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처럼 창비시선 67
황선하 지음 / 창비 / 1988년 3월
평점 :
절판


노래책시렁 1


《이슬처럼》

 황선하

 창작과비평사

 1998.3.20.



  하루는 언제나 노래입니다. 노래가 아닌 하루란 없습니다. 딱 잘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 즐거워 즐거운 노래이고, 따분해 따분한 노래이며, 슬퍼서 슬픈 노래입니다. 신나는 노래라든지 아름다운 노래일 수 있고, 아프거나 고단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좋은 노래이든 나쁜 노래이든 늘 흐르는 노래요, 이 노래는 바로 우리 스스로 짓고 부릅니다. 《이슬처럼》이란 노래책(시집)을 선보인 분은 이밖에 다른 노래책을 더 선보이지는 않으신 듯합니다. 조용히 노래를 부르다가 조용히 노래책을 펴냈고, 조용히 삶을 노래하면서 조용히 하루를 지었지 싶습니다. 아침을 열며 어떤 노래를 부를는지 우리 스스로 고르기 마련입니다. 저녁을 닫으며 어떤 노래를 부를는지 우리 스스로 새삼스레 고릅니다. 낮에는 어떤 노래를 부르려나요? 즐겁게? 짜증스럽게? 힘겹게? 가뿐하게? 어떤 노래이든 언제나 스스로 지어서 부르는 줄 돌아볼 수 있다면, 하루를 누리며 부를 노래를 섣불리 고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꼭 멋져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잘생기거나 이뻐 보여야 하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바람결처럼 상냥한 손길로 지을 수 있는 노래이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학생들 등학교 시간에 때 맞추어 교문 앞에 나와서 꽃을 파는 아주머니. 우리 학교 2학년 아무개의 어머니라던가. / 들통 하나에 가득 담은 꽃이 통 안 팔린 날은 보기에 안쓰러워 따뜻한 인사말 몇 번 건넸더니, 그게 그렇게도 고맙게 느껴졌던지, 하루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막내딸을 시켜, 조선의 그윽한 가을을 머금은 국화꽃 한 묶음을 보내왔더라. (사람 3/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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