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못 쓰는구나



생각해 보면, 나는 예전에 하고픈 말을 거의 못하거나 안 했다.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모르기도 했고, 수줍다는 생각에 입을 벙긋거리지도 못하기 일쑤였다. 이런 몸짓이나 마음씨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바뀌었고, 글만 쓸 노릇이 아닌 말로 함께 펼 노릇이라고 깨달았으며, 말하고 삶이 천천히 하나로 모이면서 ‘속에 응어리로 담기’가 어느새 사라졌구나 싶다. 누가 불쑥 묻더라도 그렇다. “그대한테 응어리가 있나요?” 하고 나한테 묻는다면, “응어리라고 하는 아이를 왜 키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할 일만 합니다. 제 삶은 제가 할 일을 하는 데에 쓸 생각이비다.” 하고 대꾸한다. 우리가 글을 못 쓴다면, 글솜씨가 없다는 ‘못 쓴다’를 비롯해서, 글을 쓸 틈을 내지 못한다는 ‘못 쓴다’라고 한다면, 참으로 바쁘거나 힘들거나 고되거나 아프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틈을 내지 못하고, 제 속내를 그때그때 홀가분하게 밝히기를 꺼리고, 이러면서 자꾸 묵히고 누르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삭여서 먹는 김치가 맛있다면, 김치이니까 맛있다. 굳이 응어리를 삭여서 스스로 괴로워야 할 까닭이 없다. 삶에 날개를 달자. 삶에 꿈이라는 사랑이라는 노래라는 날개를 달자. 미워할 사람이 없고 좋아할 사람이 없다. 모두 우리 곁에 있는 상냥한 벗님이다. 우리는 늘 배우면서 자라니, 즐겁게 글 한 줄을 쓰듯 말하면 되고, 신나게 말 한 마디를 바람에 띄우듯 글을 쓰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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