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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예수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정수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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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예수/ 프랑수아 모리아크/ 가톨릭 출판사
이 책에서 내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건 앞부분에 나오는 마리아에 관한 내용이다. 예수님의 행적에 관한 내용이 이 책의 대부분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앞부분의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성모 마리아.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끌어안은 어머니. 성모송을 외우면서 마리아님께 기도를 숱하게 바쳤음에도 '인간 마리아'가 겪어내야 했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마리아가 지상에서 예수를 만난 그 짧은 기간 동안, 그녀가 겪어내야 했던 고통이 비로소 생생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예수가 태어난 지 40일째 되는 날, 예루살렘으로 간 마리아와 요셉은 시메온이라는 노인에게서 예언을 듣는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루카 2, 35 참조)
칼이라는 이 단어는 마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 순간, 그 칼은 마리아의 가슴을 찌른 채 그대로 박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이나 기쁨이 오로지 아들에게서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리아에게 남아 있던 인간적인 나약함은 가난한 살림과 비천한 삶을 감싼 어둠을 펼쳐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고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에 기뻐했는지도 모른다. p.42
예수님의 이야기 중에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시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수를 모시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마르타와 발치에 앉아 예수의 말을 듣고만 있었던 마리아 이야기도. 저 시대를 살았다면 나도 분명히 마르타처럼 했을 것 같아서 ㅎㅎ 중요한 건 '말씀을 듣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끔 했던 부분이었다.
누군가는 이 말(루카 10, 41-42)을 이런 식으로 잘못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애쓰지 말거라. 요리는 한 가지면 충분하다." 예수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의 사소한 말씀에라도 중요성을 부여하고 묵상과 행위에 관한 교회의 교리는 이 중요성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가장 좋은 몫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하느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물론 그분의 존재를 절대 잊지 않으면서 가난 속에서 그분을 섬기는 것도 감미로운 일이다. p.227~228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의 요청을 받자, 예수는 '주님의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이미 죽음을 알고 있었던 예수였고, 마침내 승리하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넘쳐흘렀을 것이라는 설명에 아... 이 기도문을 가르치던 당시 예수님의 상황이 어땠는지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들은(유다인들)은 무서운 아버지, 복수하는 가혹한 아버지를 믿었다. 하느님을 잘 몰랐고, 그분이 누구신지도 알지 못했다.
예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느님과 이야기해야 하는지 가르치려 했다. 또한 하느님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그분께 끈질기게 간청하거나 귀찮게 굴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고자 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이는 친밀함, 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무조건적인 신뢰! p.230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구약의 가혹한 하느님을 믿고 있었겠구나 싶었다. 지금처럼 기도하면서 끈질기게 졸라대는 건 꿈도 못 꾸고 그저 벌을 받을까 두려워 덜덜 떨기만 했을 것 같긴 하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인류에게 일깨워주신 존재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엔도 슈사쿠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인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좀 더 입체적으로 그 시대적 상황과 맥락을 알게 되니 성경이 단순히 글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기록이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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