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머리핀일까



  제 머리카락을 여미는 머리핀은 제가 골라서 장만합니다. 큰아이가 골라서 쓰던 머리핀이 아니요, 큰아이가 저한테 빌려주거나 선물한 머리핀도 아닙니다. 둘레에서는 제가 머리카락을 여민 핀이 마치 큰아이 것이 아니냐고 묻는데, 왜 곱거나 예쁜 머리핀은 열한 살 아이가 고를 만하다고 여길까요? 알록달록 무지개처럼 빛나는 고운 옷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만 이러한 것을 써야 할 일이 없고, 저러한 사람만 저러한 것을 다루어야 할 일이 없습니다. 눈을 뜨고 헤아려야 합니다. 마음을 틔우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는 틀에 박힌 눈길이란 고전물리학입니다. 이곳에서는 이것만 태어난다고 여기는 고전물리학은 낡은 눈높이입니다. 외곬로 매인 눈으로는 책을 읽지 못합니다. 밝게 뜬 눈이 아니라면 책을 살피지 못합니다. 환히 튼 마음이 아니라면 책마다 서린 갖가지 이야기를 얻어 가지 못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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