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23.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18.4.25.



아침에 미역국이나 무국을 끓일까 싶기도 하지만, 국물고기가 없으니 읍내에서 고기를 장만해 오면 하자고 생각한다. 얼음칸에 양송이스프 가루가 있기에 두 아이를 불러서 한 아이는 감자하고 당근을 다듬도록 심부름을 맡기고, 한 아이는 파란 물병을 채워서 햇빛이 드는 평상에 놓으라고 말한다. 심부름을 마친 두 아이는 방으로 쪼르르 들어가 저희 놀이를 한다. 오늘은 따로 밑밥을 마련하지 않으니 느긋하네. 빗소리를 들으며 가지를 어디에 옮겨심을까 헤아린다. 홀로 부엌에서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을 읽으며 국이 눋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젓는다. 이임하 님은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옛날부터 이 땅에서 여성이 어느 자리에 있었는가를 짚는다. 때로는 남녀가 고른 자리에 있기도 했다지만, 고려를 지나면서 여성을 짓누르는 틀이 부쩍 높아졌단다. 일제강점기에는 이 틀이 더 단단해졌다는데, 전쟁 소용돌이를 지나면서 집안 기둥을 하는 여성이 늘며 조금씩 이 틀을 흔들었단다. 요즈음은 어떠할까? 이제 우리는 서로 고른 자리에서 어깨동무를 할까? 아직도 제국주의·봉건주의 가부장 틀로 윽박지르는 얼거리일까? 앞으로 역사는 ‘전쟁·궁중 남성사’가 아닌 ‘삶을 짓는 착한 사람 이야기’로 거듭나고, 삶터도 거듭날 노릇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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