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네 자수 일기
몬덴 에미코 지음, 편설란 옮김 / 단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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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8


《모모네 자수 일기》

 몬덴 에미코 글·실

 편설란 옮김

 단추

 2018.4.25.



내 몸속에 공존하는 또 하나의 존재. 꿈틀꿈틀 자유롭게 움직인다. 아프다……. (27쪽)


아기에게는 옆에 있는 사람을 여유롭게 하는 힘이 있다. (57쪽)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은 빨래가 없는 날이 없다. 호텔 거울 위 조명은 빨래 건조대로 제격이었다. 여행 중에 매일 빨래를 하다 보니 손빨래 실력만 몰라보게 늘었다. (128쪽)


“엄마, 귤껍질은 꽃 모양으로 벗겨 줘야 해!” 새벽 3시, 아파서 잠이 들었던 아오가 귤이 먹고 싶다며 벌떡 일어났다. (196쪽)


눈길에서 우산과 우산을 연결해 기차놀이를 했다. 등에 업힌 모모도 꺅꺅 소리를 내며 동참했다. 지금밖에 없는 특별한 시간. (248쪽)



  모든 아이는 저마다 어버이를 골라서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모든 아이는 다 다른 삶을 누리려고 다 다른 어버이 품에서 태어나 다 다른 길을 걷는다고 느껴요. 어느 아이는 가멸차디가멸찬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길을 걷고, 어느 아이는 가난하디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는 길을 걷지요.


  어느 아이는 좀 어른스럽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 시달릴 수 있고, 어느 아이는 무척 따사로운 품인 집안에서 태어나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를 어떤 눈이나 손으로 맞아들이는 어버이일까요?


  “모모가 태어나고 아오가 오빠가 되어 가는 386일 간의 기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모네 자수 일기》(몬덴 에미코/편설란 옮김, 단추, 2018)를 가만히 읽습니다. 이 책은 아이를 돌본 나날 삼백여든엿새를 실무늬놓기로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모모란 아이하고 아오란 아이를 지켜본 하루를 바늘하고 실을 놀려서 날마다 이야기를 엮었다고 할 만합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다가 지친 날도, 아기하고 까르르 웃으며 놀던 날도, 아이들한테 성을 터뜨린 날도, 아이가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눈물로 바라보던 날도, 그때그때 손에 집히는 대로 천이나 종이에 실로 무늬를 새기면서 발자국을 남겨요.


  아이들하고 살아오면서 늘 느끼는데, 어버이는 ‘육아일기’를 쓸 수 없구나 싶습니다. ‘육아’란 이름으로 ‘아이를 키운’ 이야기란 있을 수 없어요. 아이하고 살아가면서 아이한테서 배운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 싶습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워요. 그래서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운 이야기”를 적습니다. 아이는?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마음에 새깁니다.


  어른은 이야기를 남기고, 아이는 사랑을 새깁니다. 어른은 이야기를 짓고, 아이는 사랑을 가꿉니다. 어른은 이야기를 노래하고, 아이는 사랑을 꿈꾸지요. 이렇게 두 사람, 어른하고 아이는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숨결로 거듭납니다. 삶을 노래하며 이야기가 태어나고, 살림노래를 들으면서 사랑스레 웃고 뛰놀면서 씩씩하게 자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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