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느티나무 서재) &gt; 흐르는 강물처럼</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category/73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불의에 물들지 않는 사람으로 살되, 불의한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마라. 다만 불의한 사람을 긍휼히 여겨라.[前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이대규 교수]</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25 May 2012 12:15:38 +0900</lastBuildDate><image><title>느티나무</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83902183702004.jpg</url><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category/73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느티나무</description></image><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늙은 소나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5164651</link><pubDate>Mon, 24 Oct 2011 19: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5164651</guid><description><![CDATA[늙은 소나무<br />
<br />
&#160;<br />
-&#160;김광규<br />

&#160;<br />
<br />
새마을 회관 앞마당에서<br />
<br />
자연 보호를 받고 있는<br />
<br />
늙은 소나무<br />
<br />
시원한 그림자 드리우고<br />
<br />
바람의 몸짓 보여주며<br />
<br />
백여 년을 변함없이 너는 <br />
<br />
그 자리에 서 있었다<br />
<br />
송진마저 말라 버린 몸통을 보면<br />
<br />
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br />
<br />
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회원들은<br />
<br />
시멘트로 밑동을 싸 바르고<br />
<br />
주사까지 놓으면서<br />
<br />
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br />
<br />
아무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도<br />
<br />
늙음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br />
<br />
오래간만에 털썩 주저앉아 너도<br />
<br />
한번 쉬고 싶을 것이다<br />
<br />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에<br />
<br />
몇 백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br />
<br />
너의 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br />
<br />
백여 년 동안 뜨고 있던<br />
<br />
푸른 눈을 감으며<br />
<br />
끝내 서서 잠드는구나<br />
<br />
가지마다 붉게 시드는<br />
<br />
늙은 소나무<br />

&#160;
* 지난 주말 빗속을 뚫고 경북 영덕의 칠보산 자연휴양림, 울진의 불영사,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을 다녀왔다. 불영사로 들어가기 전 잠시 들렀던 행곡리 처진 소나무를 보며 떠오른 시 한 편. 마침 지난 주 수업시간에 읽었던 시인데, 행곡리 처진 소나무를 보니 바로 생각이 났다.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데, 인간만 늙지 않으려고 애쓴다.
* 행곡리 처진 소나무의 모습은 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162438&#160;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수선화에게</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214079</link><pubDate>Sun, 24 Oct 2010 00: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214079</guid><description><![CDATA[수선화에게

&#160;
&#160; - 정호승&#160;
&#160;
울지 마라<br />
<br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br />
<br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br />
<br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br />
<br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br />
<br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br />
<br />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br />
<br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br />
<br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br />
<br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br />
<br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br />
<br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br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1998&#160;
&#160;
&#160;&#160; 어제 우리 학교에서 시낭송 축제를 했다. 전라북도 모악산 자락에 혼자 사시다 몇 년 전에 지리산 근처의&#160;하동 악양으로 이사한 박남준 시인도 먼길을 달려오시고, 학생들이 준비한 시 낭송, 시 노래, 시 연극, 유씨씨 등을 곁들여서 소박하지만 가을밤에 어울리는 축제였다. 우리 동아리 학생들도 어줍잖게 참가를 하게 되어서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공연을 지켜봤다. 그러다가 2학년 학생들이&#160;정호승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수선화에게'를 부르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눈물이 살짝 날 것만 같았다.&#160;&#160;
&#160;&#160; 동아리 지도 선생님께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시를 낭송하시고,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래를 불렀던 OO이가 미리 써 온 짧은 시 감상문을 읽었다. - 읽은 내용 중에 약하고 여린 존재거나, 강하고 굳센 존재거나 모든 존재는 외롭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 속을 쑥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전부터 눈가가 살짝 빨개지기는 했지만!&#160;
&#160;&#160; 우리 동아리의 공연도 무사히 끝났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안치환의 '수선화에게'를 들었다. 페이퍼에 담아두려고 검색했으나 유튜브에는 가수 양희은이 부른 영상이 하나 있는데, 퍼오기가 안 되는 것 같았다.&#160;이틀 동안 이 노래가 머리 속에서 맴돈다.&#160;
&#160;&#160; 행복한 가을이다.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길</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061770</link><pubDate>Sun, 29 Aug 2010 23: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4061770</guid><description><![CDATA[길&#160;
&#160;
- 도종환&#160;&#160;&#160;
&#160;

우리 가는 길에 화려한 꽃은 없었다.&#160;
자운영 달개비 쑥부쟁이 그런 것들이&#160;
허리를 기대고 피어 있을 뿐이었다.&#160;
그래서 빛나는 광택도&#160;
내세울 만한 열매도 많지 않았지만&#160;
허황한 꿈에 젖지 않고&#160;
팍팍한 돌길을 천천히 걸어&#160;
네게 이르렀다&#160;
&#160;
살면서 한 번도 크고 억센 발톱과&#160;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160;
귀뚜라미 소리 솔바람 소리&#160;
돌들과 부대끼며 왁자하게 떠드는 여울물 소리&#160;
그런 소리와 함께 살았다&#160;
그래서 형제들 앞에서 자랑할 만한 음성도&#160;
세상을 호령할 명령문 한 줄도 가져보지 못했지만&#160;
가식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며&#160;
네게 이르렀다&#160;
&#160;
낮은 곳에는 낮은 곳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다&#160;
네 옆에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있다&#160;
&#160;
- 해인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 2006]]></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행복</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3866964</link><pubDate>Thu, 01 Jul 2010 00: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3866964</guid><description><![CDATA[행복 - 징계를 앞두고&#160;
&#160;
노영민 (부산 사직고 교사)
&#160;
그간 행복이 참 많았다<br />
빠지는 달 없이 월급 통장에 꽂혔고<br />
그 돈 빼내어 맛있는 것 해먹고 옷 사입고<br />
가고 싶은 곳 가고<br />
아이들 대학에도 보냈다<br />
크게 아픈 일 없었고<br />
한데로 밀려나 산 적도 없었다 <br />

<br />

그간 행복이 참 많았다<br />
가르치는 일 마친 퇴근길<br />
성지곡 삼나무 길 걷고, 보듬고 <br />
호수에 그림자 담그고 막걸리도 마셨다<br />
버스는 어김없이 내 앞에 서주었고<br />
잘 다녀오세요, 아침에 배웅했던 아내는 <br />
여보 왔어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br />

<br />

이제 조금 힘든 일이 생겼다<br />
마음에 둔 정치인에 몇 푼 후원한 일이 죄가 되는 세상,<br />
그것이 해임과 파면의 사유가 되는 시대<br />
학교를 잠시 떠나야 할 일이 생겼다<br />
수업 시작하기 앞서 “휴지 주워라”, 그 말 못 하게 될 일이 생겼다 <br />

<br />

잠시 통장에 돈 꽂히는 일이 멈추고<br />
돈 빼쓰는 일이 조심스러워질 것이다<br />
“노영민 선생님 안녕하세요?” <br />
언제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특수반 현오를 못 보게 될 것이고<br />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그늘보다 먼지 나는 운동장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br />
조금 고통스러운 일이 생겼다 <br />
<!--ⓘ AD kisa banner include 시작--><br />
고통이 곧 불행은 아님을 나는 믿는다<br />
성지곡 삼나무는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고<br />
운동을 마친 아이들은 여전히 수돗가 물을 덮어쓸 것이고<br />
집의 문은 나를 위해 열려 있을 것이다 
<br />

예기치 않은 힘든 일로<br />
가족들은 더 단단히 묶이고<br />
자식들은 스스로의 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br />
이해해주시는 늙은 아버지, 장모님께는 내 몸을 더욱 가차이 기댈 수 있을 것이다 <br />

<br />

그간 행복을 행복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행복이 많았다<br />
고통이 곧 불행이 아님을 믿는 나는<br />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축복 <br />
고통은 행복의 감수성을 키우고 <br />
삶에 대한 환희와 감사의 마음을 벼리는 기회가 될 것임을 믿는다<br />
새로운 행복의 씨앗이 될 것임을 믿는다&#160;&#160;
<br />

6.30 전교조 공무원 노조 힘내라, 지키자 민주주의! 부산시민대회에서
&nbsp;
&nbsp;]]></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3241549</link><pubDate>Wed, 02 Dec 2009 22: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3241549</guid><description><![CDATA[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160;&#160;&#160;

&#160;
- 이원규&#160;
&#160;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160;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160;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160;
아무나 오지 마시고&#160;
&#160;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160;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160;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160;
&#160;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160;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160;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160;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160;
&#160;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160;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160;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160;
&#160;
벽소령에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160;&#160;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br />

&#160;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160;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160;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160;
&#160;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160;
&#160;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160;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160;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160;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160;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160;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160;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160;&#160;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160;
&#160;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160;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160;
&gt;&gt; 접힌 부분 펼치기 &gt;&gt;


    
        
            
            &#160;
            김병관(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천왕봉 농성자대표)&#160;
            &#160;&#160; 어제, 오늘 지리산에 다녀왔다. 이 시는 어제 사진 속의 분이 낭송해 주신 시다.(물론, 안치환의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 분은 지리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의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 계획에&#160;반대해서 10월 12일부터 천왕봉과 천왕봉 아래 장터목대피소에서 무기한 농성중인 분이시다.(어제가 50일째라고 하셨다.)&#160;
            &#160;&#160; 우리가 천왕봉에 올랐다가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오니까 고등학생들이 왔다며 관심을 보이시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계속 필요한 게 없냐고 물으셔서 마침 안 가져온 프라이팬을 빌렸다. 취사장에서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분이 저 분이 시낭송을 하신다고 해서 무슨 시를 낭송하시나 싶어서 모두 귀를 쫑긋!&#160;그런데,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었다.&#160;
            &#160;&#160; 쩌렁쩌렁한 목소리도 아니고, 예쁜 목소리도 아닌데, 남도 특유의 말투가 절묘하게 리듬을 타고 마음 속 깊이 울렸다. 시 낭송의 감동과 함께, 그제서야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지리산을 찾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짧은 낭송이었지만, 행복했다. 덕분에 새벽 일출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물론 탁월한 선택이었다.)
            
        
    

&lt;&lt; 펼친 부분 접기 &lt;&lt;

&#160;&#160;&#160; 2009.12.01.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서 들었던 그 감동 그대로...]]></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3902183503463.jpg</url><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3241549</link></image></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사람들은 왜 모를까 </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784705</link><pubDate>Tue, 14 Apr 2009 16: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784705</guid><description><![CDATA[사람들은 왜 모를까&#160;
&#160;
-&#160;김용택 <br />
<br />
<br />
이별은 손 끝에 있고 <br />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br />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br />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br />
<br />
마른 풀잎들은 <br />
더 깊이 숨을 쉬고<br />
아침 산그늘 속에 <br />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br />
<br />
누가 알랴 사람마다<br />
누구도 닿지 않은 <br />
고독이 있다는 것을<br />
<br />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br />
마주 보는 산은 <br />
흰 이마가 서럽다<br />
<br />
아픈 데서 <br />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br />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br />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br />
<br />
저문 산 아래<br />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br />
뒤로 오는 여인이 <br />
더 다정하듯이<br />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br />
<br />
사람들은 왜 모를까 <br />
봄이 되면<br />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br />
꽃이 된다는 것을]]></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학교 가는 길</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284464</link><pubDate>Fri, 05 Sep 2008 10: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284464</guid><description><![CDATA[학교 가는 길<br />
- 어느 학생의 말

- 정희성 

모든 문제의 답은 학교에 있고
정답은 언제나 근엄해서 
담임 선생님의 얼굴 같지요.
답답한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 
삼차방정식보다 난해하게 변해 버린 
선생님의 표정을 읽으며 
정답까지 가는 길은 너무도 아득해 
나는 가끔 다른 길을 갑니다. 
비록 험하기는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하며 길모퉁이 돌아서면 
찍소리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머니의 고함소리 멀어지고 
친구가 다닌다는 공장을 지나면 
신축공사장 인부들 
오락실 근처에선 재수할 때 만난 
친구의 옆모습도 보이지요. 
무언가 고달파 보여도 
정답처럼 엄숙하지 않아서 
볼수록 정다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는 교실로 돌아오곤 하지요. 
그러면서 나는 자신에게 곧잘 
어리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 정답은 학교에만 있는가? 
<!-- end clix_content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도다리를 먹으며</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242557</link><pubDate>Fri, 15 Aug 2008 00: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242557</guid><description><![CDATA[도다리를 먹으며&#160;<br />
<br />
- 김 광 규 <br />
<br />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br />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br />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br />
<br />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br />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br />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br />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br />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br />
<br />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br />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br />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br />
<br />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br />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br />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br />
교회와 관청과 학교에 세웠다 <br />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br />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br />
<br />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br />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br />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br />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br />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br />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붙었다고 웃지만 <br />
<br />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br />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br />
결코 나눌 수 없는 <br />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br />

* &lt;도다리를 먹으며&gt;-보충수업 교재 맨 마지막에 있던 문학 지문! (나는 김광규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오늘로 나도 보충수업이 끝났다. 내일까지는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것도 기한이 정해진 일이라 어쨌든 시간이 가면 끝날 것이고... 이제 열흘 남짓 진짜 방학이다. 조금 더 세상살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다.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땅의 사람들 9 - 사랑</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124979</link><pubDate>Thu, 05 Jun 2008 17: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124979</guid><description><![CDATA[땅의 사람들 9
- 사랑

&#160;

월정사 부처님처럼
마음을 비우고 잠드는 밤에
마음 저켠 벌판에서 비가 내렸습니다
여리게 혹은 강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눈물보다 투명한 그 빗방울들은
삽시간에 하늘의 절반을 적시고
우수수 우수수수수
부처님 발목 밑에 내려와
잠들지 못하는 새벽 풀잎 옆에
오랑캐꽃으로 피었습니다
은방울꽃으로 피었습니다
초롱꽃으로 피었습니다
바늘꽃, 두루미꽃으로 피었습니다
사랑꽃, 이슬꽃으로 피었습니다
아......
신록으로 꽉찬 오월 언덕에서
햇빛 묻은 미루나무 몇 그루
아름다운 이별처럼 손 흔들고 있었습니다


고정희, 지리산의 봄, 창작과비평사, 1994(재판)







&#160;&#160; 촛불문화제에 다녀온 밤에 시집을 펼쳤다. 
&#160;&#160; 어제 저녁엔 무시로 비가 쏟아진 거리에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문화제 앞자리에 서서 버티다가 비옷을 사 입을 생각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가&#160;눈에 띈 큰 서점 안으로 들어가 어슬렁거렸다. 비가 퍼붓는 거리는 한기 때문에 소름을 돋게 하더니, 서점 안은 온기가 있어 밖으로 나가기가 더욱 싫었다. 시집이 꽂힌 서가대에서 한참을 서성였다.&#160;
&#160;&#160; 내리는&#160;빗줄기가 그치는가 싶어서&#160;밖으로 나오니 참가자들은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나도 얼른 합류해서 경찰청까지 걸었다. 그곳에서 만났던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역시 혼자 오신 김OO 선생님을 만나 말동무도 되고 끊임없이 구호도 외쳤다.&#160;경찰청이 있는 연산동까지는 왜 그렇게 멀었던지...&#160;남들 다 하는 구호도 나만 안 할 수 없고. 지금도 목이 살짝 아프다.
&#160;&#160; 경찰청 앞에서 이어진&#160;정리&#160;집회. 자유발언을 하는 사람들은&#160;어쩌면 그렇게 말도 조리 있게 잘 하고, 재치가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동맹 휴업을 결의한 부산지역 대학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많이 참가했었다.&#160;생기발랄한&#160;청년들을&#160;보니 든든했다. 하지만 내가 가르친&#160;학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10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160;&#160; 집에 들어오니 11시가 다 되었다. 그 때부터 이것저것 많이도 먹었다. 밤이 깊어 가는 시간, 습관처럼 책을 펼쳤다. 서점에서 기웃거린 시집 때문인지 시집을 펼친다. 고정희의 '지리산의 봄'.
&#160;&#160; 밤이 깊도록 시집을 읽는다. 문화제에 다녀온 날이다. 밤이 깊었다.]]></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그대 왔는가</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117687</link><pubDate>Sun, 01 Jun 2008 0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2117687</guid><description><![CDATA[그대 왔는가&#160;- &lt;전교조 창립 19주년&#160;전국교사대회에 부쳐&gt;



그대 왔는가?<br />
저 서울 변두리 어디에서 여기 여의도까지<br />
그대 왔는가?<br />
저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 경기도<br />
거기 어디 한 곳 아직은 절망할 수 없는<br />
고민의 교실<br />
그대 희망이 되어 아이들과 만나야 할 <br />
그대 빛나는 통찰이 되어 아이들 손을 잡아 주어야 할<br />
그러나, 너무도 울화 끓어 오르는 <br />
절망의 미래만이 서성거리는<br />
그대 존재의 비감한 현장<br />
그 어둑한 교실 문을 나서서<br />
그 허위의 교문을 나서서 오늘 여기까지<br />
그대 왔는가?<br />
그대 왔는가?<br />
<br />
<br />
그대 왔는가, 여기 여의도<br />
아, 명랑한 신자본주의자들의 국회가 떠 있는 섬<br />
돈이 돈을 먹고 살찌거나 쓰러지는 거래소<br />
그 자본의 블랙홀의, 섬<br />
생산하라, 소비하라<br />
단 두 마디, 인간을 위한 위험한 구호가 올해도<br />
사쿠라처럼 찬란하게 피고 지나간<br />
이 통제불능의 섬에<br />
그대 왔는가?<br />
<br />
<br />
손 잡아 보세<br />
손 잡아 보세<br />
왜 이리도 우리 나약하기만 하지<br />
왜 이리도 우리들 교육은 흔들리기만 하는지<br />
모든 인간과 모오든 가치와 모오든 이상이 냉혹한 시장으로 끌려나가고<br />
여기 변방의 우리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br />
너무나 무력하기만 한 손들<br />
다시 잡에 보세<br />
손 잡아 보세<br />
그대 왔는가?<br />
교육보다 막강한 것들이 교육을 흔들고<br />
교실보다 거대한 것들이 교실을 흔들고<br />
교사보다 권위 있는 것들이 교사를 종속하려 할 때<br />
인간의 세상에 인간 아닌, 사악한 그 무엇이 인간의 머리 위<br />
쇠그물로 덮치려 할 때<br />
그 떨리는 손을 잡으려고<br />
그대 왔는가?<br />
나의 미래가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br />
오늘과 다른 내일이 아닌, 작금의 시대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위해<br />
희망과, 그 무엇보다 튼튼한 희망의 신념을 그대 교실로 다시 가져가기 위해<br />
그대 <br />
여기 왔는가?

<br />
아이들의 눈빛으로 그대 왔는가?<br />
아이들의 고통으로 그대 왔는가?<br />
아이들의 절규로
<br />
여기 여의도까지 왔는가?<br />
서울까지 왔는가?<br />
그대<br />
<br />
<br />
2008.5.24 여의도에서 정태춘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눈부처</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618264</link><pubDate>Tue, 09 Oct 2007 13: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618264</guid><description><![CDATA[눈부처<br />
<br />
- 정호승<br />
<br />
&#160;<br />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br />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br />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br />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br />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br />
그대는 이 세상<br />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br />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br />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br />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br />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마징가 계보학</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588254</link><pubDate>Sun, 23 Sep 2007 2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588254</guid><description><![CDATA[마징가 계보학&#160;
<br />
-- 권혁웅

<br />
1. 마징가 Z<br />
기운 센 천하장사가 우리 옆집에 살았다 밤만 되면 갈지자로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철보다는 진로를 더 많이 모았다 아내가 밤마다 우리 집에 도망을 왔는데, 새벽이 되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사람, 지칠 줄 모르고 그릇과 프라이팬과 화장품을 창문으로 던졌다 계란 한 판이 금세 없어졌다 <br />
<br />
<br />
2. 그레이트 마징가<br />
어느 날 천하장사가 흠씬 얻어맞았다 아내와 가재를 번갈아 두들겨 패는 소란을 참다못해 옆집 남자가 나섰던 것이다 오방떡을 만들어 파는 사내였는데, 오방떡 만드는 무쇠 틀로 천하장사의 얼굴에 타원형 무늬를 여럿 새겨 넣었다고 한다 오방떡 기계로 계란빵도 만든다 그가 옆집의 계란 사용법을 유감스러워 했음에 틀림이 없다 <br />
<br />
<br />
3. 짱가<br />
위대한 그 이름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가 오후에 나가서 한밤에 돌아오는 동안, 그의 아내는 한밤에 나가서 오후에 돌아오더니 마침내 집을 나와 먼 산을 넘어 날아갔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겼다 그 일이 사내의 집에서가 아니라 먼 산 너머에서 생겼다는 게 문제였다 사내는 오방떡 장사를 때려치우고, 엄청난 기운으로, 여자를 찾아다녔다 계란으로 먼 산 치기였다 <br />
<br />
<br />
4. 그랜다이저<br />
여자는 날아서 어디로 갔을까? 내가 아는 4대 명산은 낙산, 성북산, 개운산 그리고 미아리 고개, 그 너머가 외계였다 수많은 버스가 UFO 군단처럼 고개를 넘어왔다가 고개를 넘어갔다 사내에게 驛馬가 있었다면 여자에게는 桃花가 있었다 말 타고 찾아간 계곡, 복숭아꽃 시냇물에 떠내려 오니… 그들이 거기서 세월과 계란을 잊은 채…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과…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
&nbsp;
마징가 계보학, 권혁웅, 창작과비평사, 2005<br />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자의 외간 남자 되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582364</link><pubDate>Wed, 19 Sep 2007 19: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582364</guid><description><![CDATA[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자의 외간 남자 되어*
- 김사인&#160;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그 처자<br />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br />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br />
오갈 데 없는 그 처자<br />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br />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br />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br />
그 몸에 엎으러져 개개 풀린 늦잠을 자고<br />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꼽을 떼며<br />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쫓아가겠네<br />
남는 잔이나 기웃거리다<br />
중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보다가<br />
취하면 뒷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br />
"나 갈라네" 아무도 안 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며<br />
허청허청 별빛 지고 돌아오겠네<br />
그렇게 한두 십 년 놓아 보내고<br />
맥없이 그 처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놓겠네<br />
슬어놓고 나 무능하겠네<br />
젊은 그 여자<br />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br />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br />
굴속같이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br />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내다보겠네<br />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 세월 보내겠네<br />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br />
눈에는 파랗게 불이 올 때쯤<br />
나 덜컥 몹쓸 병 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br />
말리는 술도 숨겨놓고 질기게 마시겠네<br />
몇 해고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쯤 셀 때<br />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br />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br />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br />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br />
<br />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br />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br />
<br />
<br />
* 김명인 시인의 「너와집 한 채」가운데 한 구절. 이 시는 「너와집 한 채」로부터 운을 빌려왔다.<br />
<br />
-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창작과비평사, 2006]]></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460423</link><pubDate>Tue, 31 Jul 2007 11: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460423</guid><description><![CDATA[&#160;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160;


&#160;- 황지우
&#160;

&#160; 나무는 자기 몸으로&#160;
&#160; 나무이다&#160;&#160; 
&#160;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160;&#160; 
&#160;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삼십도&#160;
&#160; 영하 이십도 지상에&#160;
&#160;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160;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160;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160;
&#160;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160;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160;
&#160;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160;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160;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160;
&#160;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160;
&#160;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160;
&#160;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160;
&#160; 커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160;
&#160;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160;
&#160;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160;
&#160;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160;&#160;
&#160; 아아, 마침내, 끝끝내&#160;
&#160;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160;
&#160; 꽃피는 나무이다]]></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262819</link><pubDate>Tue, 12 Jun 2007 10: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262819</guid><description><![CDATA[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nbsp;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nbsp;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nbsp;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정지원,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문학동네, 2004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풍경의 깊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262135</link><pubDate>Mon, 11 Jun 2007 02: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262135</guid><description><![CDATA[풍경의 깊이
&nbsp;
&nbsp;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nbsp;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nbsp;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nbsp;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nbsp;
-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2006]]></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희망의 바깥은 없다</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109695</link><pubDate>Thu, 03 May 2007 0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109695</guid><description><![CDATA[희망의 바깥은 없다
&nbsp;
- 도 종 환
&nbsp;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은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nbsp;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2]]]></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산을 오르며</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088330</link><pubDate>Wed, 28 Mar 2007 20: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1088330</guid><description><![CDATA[<!--StartFragment-->
산을 오르며
<BR>
- 도종환
<BR>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BR>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BR>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BR>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꽃나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216</link><pubDate>Sun, 02 Jul 2006 23: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216</guid><description><![CDATA[&nbsp;꽃나무 
<BR>
- 도종환 
<BR>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건 아니다. 
삼백예순닷새 중 꽃 피우고 있는 날보다 
빈 가지로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행운목처럼 한 생에 겨우 몇 번 
꽃을 피우는 것들도 있다. 
겨울 안개를 들판 끝으로 쓸어 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나무는 빈가지만으로도 아름답고 
나무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운 숲처럼 벗이 되어 주고 
먼 산처럼 배경 되어 주면 
꽃 다시 피고 잎 무성해지겠지만 
꼭 그런 가능성만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빈 몸 빈 줄기만으로도 나무는 아름다운 것이다. 
혼자만 버림받은 듯 바람 앞에 섰다가 엄살떨지 않고 
꽃 피던 날의 기억으로 허세 부리지 않고 
담당할 수 있어서 담백할 수 있어서 
나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게 아니라서 
모든 나무들이 다 꽃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부드러운 직선』, 창작과비평, 1998년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나</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212</link><pubDate>Sun, 02 Jul 2006 23: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212</guid><description><![CDATA[나&nbsp; 
-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이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고 
나의 선생의 제자고 
나의 제자의 선생님이고 
나의 나라의 납세자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이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고 
나의 단골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nbsp; 
아버지고&nbsp; 
동생이고&nbsp; 
형이고&nbsp; 
남편이고&nbsp; 
오빠고&nbsp; 
조카고&nbsp; 
아저씨고&nbsp; 
제자고&nbsp; 
선생이고&nbsp; 
납세자고&nbsp; 
예비군이고&nbsp; 
친구고&nbsp; 
적이고&nbsp; 
환자고&nbsp; 
손님이고&nbsp; 
주인이고&nbsp; 
가장이지&nbsp;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BR>
과연&nbsp;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nbsp; 
무엇인가&nbsp; 
그리고&nbsp; 
지금 여기 있는 
나는&nbsp; 
누구인가 
&nbsp;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지성사, 1979년 

<BR>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산아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083</link><pubDate>Sun, 02 Jul 2006 18: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7083</guid><description><![CDATA[&nbsp;산아이 
<BR>
- 고재종 
<BR>
용골 아이 김순동이는 
재 넘고 내 건너는 시오리 학교길 
타잔처럼 날래게 뛴다 
2학년짜리 그 아이 
동무들 하나같이 떠나버려서 
하학길엔 냇가에서 
홀로 다슬기 송사리 잡고 
숨 하나 안 차게 뛰어오르는 산길에선 
먹딸기 따고 나리꽃들과 노닥이다 
뉘엿거리는 해 동무하여 
산막에 들면 
지난 겨울 아이와 
산노루 쫓다 허리 다친 그 아비 
으흐흐흐 짐승처럼 끌어안고 
그때쯤이면 칠흑 천지 속으로 
알별 잔별 총총 
풀벌레 울음 따글따글 영글어 
머언 전설 한 태산 내려쌓인다 
산아랫말 더벅머리 총각과 
눈 맞아 떠나버린 그 어미처럼 
우리 너무 쉽게 숫정을 버릴 때 
우리 추억의 문도 소리없이 닫히고 
용골 아이 김순동이 오늘도 
야밤중에 오줌 싸러 나왔다가 
산정 위 일등성 보고 
엄마! 하고 부를 때 
산이 산으로 우는 소리며 
별이 별로 우우우 떠는 소리 더한 
지상의 모든 순결한 것들이 
제 몫의 외로움을 싸하게 깨닫는 소리 
땅 끝 어디 한포기 풀잎에까지 
싱싱한 이슬로 미쳐 떨린다
&nbsp;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lt;날랜 사랑&gt;, 창작과비평, 1995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어머니</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5464</link><pubDate>Fri, 30 Jun 2006 0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905464</guid><description><![CDATA[&nbsp;&nbsp;&nbsp; 어머니 
<BR>
&nbsp; - 박성우 

<BR>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BR>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왠일인지 인문대 앞&nbsp;&nbsp;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nbsp;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nbsp;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nbsp;&nbsp;&nbsp; &lt;거미&gt;, 창작과비평, 2002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소쩍새</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93682</link><pubDate>Fri, 09 Jun 2006 16: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93682</guid><description><![CDATA[소쩍새 
&nbsp;
- 윤제림
&nbsp;
남이 노래할 땐<BR>잠자코 들어주는 거라, <BR>끝날 때까지. 
<BR>소쩍. . . . 쩍<BR>쩍. . . . 소ㅎ쩍. . . . <BR>ㅎ쩍<BR>. . . . 훌쩍. . . . 
<BR>누군가 울 땐<BR>가만있는 거라<BR>그칠 때까지.]]></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생솔</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92346</link><pubDate>Wed, 07 Jun 2006 1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92346</guid><description><![CDATA[생솔
&nbsp;
- 박성우
&nbsp;
눈은 언제나 치매밭골이 먼저 녹았다
구슬치기에 소질이 없던 나는
춘란이 유난히 많은 그곳에 올라 겨울방학을 보냈다
빨치산들이 살았다 하여 아이들은 
내 뒤를 따르지 않았지만
꼭, 엄마 치맛자락처럼 생긴 그곳은 혼자 가도 좋았다
&nbsp;
아버지는 빚 때문에
그해 겨울도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집엔 여느 집처럼 외양간 옆에
장작더미가 없었고 낯익은 얼굴들이
아버지의 소식을 묻곤 했다
정지에서 시래깃국 끓이던 셋째 누나는 가끔
생솔가지를 아궁이에 넣고 움츠려 있었다
한번은 연기가 맵다고 투덜거리는
내 등을 한참 동안이나 안고 있었는데
불에 던져진 생솔보다 더 끈적이는 송진을 흘렸다
&nbsp;
성냥개비가 되어가는 줄 모르는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 삼베 품을 팔고 늦은 밤에 돌아오셨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남의 집 반찬에 익숙해져갔다
국민교육헌장 외우기에 좋았던 치매밭골,
그곳에선 솔방울 반 포대 줍는 동안
외우지 못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갈퀴나무를 하기 위해 그곳에 올랐다
갈퀴나무 흩어지지 않게 생솔가지 꺾어
칡넝쿨로 묶어오곤 했다
&nbsp;
서울로 돈벌러 갔던 큰누나 내려오던 날
성적표를 본 누나는 부지깽일 들었지만 나는
따순 물 끓이며 생솔에 묶여진 갈퀴나무
아끼지 않았다, 밥 안치던
큰누나는 눈 속에 생솔을 태우고 있었다
&nbsp;
박성우, 거미, 창작과비평사, 1992]]></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사랑법-1</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37044</link><pubDate>Sun, 12 Mar 2006 0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37044</guid><description><![CDATA[




&nbsp;
&nbsp;
&nbsp;

&nbsp;


말로는 하지 말고<BR>잘 익은 감처럼<BR>온몸으로 물들어 드러내보이는<BR><BR>진한 감동으로<BR>가슴 속에 들어와 궁전을 짓고<BR>그렇게 들어와 계시면 되는 것.<BR>
<BR><BR>
&nbsp;
&nbsp;
'시메일서비스-포엠토피아'(242호)에서]]></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南新義州 柳洞  朴時逢方 </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5193</link><pubDate>Sun, 22 Jan 2006 00: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5193</guid><description><![CDATA[
* 이 시를 아직 안 적어 두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분명히 이 서재의 어딘가에 적어 두었는데...지금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굳고 정한 갈매나무로 살고 싶습니다. 
&nbsp;
南新義州 柳洞&nbsp; 朴時逢方 
<BR>
- 백 석 
<BR>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修羅</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25</link><pubDate>Thu, 19 Jan 2006 02: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25</guid><description><![CDATA[修羅
- 백 석
&nbsp;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nbsp;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nbsp;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디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nbsp;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아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흰 바람벽이 있어</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19</link><pubDate>Thu, 19 Jan 2006 01: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19</guid><description><![CDATA[흰 바람벽이 있어
- 백 석
오늘 저녁 이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nbsp;&nbsp;&nbsp;&nbsp;&nbsp;&nbsp;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nbsp;&nbsp;&nbsp;&nbsp;&nbsp;&nbsp;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BR>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nbsp;&nbsp;&nbsp;&nbsp;&nbsp;&nbsp;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nbsp;&nbsp;&nbsp;&nbsp;&nbsp;&nbsp;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nbsp;&nbsp;&nbsp;&nbsp;&nbsp;&nbsp;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夕陽</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18</link><pubDate>Thu, 19 Jan 2006 01: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803518</guid><description><![CDATA[夕陽
- 백 석
&nbsp;
거리는 장날이다
장날거리에 녕감들이 지나간다
녕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쪽재피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돋보기다 대모체돋보기다 로이돋보기다
녕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北關말을 떠들어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즘생같이들 사러졌다]]></description></item><item><author>느티나무</author><category>흐르는 강물처럼</category><title>죽란시사첩 머리말</title><link>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799489</link><pubDate>Thu, 12 Jan 2006 00: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happyteacher/799489</guid><description><![CDATA[죽란시사첩 머리말
&nbsp;
- 나 해 철
&nbsp;
다산 정약용 선생이
시 짓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죽란시사첩이라는 동인지의 머리말을 보면
"모임이 이루어지자 우리는 이렇게 약속하였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인다
가을이 되어 서늘해지면 서지에서 연꽃을
구경하러 한 번 모인다
국화꽃이 피면 한 번 모인다
겨울에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인다
한 해가 저물 무렵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인다
......." 는 말이 있다.
젠장! 시 쓰는 친구들아
다들 잘 있느냐
가까이 살구꽃도 복숭아꽃도 참외밭도 없어서
이렇게 사느냐
매화 보는 대신에 곗돈을 부어서라도
얼굴 보고 목소리 듣자
죽란시사 혀 차는 듯한 소리
늦가을 비 내리는 창밖에서 들린다.]]></description></item></channel></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