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를 흘린 하루



  아침 일찍 길을 나서다가 시골버스에서 손전화를 흘렸습니다. 흘린 손전화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자리에 흘렸구나 하고 깨닫고는 버스로 돌아가서 둘러보았지만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잃어버린 손전화를 새로 장만해야 하니 일이 갑자기 생기고 돈도 나갈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오늘 하루는 아주 길었습니다. 잃은 손전화를 찾으려고 뛰어다니느라 길었다기보다, 손전화 없이 시골길을 걷고, 집일을 조금 건사하다가 등허리를 펴려 눕고, 저녁일을 보고, 작은아이하고 누워서 말을 섞고, 이모저모 하는데 며칠이나 몇 해쯤 흐른 듯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손전화를 손에 쥐면서 매우 먼 곳에 있는 벗이나 이웃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말에 치이느라 하루를 잃을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놓아 온나라를 하루 만에도 오간다지만, 막상 그리 빨리 오가면서 하루가 더 길어졌을까요? 오히려 하루가 더 짧고 바쁜 삶은 아닐는지요? 우리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하루가 길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을 못 읽는다면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tsf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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