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고흥에 있는 국립청소년우주센터 기념품집 눈높이에 맞추어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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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하지 않습니다



  책집을 열거나 기념품집을 하면서 책을 팔기는 어려울 수도 쉬울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스스로 어렵게 여기면 언제나 어렵고, 스스로 쉽게 여기면 언제나 쉬워요. 사람들은 책을 안 좋아해서 책을 안 사거나 안 읽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책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책을 못 사거나 못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집에서든 기념품집에서든 사람들한테 먼저 책을 알려야 합니다. 책을 팔기 앞서 알려야지요. 책을 알리지도 않는데 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책을 안 알려도 책을 팔 수 있다면, 이때에는 책을 좀 알거나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다들 책을 잘 알거나 널리 읽는다면 굳이 책집지기나 기념품집지기가 책을 알릴 일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빵집에서 빵집지기가 굳이 빵을 알리지 않습니다. 다만, 빵집지기도 새로 구운 빵이 있으면 빵집 손님 가운데에서 낯설어 하거나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찬찬히 이야기해 주지요. 또 늘 빵집에 오는 손님이 그날그날 어떤 빵을 고르면 좋을까 하고 물을 적에 그날그날 어느 빵이 더 어울리겠다고 알려주지요. 이처럼 책집지기나 기념품집지기는 손님을 살펴서 낱낱이 책이나 기념품을 알려주기도 해야 하지만, 그날그날 맞추어 그날그날 어울릴 만한 책을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생각해야지요. 빵은 거의 틀에 잡힌 대로 구우니 아주 새로운 빵을 굽는 일은 드뭅니다. 이와 달리 책은 날마다 새로 쏟아집니다. 이 엄청난 책물결 사이에서 그날그날 알맞춤한 책을 가려내기란 처음부터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책을 팔려면, 새로 쏟아지는 책물결 사이에서 책집이나 기념품집에 갖출 책부터 슬기롭게 골라야지요. 그리고 이렇게 가려내거나 골라낸 책을 우리 책집이나 기념품집에 따로 놓는 뜻을 알려야 합니다. 교보문고나 알라딘중고서점처럼 아주 커다란 곳이라면 온갖 책을 다 갖추니, 책손한테 굳이 우리 책집이나 기념품집이 왜 다른가를 알릴 까닭이 없어요. 그러나 작은 크기로 꾸리는 책집이라든지, 국립청소년우주센터 기념품집처럼 남다르게 꾸리는 곳이라면 달리 생각하고 새롭게 보아야 합니다. 이 작은 책집에 어떤 책을 골라서 놓는지, 국립청소년우주센터 기념품집에 왜 이러한 책을 가려서 두는지 손님한테 알려주어야지요. 그리고 이러한 책집이나 기념품집에 놓은 책마다 짤막하게나마 알림글을 달아 줄 노릇입니다. 적어도 석 줄, 길면 열 줄이 넘지 않도록, 책집이나 기념품집에 갖춘 책을 책집지기나 기념품집지기 눈썰미나 마음결에 맞추어 읽은 기쁨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알림글을 종이에 손글씨로 적어서 붙이면 좋아요. 이렇게 해 놓으면, 작은 책집이나 기념품집을 찾아온 손님은 알림글을 눈여겨보아요. 알림글을 눈여겨보지 않는 손님이 있으면, 이 알림글을 한번 읽어 보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해 볼 만합니다. 이렇게 하면 책이 저절로 제길을 찾아서 떠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렇게 마음을 쓰고 손을 쓰며 생각을 쓰고 글까지 쓸 적에 비로소 책이 움직여서, 즐거운 손님한테 즐거운 읽을거리로 찾아가지요. 이러면서 작은 책집이나 기념품집이 할 몫이 하나 더 있어요. 반품하지 않기입니다. 갖추는 책을 출판사에 돌려보내지 않기로 다짐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모두 손님 손에 가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품으면, 참말로 모든 책을 저마다 다르면서 재미있고 새롭게 파는 길을 열 만합니다. 자, 생각해 봐요. 작은 책집이나 기념품집에서 애써 고르거나 가린 책이라면, 날마다 쏟아지는 책 가운데 얼마나 알뜰히 살펴서 추린 책일까요? 반품할 만한 책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테지요. 아직 손님이 못 알아본 책이 있을 뿐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는 알뜰히 추려내어 책집이나 기념품집에 갖춘 책을 어떻게 하면 즐거우면서 새롭게 책손 품에 안기도록 팔 수 있는가 하는, 즐거우면서 새로운 길을 아직 덜 찾았다는 이야기예요. 반품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새길찾기하고 멀어져요. 즐겁게 팔려고 생각하면 즐겁게 파는 길을 열 수 있고, 새롭게 나누려 하면 새롭게 나누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어렵다고 여기면 어렵다는 말을 되새겨 주셔요. 어려움도 쉬움도 아닌, 즐거움을 마음에 품고서 다시 바라보면, 그야말로 새로 책집살림 기념품집살림을 북돋울 만합니다. 자, 생각해 봐요. 이 멋진 책집이나 기념품집뿐 아니라, 이를테면 국립청소년우주센터를 드나드는 숱한 어린이하고 푸름이하고 어른한테 이 멋진 책(또는 기념품)이 가도록 길을 내는 기쁜 일을 생각해 봐요.2018.7.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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