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숨쉬다



  바위나 돌이 숨을 쉬는 줄 예전부터 알았습니다. 어릴 적에 크고작은 돌을 귀나 볼에 가져다 대면 돌이 얼마나 따뜻하면서 반기는지 몰라요. 돌은 우리가 저희를 가만히 집어서 손바닥에 올려놓을 적에 대단히 기뻐합니다. 커다란 바위는 우리가 저희한테 다가가서 몸을 맡겨 기대면 아주 좋아합니다. 돌이나 바위는 매우 단단하면서 무거운 몸으로 이 별에 있어요. 그래서 돌이나 바위는 저희 몸으로 나들이를 다니지는 않습니다. 돌이나 바위는 무거운 몸에서 숨결로 빠져나와서 홀가분하게 온누리를 날아다녀요. 우리가 작은 돌을 손바닥에 얹으면, 돌이 그동안 넋으로 온누리를 날아다닌 이야기를 우리한테 마음으로 들려줍니다. 우리가 커다란 바위에 몸을 기대거나 안기면, 돌이 여태 넋으로 온누리를 두루 누빈 이야기를 우리한테 마음으로 알려주고요. 퍽 오랫동안 돌이나 바위하고 안 놀았다고 느낍니다. 아마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여러모로 할 일이 늘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댈 만할 테고, 어른이란 몸을 입으면서 돌이나 바위보다는 다른 동무나 놀잇감이 생겼다고 할 만할 테지요. 참으로 오랜만에 아주 느긋하게 바위 품에 안겨 엎드려 보았습니다. 커다란 바위는 처음에는 시큰둥해 하는 듯했지만, 어느새 아주 기쁨이 차올라서 출렁출렁 너울처럼 큰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이러다가 곧장 저를 꿈나라로 이끌었고, 저는 바위한테 녹아들어서 긴긴 나날 바위가 지구라는 별에서, 또 지구 바깥 뭇별에서 어떤 삶과 이야기를 엮었는지 하나하나 듣고 볼 수 있었습니다. 바위는 단단하면서 묵직한 덩어리로 이룬 새롭고 놀라운 책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