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시렁 43


《르네상스 49》

 편집부

 도서출판 서화

 1992.11.1.



  순정만화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왔을까요? 어쩌면 그러리라 봅니다. 그런데 ‘순정(純情)’이라는 한자말은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 곧 “티없는 마음이나 사랑”을 나타낸다고 하니, ‘순정만화 = 여자만 보는 만화’라는 눈길은 더없이 어긋나거나 엉뚱하다고 여길 만합니다. 티없는 마음이나 사랑은 남녀 모두 갖출 아름다운 모습일 테니까요. 순정만화를 담은 잡지 《르네상스》 마흔아홉 걸음은 다달이 한 권씩 모두 네 해를 꼬박 채워서 펴낸 발자국을 기리려는 뜻으로 여러 만화가가 모여 도란도란 피운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싣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이 그리는 만화는 저마다 꽃이 되어 잡지를 이룹니다. 여러 사람이 꾸준히 일구어 지핀 만화라고 하는 밭자락에는 꿈이나 사랑을 비롯해서 삶과 살림을 거쳐 웃음하고 눈물을 나누는 아름다운 보금자리 이야기가 흐릅니다. 1990년대에 ‘만화잡지’ 《르네상스》는 남학생한테 안 팔았습니다. 여학생만 사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남학생은 빌려서 보기에도 눈치를 살펴야 했고, 아예 안 빌려주기 일쑤였습니다. 어쩌면 뭇사내는 ‘맑은 마음·사랑’을 담은 만화를 멀리하면서 거친 마음이 되지 않았을까요? ㅅㄴㄹ



[황미나] 잘된 점이야 일일이 열거할 수 없고,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작부터 전체적으로 ‘작품을 평준화’시켰다는 데 문제점이 있는 듯합니다. [이정애] 그림도 그림이지만 르네상스는 전통을 너무 사수하는 것 같아요. 그림의 색감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변화가 미약해요. [차성진] 일반 잡지와 비교되도록 좀더 만화스럽고, 공간활용에 충실하였으면. [원수연]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너무 일찍 타협하는 경향들이 있어 아쉽습니다. 신인이면 신인답게 최고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365∼36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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