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와 니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사진.”
그는 두 사람 앞으로 돌아와 막아서듯 서고 말했다.


“영감님, 여자 꼬시려면 스가모도쿄에서 유독 노년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나 가세요.”
네코가 중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마흔 전후로 보이는 남자다.
퀼팅 재킷에 격자무늬 슬랙스, 진갈색 로퍼를 신은 모습이 그야말로 가정이 있는 중년 회사원의 휴일 옷차림이다.

 

 

 


“너희, 아까 사진 찍었지? 방금 가게랑 그전 가게에서도. 그리고 SNS에 올렸겠지.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아니면 라인 LINE으로 보냈나?”


“아, 재수 없어.”
네코가 조용히 내뱉고 남자 옆을 지나쳐 갔다.

 

남자는 게걸음으로 두 사람을 따라왔다.
“가게 허락은 받았나? 물론 안 받았겠지. 그럼 사진은 지우도록. 허가 없는 사진 촬영 자체가 금지인데, 심지어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몸에 걸치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다니. 사람들한테
마치 내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여주는 거야? 너희는 그것들을 사지도 않았는데?”


“뭐라는 거야.”


“사지도 않은 물건을 내 소유물처럼 다룬다. 그런 걸 두고 절도라고 하지. 시쳇말로는 도둑질이라고 하고.”


“안 훔쳤거든요.”


“실물은 훔치지 않아도 상품의 가치를 훔친거나 마찬가지야.”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네코는 발걸음을 멈추고 남자를 째려봤다. 니나는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본다.

 


“허락도 없이 남의 물건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된다는 거야. 올린 지 10초 안에 지워지는 스냅챗이더라도.”

“안 올렸고, 그전에 찍지도 않았거든.”
“그럼 스마트폰을 확인해도 될까? 찍지 않았다면 사진도 없겠지.”
남자는 니나의 왼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본체와 비슷한 크기의 봉제 인형을 매단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당신한테 왜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우릴 위협하는 거야? 신고당하기 싫으면 돈 내놓으라고 하려고?”
네코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아니. 경찰이 와서 시끄러워지기 전에 충고하는 거야.”
남자는 양쪽 옆구리에 손을 대고 두 명의 소녀를 번갈아 쳐다봤다.꼭 학교 선생님 같기도 하다.


“아저씨, 괜히 친절한 척하지 마. 뭘 원하는지 뻔히 보인다고, 바보. 하여튼 우리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 봐.”
네코는 양손 중지를 세우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 다시 발걸음을 뗐다.

 

 

그래도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반항은 젊음의 특권이라지만 치고 빠질 때를 잘 구분해야지. 안 그러면 큰코다친다.”
남자는 계속 설교하며 두 사람을 뒤따라왔다.


그때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여튼 꼰대들은 끈질기다니까. 뭐? 큰코 다친다고?”
오리타 유토가 껌을 짝짝 씹으며 나타나 두 여자와 남자 사이에 끼어들었다.

유토는 중년 남성의 팔을 붙잡고 확 잡아당기더니 만취한 사람을 끌고 가듯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박자 늦게 구스노키 고타로도 나타났다.

 

그가 멘 숄더백 끈에는 액션 카메라가 달려 있다.


유토는 중년 남자와 어깨동무를 한 채 계단 쪽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고타로가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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