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모름지기 낫을 쥐어 풀을 벨 적에는 몸을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합니다. 납작 엎드리지 않고 구부정하게 손만 바닥으로 뻗으면 등허리가 휠 테지요. 풀베기이든 벼베기이든 보리베기이든 다 같아요. 신을 벗고 맨발로 맨흙을 밟으면서, 때로는 무릎을 꿇거나 엎드린다 싶을 만큼 흙바닥하고 하나가 되어 낫을 가볍게 놀리면 풀포기나 벼포기나 보리포기는 석석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눕습니다. 풀포기는 기계 아닌 손길 흐르는 낫으로 벨 적에 반깁니다. 맨발에 맨손으로 맨흙을 밟고 맨풀을 쥐어 보셔요. 그러면 풀하고 흙이 낫질을 어떻게 하면 된다고 가르쳐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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