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
박소영 지음 / 그물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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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49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

 박소영 글·그림

 그물코

 2018.11.10.



도서관 지붕 처마 밑에 새들이 삽니다. 아침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듣고 있으면 꼭 여중생들 꽉 찬 교실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43쪽)


시와 노래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63쪽)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실컷 책 보고 음악 듣고 키타 치며 놀았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99쪽)


지금도 우리 마을은 아름답습니다 … ‘노목, 거목, 희귀목’에 ‘특별히’ 지정되지 못한 우리 동네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올 한 해도 그대들 무사하기를. (195쪽)


도서관 앞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곤 하는 자리에 꽃을 심었더니 지나다니며 보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전에는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안 버렸나 살피고, 있으면 치우느라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이곳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221쪽)



  조용히 문을 열었지만 왁자지껄 노래하고서 다시 조용히 문을 닫은, 또는 살며시 쉬는 서재도서관이 있습니다. 오늘날 나라 곳곳에 작은책집이 꾸준히 문을 열듯, 여러모로 뜻있는 그림책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도 틈틈이 문을 열어요. 커다란 도서관이 들어서지 못하는 곳에는 마을사람 스스로 작은도서관을 열기도 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도서관이 있으니 바로 ‘서재도서관’입니다.


  서재도서관이란 “우리 집 서재를 이웃하고 널리 나누는 책터이자 쉼터이자 모임터이자 만남터이자 놀이터로 가꾸는 도서관”입니다. 다만, ‘서재도서관’은 사전에 없는 말이고, 제가 지어 본 낱말입니다. 저는 2007년부터 이런 서재도서관을 가꾸거든요.


  경기도 광주에도 지난 여덟 해를 조용하면서 왁자지껄한 서재도서관이 한 곳 있었습니다.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란 이름인 곳인데, 이곳은 여덟 해를 이름 그대로 베짱이처럼 삶을 책을 사람을 아이를 마을을 시골을 노래하는 숨결로 이어왔지 싶습니다.


  서재도서관은 나라나 지자체에서 돕지 않는 곳이기에 언제나 ‘서재도서관지기’ 혼자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합니다. 다달이 들어갈 살림돈도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 대야 하지요. 그래서 서재도서관은 도움이웃을 두어 다달이 드는 살림돈에 보태기도 합니다. 도움이웃한테는 틈틈이 소식종이를 띄우고요.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라는 책은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가 지난 여덟 해를 걸어온 길에 남긴 도서관일기를 그러모읍니다. 씩씩한 노래를, 벅찬 노래를, 반가운 노래를, 고된 노래를, 새로운 노래를, 아쉽지만 마지막 노래를 쉰아홉걸음으로 들려준 소식종이가 바탕이 되어 책 하나로 다시 태어났어요.


  다만 2018년 11월 21일에 이곳 베짱이도서관은 책을 묶고 책꽂이를 여미었습니다. 11월 25일에는 책하고 책꽂이를 모두 뺐지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절골(천진암로)이라는 곳에서 베짱베짱 노래하던 서재도서관은 바야흐로 겨울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이란, 더욱이 개인이 꾸리는 서재도서관이란, 임대삯이며 책값이며 갖은 돈을 스스로 벌거나 도움이웃한테서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돈으로는 도서관살림이 더 버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 어떤 도서관이 있으면 즐거울까요? 더 높거나 더 번듯한 건물을 올린 도서관이 있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 전문 학과를 마치고 사서자격증을 거머쥔 사서가 여럿 있는 도서관이 있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흐름이 좀 달라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번듯하거나 큰 건물이 아니어도 좋고, 사서자격증 없이 ‘책을 해맑게 좋아하는 마음’인 아줌마나 아저씨가 도서관지기 노릇을 해도 좋아요. 도시뿐 아니라 시골 곳곳에 마을살림을 노래하는 베짱베짱 상냥한 서재도서관이 하나둘 싹을 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책만 빌려서 읽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노래잔치나 춤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야기잔치나 책잔치도 열 수 있지요. 도서관에서 마을잔치라든지 여러 축하잔치를 열 수 있어요. 대입시험이나 중간·기말시험을 맞이하려는 공부보다는 마음을 새롭게 살찌우는 이야기가 흐르는 사랑스러운 책을 앞에 놓고서 도란도란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조용해야 하는 도서관은 아니에요. 왁자지껄할 수 있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어른하고 아이가 도서관 마당 한켠을 텃밭이나 꽃밭으로 가꿀 수 있어요. 도서관 텃밭에서 함께 거둔 열매로 나눔잔치를 열 수 있고, 나눔잔치를 열면서 글쓴이·그린이 같은 책지은이를 불러서 널리 마당잔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는 이 서재도서관에 어서 오시라는 이야기로 글머리를 열지만, “살펴 가셔요” 하고 배웅말까지 합니다. 여덟 해를 쉬잖고 달려온 서재도서관이니, 한동안 느긋이 쉬는 겨울잠을 누려도 좋습니다. 이 겨울잠 끝에 넉넉하며 즐거운 책터를 새롭게 얻어서 한결 느긋하면서 두고두고 이야기로 꽃이 피고 노래로 사랑이 흐르는 한결 다부진 서재도서관이 똑똑 문을 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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