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읽기 책읽기



  책을 안 좋아한다기보다 책하고 등진 채 살아가는 사진가들이 책집에 우르르 몰려들어서 사진을 찍는다면 책집을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보는 사진을 찍을 만할까요? 골짜기나 멧자락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노는 분들이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릴 적하고 비슷할 텐데요, 모든 일은 맞물립니다. 아침에 고흥교육청 전화를 받고 도장 하나 찍으러 마실을 다녀오는데, 고흥읍 버스터부터 교육청까지 걷는 길에, 교육청에 군청 앞을 지나 다시 버스터로 돌아오는 길에 끝없이 넘어질 뻔했습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고 찻길로 자동차만 지나다니는데요, 거님길이라고 하는 데는 울퉁불퉁하기 일쑤요, 크고작은 자갈이 널렸으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님길이라거나 갑자기 푹 꺼진 자리가 참 많습니다. 아마 고흥군수도 고흥군 공무원도 이 길을 안 걷겠지요. 안 걸으니까 모를 테고, 안 걸으니까 길바닥이 어떠한지조차 안 헤아리겠지요. 우리는 책을 꼭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을 읽고 살림과 사람을 읽어야 합니다. 삶길도 살림길도 사람길도 읽어야 합니다. 이처럼 읽는 눈이 없이 책을 손에 쥔다면, 무엇을 얻을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가꾸지 않고서 사진기를 손에 쥔다면, 무엇을 찍을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키우지 않고서 대통령이나 군수나 공무원이 된다면, 무엇을 할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돌보지 않고서 아이를 낳는다면, 무엇을 가르칠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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