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르지 않을 책



  언제나 배웁니다. 언제나 거듭납니다. 언제나 하늘을 날고 물살을 밟고서 걷습니다. 언제나 노래합니다. 언제나 춤춥니다. 언제나 웃고 웁니다. 언제나 사랑하고 언제나 꿈꾸다가 언제나 잠듭니다. 우리는 언제나 무엇이든 합니다. 꼭 어느 때가 되어야만 배우거나 사랑하거나 노래할 까닭이 없습니다. 언제나 하기에 여느 자리에서도 할 수 있고, 언제나 하려고 나서기에 즐겁거나 기쁘게 깨어나는 몸짓으로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어야 하거나 저 책이니 안 될 일은 없어요. 이 책이니까 느리게 배운다거나 저 책이라서 빠르게 배우지 않습니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라면 어느 책이든 삶을 읽도록 북돋웁니다. 배우려고 하는 눈빛이라면 책값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려고 하기에 모든 책에서 배우며, 배우려고 하기에 책값으로 쓰는 돈하고는 댈 수 없이 어마어마한 살림돈을 새로 얻어요. 거스르기에 못 배우고, 거스르기에 손에 책을 못 쥐며, 거스르기에 책값 한 푼에 벌벌 떨면서 제자리걸음이나 쳇바퀴질입니다. 2018.7.2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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