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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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3


《오늘도, 무사》

 요조

 북노마드 2018.6.25.



책방 앞에 두었던 길고양이 밥그릇이 두 번째로 없어졌다. 처음 없어졌을 때에도 어떤 의도를 읽긴 했는데, 이번에 분명해졌다. (119쪽)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며 그림책 출판을 고수하시는 민찬기 대표님의 멋진 고집, 그리고 ‘콘서트’니까 노래도 있어야 하고 춤도 있어야 한다며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고 시를 짓고 춤도 추셨던 아이 같았던 최종규 작가님, 그리고 아직 풋내기인 나. (143쪽)


유시민 작가님과 정유정 작가님과 나란히 내가 있다! 묻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영원히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틈에 묻어 다니고 싶다. (239쪽)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간판이 일부만 떨어져나간 나지막한 제주의 옛 건물이 있다. 누군가 귀띔해 주지 않는다면 그곳이 책방인 줄 모르고 지나갈 법한 공간, 바로 책방 무사다. (248쪽)



  누구나 책집을 열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느 회사원이나 공무원도, 책을 사랑하는 여느 어린이나 젊은이도 책집을 열 수 있습니다. 배우나 시인으로 살다가도 책집을 열 만하고, 시장이나 군수로 살다가도 책집을 할 만합니다. 대통령으로 일하다가 책집을 열어도 되지요.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니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책을 읽어 배움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숲에서 온 종이로 빚은 책은 사람들 앞에서 금을 긋지 않습니다. 누구한테나 열린 이야기꾸러미인 책이요, 어디에서나 시원스레 트인 이야기보따리인 책입니다.


  《오늘도, 무사》(요조, 북노마드, 2018)는 서울에서 연 책집을 제주로 옮긴 요조 님이 이녁 발자취를 그러모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에 실린 글을 〈책방 무사〉 누리집에서 먼저 읽었습니다. 뭇 책집지기가 저마다 누리집에 올리는 책집 일기를 즐겁게 읽던 터라, 이 일기를 곱게 묶은 책은 늘 반갑게 맞이합니다.


  글쓴이요 책집지기요 노래지기인 요조 님이 이 책에 살풋 쓰기도 했는데, 2016년에 이녁을 인천 어느 책수다자리에서 처음 마주하면서, 이분이 머잖아 책집 일기를 써서 책으로 낼 줄 알았습니다. 이태가 걸렸군요.


  어느 모로 보면 좀 이르게 책집 일기를 낸 셈입니다. 이 책은 이야기보다는 사진하고 빈자리가 좀 많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보다 사진하고 빈자리가 많은 일기란, 앞으로 새로 채울 자리가 많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책집(독립책방)은 책시렁을 굳이 빈틈없이 채워야 하지 않습니다. 책집지기가 사랑하는 책, 사랑할 만한 책, 사랑하려는 책, 사랑을 느끼는 책, 사랑을 배우는 책, 사랑을 노래하는 숨결이 반가운 책 들을 천천히 갖추어도 좋습니다. 더 많은 책손한테 더 많은 책을 팔기보다는, 즐겁게 책마실 나서는 이웃하고 상냥하게 책수다를 나눌 만한 책집이 되려는 쉼터 가운데 하나로 뚜벅걸음을 하려는 〈책방 무사〉가 되기를 빕니다.


  서른 해 뒤에도 책집지기일 수 있기를, 쉰 해 뒤에도 책집님일 수 있기를, 일흔 해 뒤에도 책집을 노래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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