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움수첩 2018.9.26.


주워먹기·거저먹기·얻어먹기·그냥먹기·슬쩍먹기·앉아먹기

얼결얻기·주워얻기·거저얻기·그냥얻기·슬쩍얻기·앉아얻기

← 어부지리

: 말뜻을 헤아려 보면 그냥 얻는 셈이니 ‘그냥얻기’라 할 만하다. ‘주워먹기’ 같은 말은 운동경기나 여러 자리에서 곧잘 쓴다. ‘얻어먹기·얻어막다’는 여느 삶자리에서 흔히 쓴다. ‘슬쩍’이나 ‘거저’나 ‘앉아’나 ‘얼결’을 앞에 넣어도 퍽 재미있다


반짝·살짝

← 찰나

: 아주 짧은 겨를을 가리키는 한자말 ‘찰나’를 두고 “찰나의 순간”처럼 참 흔히 쓰는데, 왜 새말을 생각하는 이는 없을까? 아니, 예전부터 알맞게 쓸 말은 있지 않았을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에서 ‘번갯불’에서 보기를 얻어 보자. 번갯불이란 번쩍이는 불빛이다. 이 번쩍이는 불빛에서 ‘반짝·번쩍’만 떼어 본다면, 아주 짧은 겨를을 ‘반짝·번쩍’으로, ‘살짝·슬쩍’으로 나타내 보아도 어울린다.


반짝하다·살짝 스치다·짧은 틈·살짝틈

← 찰나적

: ‘찰나’뿐 아니라 ‘찰나적’으로 쓰는 분이 제법 있네. 난 이런 말을 안 쓰니 이런 말이 있는 줄 몰랐다. 책뿐 아니라 사진밭이나 여러 곳에서 곧잘 쓰는 듯한데 ‘반짝’에 ‘-하다’를 붙여 ‘반짝하다’라 해 보면 어떨까? “살짝 스치다”라 해도 수수하게 어울린다.


알갱이·알

← 입자

: 사전에서 한자말 ‘입자’를 찾아보니 ‘알갱이’로 풀이해 놓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과학에서는 다들 그냥 ‘입자’를 쓰네. ‘알갱이’로 고쳐서 쓰는 분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먼지알·먼지알갱이

← 먼지입자·미세먼지

: 요새는 날씨를 알리면서 미세먼지도 이야기하는구나 싶다. ‘잔먼지’란 소리일 텐데, ‘잔먼지’처럼 새말을 지어서 쓰는 흐름은 아직 없지 싶다. ‘입자’가 ‘알갱이’를 가리키는 줄 안다면 ‘먼지입자’나 ‘미세먼지’를 ‘먼지알’로 고쳐서 써 볼 만하겠지.


매듭줄·대롱줄·노리갯줄·끈·띠

← 스트랩

: ‘스트랩’이란 영어는 그냥 ‘끈’이나 ‘띠’를 가리킨단다. 일본 만화책을 보면 ‘스트랩’을 악기에 달아 어깨에 걸도록 하는 끈이나, 손전화에 거는 노리개를 잇는 줄을 가리키는 자리에 쓴다. 한국은 일본 말씨를 고스란히 따라서 쓰지 싶다. 손전화 같은 데에 거는 줄이라면 그냥 ‘줄’이라고만 하기보다는 ‘매듭줄’이나 ‘대롱줄’처럼 꾸밈말을 붙이면 어울리리라 본다. ‘노리갯줄’처럼 써도 재미있겠지.


길틀기·길바꾸기

← 궤도수정

: ‘궤도수정’ 같은 말을 쓴 적이 없다 보니, 이 말을 어느 자리에 쓰는지도 잘 몰랐는데, 곰곰이 따지니 “길을 바꾸는” 모습을 가리키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한길을 걸을 뿐, 샛길을 걷는 일이 없다 보니 “길을 돌리다”나 “길을 틀다” 같은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길틀기’란 새말을 지어 본다.


맛내기·맛길·맛벼리

← 레시피·조리법·요리법

: 어릴 적을 떠올리면, 밥을 지을 적에 집집마다 남다른 맛이 있으면 “맛내기를 어떻게 하나요?” 하고 물었다. ‘맛내기’ 같은 낱말을 따로 쓰기도 했고 “맛을 내다”라 쓰기도 했다. 사전을 보니 ‘맛내기’를 “‘화학조미료’의 북한어”로 풀이하면서 싣네. 좀 엉성하다. 이렇게만 풀이해도 될까? 사전을 엮는 이들 스스로 밥을 짓고 맛을 내는 살림을 해보면, 이런 뜻풀이는 달지 않으리라. ‘조리’나 ‘요리’ 모두 일본을 거쳐 들어온 한자말이라 하는데, 이런 한자말도 안 쓰고 영어 ‘레시피’도 안 쓸 만한 길이 있을까? “맛을 내는 길”이라는 뜻으로 ‘맛길’을 쓸 만할까? 수수하게 ‘맛내기’라 하면 어떨까? “맛을 내는 고갱이”라는 뜻으로 ‘맛벼리’는? “내 ‘맛내기’는 할머니한테서 물려받았지”나 “내 ‘맛벼리’는 아무한테도 안 알려줄 테다” 하고 혀에 얹어 본다.


건사값

← 유지비

: 요새는 ‘건사하다’를 못 알아듣는 나이든 분이 꽤 있다. 깜짝 놀란다. ‘간직하다’라는 낱말이 낯선 어린이나 푸름이는 무척 많다. ‘유지’나 ‘보관’ 같은 한자말만 널리 쓰는 듯하다. “유지하는 비용”이라면 오래도록 잘 두려고 하면서 드는 돈일 테니 ‘건사값’처럼 새말을 짓고 싶다.


임자님

← 주인·주인님

: 왜 여태 ‘임자 + 님’처럼 말을 써 볼 생각을 못했을까? ‘주인’은 한국에서 아예 안 쓰다시피 하던 한자말이다. 일본에서는 ‘주인’이라는 한자말이 없으면 말을 못 하다시피 한다. 일본 한자말이라서 안 써야 할 까닭은 없다. 나로서는 ‘임자’라는 말을 알맞게 살리는 길을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임자님’이라고 해보니 꽤 재미난다.


배냇-·배내-

← 모태

: 언제부터인가 ‘모태솔로’라든지 ‘모태신앙’ 같은 말이 귀에 들린다. 이런 말이 재미있을까? 틀림없이 일본 문학이나 일본 만화책에서 흔히 쓰이다가 한국으로 퍼진 말씨이지 싶다. 한국말로는 ‘배냇·배내’가 있다. 배냇저고리나 배내옷이라고 하지. 그러니 ‘배내홀몸·배냇홀몸’이나 ‘배내믿음·배냇믿음’처럼 쓸 수 있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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