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새책방에서 보내온 책

 
  인터넷 새책방  ‘알라딘’이 있다. 보름쯤 앞서부터 이곳에서 편지가 왔다. ‘유효기간이 다 되어 가는 마일리지’가 있으니 어서 쓰라고. 얼마나 되랴 싶은 마일리지가 삼만 원쯤 있다. 아마, 언젠가 올렸던 책소개 글이 하나 뽑혀서 받은 돈과 가끔 올린 책소개 글 덕분에 어느 만큼 쌓여 있는 듯. 그래서 책 세 가지를 주문했고, 오늘 시골집에 닿았다.

 상자를 연다. 책 세 권이 들어 있는데 두 권은 상태가 안 좋다. 하나는 책이 바닥에 뒹굴고 긁힌 자국이 많이 나 있고, 하나는 속종이가 구겨져 있다. 두 권은 창고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었거나, 반품이 여러 차례 되면서 많이 다친 듯하다(출판사 영업부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본다면). 글쎄, 어차피 줄거리를 보는 책이니 크게 상관은 없다만, 내가 주문한 이 책들은 새책이지 헌책이 아니다. 헌책방에서도 책겉이 이렇게 낡거나 속종이가 구겨져 있으면 값이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책들을 새책으로, 더구나 온돈을 치르고 샀다.

 내가 이 책을 인터넷 주문이 아닌, 책방에 두 다리로 찾아가서 샀다면,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낯빛 하나 안 바꾸고 그냥 팔았을까? 팔 수 있을까? 내가 받은 ‘알라딘’ 책 상자에는 어느 출판사에서 낸 책을 알리는 광고종이가 한 장 들어 있다. 광고종이를 넣은 까닭은 무얼까? 내가 주문한 책을 펴낸 출판사하고 상관있는 광고종이도 아닌 엉뚱한 광고종이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틀림없이 알라딘 어느 일꾼이 이 책을 싸서 보냈겠지. 그러니 광고종이가 끼워져 있을 테며, 그 일꾼은 틀림없이 나한테 보낼 책을 자기 두 눈으로 보았을 테며 손으로 만졌겠지. 또한, 이 책을 출판사에 주문을 넣었을 때, 주문을 받고 알라딘으로 책을 보내는 배본회사 일꾼도 책 상태를 살핀 뒤 보냈겠지. 그런데 그렇게 여러 사람 손을 거친 책이 ‘여러 차례 반품을 거친 다치고 낡은 책’이라니. 아무리 얼굴 안 마주칠 사람이라지만, 아무리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책을 사고파는 인터넷 책방이라지만, 글쎄.

 뭐, 글 하나 잘 써서 받은 5만 원짜리 마일리지를 이태 만에 쓰는 셈이기는 하기에, 어떻게 보면 거저로 받는 책이라 하겠으나, 아무리 거저로 선물해 주는 책이라 해도 다치고 낡은 책을 주는 법이 있을까. 헌책방에서 사서 주는 책이라면 몰라도. (4340.1.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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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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