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93. 나누는 사이



어버이하고 아이는 나누는 사이로구나 싶다. 길든 짧든 깊든 얕든 무엇이든 나누는 사이라고 할까. 즐거움이든 미움이든, 노래이든 짜증이든, 참말로 아무것도 안 가리면서 모조리 나누는 사이로 하루를 지내지 싶다. 처음에는 이모저모 알려주느라 바쁘거나 힘들거나 벅찰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품을 들이고 말미를 써서 알려주고 나누는 사이에 서로 새롭게 자란다. 듣는 사람은 품이랑 말미를 들여서 듣는 동안 ‘예전에도 들었지. 그런데 예전에는 아직 살갗에 와닿지 않았어. 이제 조금씩 와닿는구나’ 하고 여기면서 자란다. 말하는 사람은 품이랑 말미를 써서 말하는 동안 ‘예전에 말할 적에 못 알아듣거나 잊었다면 더 살피고 따져서 새롭게 알려주어서 배우도록 해 보자’ 하고 여기면서 자란다. 나누는 사이로 지내기에 나중에는 열 마디 말이 없어도 마음으로 살뜰히 읽으면서 수월히 지낼 만하다. 나누는 사이가 아닐 적에는 처음이든 나중이든 아무런 얘기가 오가지 않았으니 울타리나 담이 높을 뿐 아니라 두툼하다. 우리가 사랑이나 꿈이나 생각을 나누는 사이라 한다면, 번거롭거나 성가시거나 귀찮아 하지 말 노릇이다. 차분히 기다리면서 듣고, 찬찬히 지켜보면서 말할 적에 나눌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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