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가 앉다



  사마귀가 제 오른손등에 앉았습니다. 한참 이렇게 앉아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커다란 바위에 몸을 맡겨 오른귀를 대고 엎드리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사마귀가 저를 잠에서 깨우더군요. 이러면서 저한테 물어요.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봐.” “‘하고 싶은 말’이라니, 무슨 말?” “네가 바라는 것, ‘소원’ 같은 말.” “그래? 그러면 내가 돈을 바라면 돈을 줄 수 있니?” “돈? 그게 뭔데? 나(사마귀)는 돈이 뭔지 모르지만 네가 바라면 줄게.” 사마귀가 마음으로 하는 말을 듣다가 슬쩍 웃었습니다. 사마귀는 저한테 제가 바라는 돈이 있으면 주겠다고 하기에 어떤 숫자를 가만히 마음에 띄운 다음 다른 말을 합니다. “그런데 네가 모른다는 돈을 바라고 싶지는 않고, 나는 ‘보금자리숲’이면 좋아.” “알았어.” 사마귀하고 말을 섞다가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태 사마귀를 늘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도 하지만, 정작 사마귀가 제 손등이나 팔뚝이나 어깨나 머리에 올라앉도록 내주지는 않았더군요. 어제(2018.8.4.) 처음으로 제 몸을 맡겼습니다. 사마귀는 아주 부드러우면서 날렵하게, 또 바람 따라 한들한들 춤을 추면서 오랫동안 저하고 놀다가 숲으로 돌아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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