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책은 같아서



  저는 이제껏 뜨겁게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 앞서 서른세 권째 책인가를 내놓았지 싶고, 곧 서른네 권째 책인가를 내놓습니다만, 저도 제 책을 세지 않을 뿐더러, 늘 꾸준히 새로 나오니 숫자세기는 영 부질없는데요, 뜨겁게 살기에 책을 써내지 않아요. 예나 이제나 늘 노래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으려 하니 어느새 책이 태어납니다. 문득 돌아보면, 스무 살 언저리에 하루도 삶터도 이웃도 참으로 갑갑하다고 여겨서 ‘이 오늘을 갈아치우는 길’은 무엇인가 하고 헤아리면서 ‘새로 맞이할 모레를 그리면서 오늘을 살자’고 여겼습니다. 이러면서 제 곁에 두는 책도 새삼스레 갈무리했어요. 오늘 하루 빛나는 책이 아닌, 앞으로 두고두고 빛이 날 책을 곁에 두자고 여겼습니다. 둘레에서 사람들이 오늘 널리 읽는 책이 아닌, 앞으로 널리 읽힐 수밖에 없으면서, 앞으로 사람들 가슴에 고이 씨앗으로 깃들 책을 스스로 쓰고 스스로 찾아서 읽기로 했습니다. 제가 걷는 길은 참말 언제나 노래하는 길입니다. 다른 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웃님한테도 이렇게 말해요. “우리 함께 노래해요.” 2018.7.1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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