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서울에서는 건물 사이를 휭휭 바람이 지나다닙니다. 서울바람은 건물바람에 자동차바람에 찻길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시골에서는 시골길을 가로지르기도 하지만, 농약이나 비닐이나 비료 내음을 듬뿍 머금고 불기도 합니다. 이 바람은 숲에서 숲내음을 물씬 싣지요. 그리고 이 바람은 핵발전소에서는 방사능을 머금고, 화력발전소 곁에서는 잿가루를 머금어요. 우리는 어떤 바람을 마시는 살림일까요? 우리는 어떤 바람을 몸에 넣으면서 두 손에 어떤 책을 쥐어 어떤 이야기를 마음에 심으려는 하루일까요. 바람이 붑니다. 새로운 바람도 불지만 매캐한 바람도 붑니다. 바람은 그저 머금어서 실어 나를 뿐입니다. 우리 몸이나 마음도 우리가 살아가는 결에 따라서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입니다. 어떤 책을 어떤 눈으로 어디에서 가리거나 추려서 어떤 손으로 쥐어 읽겠습니까? 2018.7.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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