고 가을을 그려요.’쯤 되지 싶습니다.


  모드란 분이 이름을 떨치고 그림도 널리 팔리는 모습을 지켜보고서야 눈여겨본 사람이 쓴 글이라 그런지, 《내 사랑 모드》를 읽으며 왜 ‘내 사랑’이란 책이름을 붙였는지 아리송하고 꽤 거북합니다. ‘내가 본’이라고 붙여야 어울릴 텐데요. 옮김말도 썩 좋지 않습니다.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는 좀 털어내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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