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는 책읽기



  서울마실길에 어느 공원에서 마을아이들하고 어울려 놀던 큰아이는 어느 어른이 귀뚜라미를 함부로 손가락으로 튕겨서 날리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큰아이는 귀뚜라미가 깜짝 놀라며 아파하는 줄 느꼈고, 귀뚜라미를 손가락으로 튕긴 어른한테 귀뚜라미가 싫어하는 그런 걸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답니다. 귀뚜라미를 손가락으로 튕긴 어른은 큰아이한테 ‘어른한테 그런 말 하는 것 아니다!’ 하면서 나무랐다고 하더군요. 큰아이는 울먹울먹하면서 말을 못하고, 큰아이하고 어울려 놀던 마을아이들이 이 얘기를 들려주었어요. 큰아이를 토닥이고 품에 안고서 속삭였습니다. “벼리야, 누가 벼리를 보고 예쁘고 멋지고 훌륭하다고 하면 기쁘니? 생각해 보렴. 누가 벼리를 보고 좋다고 하든 나쁘다고 하든, 그건 벼리 참모습이 아니야. 그저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그 사람 모습일 뿐이야. 누가 우리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기에 우리가 아름답지 않아. 누가 우리를 보고 멍청하다고 말하기에 우리가 멍청하지 않아. 우리는 우리일 뿐이야. 몸집은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닌 사람이 많아.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벼리 같은 어린이를 얕보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이 벼리한테 무슨 말을 할 적마다 웃을 일도 울 일도 없단다. 벼리 마음을 보렴. 그리고 귀뚜라미는 걱정할 일 없어. 귀뚜라미는 풀밭에 깃들어 잘 쉴 테야.” 멋모르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멋모르고 뜬금없이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밝히는 책을 손에 쥐고도 이 이야기를 저 이야기나 그 이야기처럼 잘못 짚는 사람이 있습니다. 멋모르는 말에 하나하나 대꾸하다가는 우리 삶이 흐려지겠지요. 겉멋을 꾸미는 길이 아닌, 삶멋을 짓고 삶맛을 펴며 삶길을 고이 가꾸는 마음을 품으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이웃을 그립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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