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맨발로 풀밭을 디디며 나무 밑에 서면 발끝부터 손끝까지 찌릿찌릿 새 기운이 오른다. 어릴 적에는 으레 이렇게 놀았기에 지칠 줄 모르고 놀았을까? 어른이라는 몸을 입은 뒤에는 신을 발에 꿰면 답답하구나 싶어 맨발로 돌아다니면 참 홀가분하구나 하고 느끼면서 이를 알아차릴까? 어른이 신기지 않으면 아이들은 맨발로 어디에서든 뛰논다. 이러면서 다치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따로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몸에 흐르는 기운이 찌릿찌릿 넘친다. 맨발로 땅을 디디듯이 맨손으로 땅을 만질 적에는 어떠할까? 맨몸으로 바람을 마실 적에는 또 어떠하며, 맨마음으로 싱그러운 숨을 받아들일 적에는 어떠할까? 겉치레를 벗고서 삶을 읽는다. 허울을 벗고서 삶을 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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