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으로 쓴다



눈을 뜬 우리는 눈을 뜬 채 글을 쓴다. 눈을 뜬 채 쓰는 글은 그냥 글이라고만 한다. 이와 달리 눈을 감은 이가 쓰는 글은 따로 ‘점글’이라 하며 ‘점자’라고도 한다. 눈을 뜬 채 글을 쓰는 이들은 그냥 글만 쓸 뿐, 점글은 헤아리지 않는다. 문득 돌아본다. 여느 글을 점글로 옮기는 일은 쉬울까, 어려울까? 눈을 뜬 사람은 글에 깃든 이야기를 눈으로 둘러보면서 느끼거나 살필 수 있다. 눈을 감은 사람은 어떻게 할까? 손으로 만지면서 어림해야겠지. 그러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모습은 어떻게 어림할 만할까? 마음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헤아려 본다면, 눈을 뜨며 쓰는 글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글에 갖가지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를 마구 섞는다면, 이런 글을 점글로 어떻게 옮길 만할까? 두 눈으로 쓰는 글이기 앞서, 마음으로 쓰는 글이라면 좋겠다. 두 눈을 뜬 사람만 읽을 글이 아니라, 두 눈을 감고도 느끼고 누리면서 마음속에 꽃길이 환하게 펼칠 수 있도록 북돋우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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