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책집지기

 

  저는 헌책집이라는 곳을 1992년부터 다니면서 책집지기 이웃님한테서 깊고 넓게 배울 수 있었어요. 이 나라 곳곳에서 저마다 다르게 꾸리는 헌책집을 돌아보노라면, 어떻게 책살림을 꾸려 가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만한데요, 오래오래 사랑받을 뿐 아니라 책손이 꾸준히 드나드는 책집은 여러 대목에서 달라요. 첫째, 책집지기 혼자 아는 책만 건사하지 않아요. 둘째, 책손이 자주 찾는 책만 건사하지 않아요. 셋째, 책집지기 스스로 새로 배우는 책을 건사해요. 넷째, 책손이 아직 모르지만 어김없이 손에 쥐려고 할 만한 책을 꾸준히 배워서 건사해요. 다시 말해서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으려는 책손은 꾸준히 배우려고 하는 삶입니다. 책갈래를 넓혀 새롭게 읽으려는 책손은 스스로 낯선 길이라 하더라도 즐겁게 배우려고 하는 살림입니다. 이러한 책손을 맞아들이는 책집지기도 늘 새롭게 배우며 언제나 낯선 책길을 열어젖히면서 날마다 즐거운 살림이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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