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저하고 처음 얼굴을 마주하시는 분이라면 으레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거나 어려서 깜짝 놀랐다는 말씀을 으레 하십니다.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왜 나이가 있거나 많아야 어떤 일을 제법 잘 한다고 여기는지 아리송하거든요. 제가 스무 살 무렵에는 마흔 살쯤인 줄 알았다고들 하고, 서른 살 무렵에는 쉰 살쯤인 줄 알았다고들 하더니, 마흔 살 무렵에는 예순이나 일흔 살쯤인 줄 알았다고들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며 늘 빙그레 웃고는 보태어 얘기하지요. 사람은 어느 일이든 나이로 하지 않고 길을 걸으면서 할 뿐이라고 말예요. 우리는 누구나 어느 길을 어떤 마음으로 걷느냐에 따라 일을 잘 하거나 못 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열 살 나이라도 더 어려서부터 즐겁게 해 온 일이 있으면 일손이 붙어서 잘 해요. 서른 살 나이라도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라면 열 살 어린이보다 훨씬 어설프겠지요. 우리는 나이로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걸음걸이로 일합니다. 우리는 나이값으로 발자국을 찍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림손으로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나이값으로 찍힌 발자국에서 눈을 거둘 노릇입니다. 살림손으로 가꾼 보금자리를 바라보는 눈을 키울 노릇입니다. 나이라는 숫자가 아닌, 겉모습이라는 허울이 아닌, 보금자리라는 살림을, 사랑이라는 씨앗을 바라보면 됩니다. 2018.7.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