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시렁 201


《조선말 큰 사전》

 조선어학회 엮음

 일유문화사

 1947.10.9.



  우리는 오늘날 손전화나 셈틀을 켜면 낱말찾기를 어렵잖이 할 수 있습니다. 번역기도 쉽게 찾을 만합니다. 굳이 두툼한 종이사전이 없어도 낱말을 다 찾아볼 만하다고 여길 텐데, 손전화나 셈틀에 있는 낱말찾기도 낱말을 차곡차곡 갈무리해 놓은 땀방울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이 나라에 아직 한국말사전다운 사전이 없던 무렵, 조선어학회는 오래도록 땀을 흘려 1947년 한글날에 《조선말 큰 사전》 1권하고 2권을 내놓습니다. 이러고서 열 해 뒤인 1957년에 3권∼6권을 내놓으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낱말을 두루 모으는 틀’로 사전을 바라보았습니다. 2020년을 코앞에 둔 요즈음도 사전을 이런 눈으로 보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전도 거듭나야 하겠지요. 더 많은 낱말을 모아서 더 두툼하게 낼 사전보다는, 낱말 하나를 더 깊고 넓게 헤아려서 제대로 익혀서 쓰도록 돕는 사전이 나올 때이지 싶습니다. 사전이 따로 없었어도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즐겁게 하며 나누었습니다. 사전이 없던 무렵 이곳에 쳐들어온 군홧발에 억눌리며 사람들은 빠르게 말을 잊었습니다. 오늘날 한국말이 어지럽다면 왜 어지러운지는 쉽게 어림할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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