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에 비가 조금 내렸다. 쉬는 날이면 책방이든 카페든 책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찾으러 나간다. 비가 내린 목요일이 쉬는 날이었다




















플라톤, 이기백 옮김 파이돈》 (아카넷, 2020)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플라톤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향연》 (도서출판 숲, 2012)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장소이자 책방인 <일글책>에서 읽으려고 한 책들을 가방에 담았다. 내가 읽고 있는 책과 독서 모임 참석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을 챙겼다. 플라톤(Plato) 파이돈이 독서 모임 선정 도서다. 그런데 토요일이 거의 코앞에 왔는데도 정작 <일글책>에 오면서 읽은 책은 파이돈이 아니었다.


책방 주인장이 작년에 직장인이 되면서 평일 <일글책>은 책방 주인장을 대신해 일일 책방지기 두 분이 지키고 있다. 책방지기 한 분은 책방 근처 연극 극단에 소속된 배우다. 또 다른 책방지기는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회원이며 별칭은 조약돌이다


목요일은 약돌 님이 책방에 출근한 날이었는데 파이돈을 읽었다. 이미 파이돈을 읽기 시작한 회원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는 소크라테스(Socrates)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약돌 님은 파이돈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를 상당히 어려워했다. 고전 독서 회원들의 불만을 듣고 있으니 얼른 파이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 파이돈를 읽기 시작했다.


아테네 법정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죄명으로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내린다. 소크라테스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인다. 독약을 마시기 전에 자신을 따르는 두 명의 추종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래서 철학자인 파이돈(Phaedo)과 피타고라스학파에 소속된 에케크라테스(Echecrates)의 증언을 토대로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한 대화를 복원한다. 이 대화편이 파이돈이다.


대화편의 주인공은 소크라테스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병에 걸려서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플라톤이다. 사실 파이돈의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에 가깝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 개념어 이데아(idea)’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아는 모든 존재의 순수한 원형(原型) 또는 참된 실재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데아는 하늘 어딘가에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이해하려면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고 강조한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을 몸과 철저히 분리된 것으로 인식한다. 이 순수한 영혼은 몸과 결합하기 전에 이미 이데아를 알고 있다. 플라톤이 된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데아를 상기한다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영혼은 자신이 체득한 이데아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나 역시 파이돈을 힘겹게 읽었다. 이미 이 책의 주제를 잘 알고 있어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찬찬히 살펴보는 게 지루했다. 나는 영혼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영혼 불멸을 주장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약돌 님은 소크라테스가 박코스 신도를 올바르게 지혜를 사랑해 온 사람이고, 자신이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했다는 발언(69d~69e)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박코스 또는 바쿠스는 술과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와 비슷하게 묘사된 로마의 신이다. 바쿠스 축제는 떠들썩하고 무질서하기로 유명하다. 바쿠스 신도들은 축제가 되면 미쳐 날뛴다(웃자고 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이성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는 욕망에 몸을 맡기는 바쿠스 신도들을 왜 긍정적으로 평가했을까정말로 궁금하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불멸성을 근거로 내세워 철학자는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되며 초연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 회원인 소소은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인식에 거리를 두었다. 소소 님은 살려고 하는 의지 역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을 힘들지만, 그대로 어떻게든 견디면서 살아가는 태도. 살아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소 님의 생각은 마치 니체(Nietzsche)() 철학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니체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철학을 비판했다. 니체는 관념적인 이성과 영혼을 도덕적으로 유지하는 고대 철학보다는 몸에서 우러나오는 욕망을 발현하는 철학을 선호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김남우 옮김 비극의 탄생(열린책들, 2014)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비극의 탄생(아카넷, 2007)

* 프리드리히 니체, 이진우 옮김 비극의 탄생. 반시대적 고찰(책세상, 2005)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이 사람을 보라(아카넷, 2022)

* 프리드리히 니체, 이동용 옮김 이 사람을 보라(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백승영 옮김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책세상, 2002)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적 예술(이성, 질서)’디오니소스적 예술(감정, 무질서)’의 합일을 강조한다. 두 가지 개념이 합쳐진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비극의 특징인데, 이성을 중시한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부터 비극의 본질이 변색되었다고 주장한다니체는 자신이 쓴 책들을 소개한 이 사람을 보라에서 비극의 탄생》이 그리스(예술)을 와해시킨 소크라테스를 최초로 비판한 책이라고 자평했다.


플라톤의 글이 나만 지루하게 느꼈던 것은 아니다. 니체 역시 도덕과 최고선을 설파하는 플라톤에 반감을 느꼈다.
















프리드리히 니체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 (아카넷, 2015)



 플라톤은 지루하다. 결국 플라톤에 대한 나의 불신은 깊은 곳에까지 이르고 있다.

 

(우상의 황혼중에서, 박찬국 옮김, 169~170)




몸과 정신을 철저히 구분하려는 소크라테스식 이분법을 비판한 회원들도 있었다. 나도 별로였다. 사실 난 플라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이분법은 상당히 오랫동안 서양철학의 기본 뼈대가 되었다. 이분법은 또 다른 이분법을 낳는다. 이성, 정신, 영혼을 중시한 철학자들은 남성이었다. 이것과 반대되는 감정, , 욕망은 모두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혔다.


고전 독서를 즐기는 분들 대부분은 텍스트를 눈으로 읽고, 그걸 머릿속에 입력한다. 고전 한 권을 다 읽으면 입에서 텍스트가 줄줄 나온다. 그들은 스스로 기뻐한다. ‘내가 어려운 고전을 다 읽었고, 제대로 이해했어.’ 이런 분들은 고전(사상)과 한 몸이 된 상태다. 고전을 너무 좋아하면 거리를 두지 못한다. 고전을 적당한 간격으로 거리를 두면서 읽는 일은 비판적 읽기를 뜻한다. 고전에 애착을 느끼면서 읽는 건 좋지 않다. 현재 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읽는 중이다. 위대한 두 철학자와 저 사이 중간에 니체가 서 있다니체 이외에 또 생각나는 철학자들을 부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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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읽는 중이지만 니체나 쇼펜하우어에게 거리두기는 더 힘들게 느껴져요. 뭔가 압도적이기도 하고 와닿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요.ㅎㅎ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겠습니다.^^

cyrus 2024-01-27 20:39   좋아요 1 | URL
저는 쇼펜하우어를 읽어보고 싶어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요. 제목만 봐도 지루함이 느껴지는 책이지요.. ㅋㅋㅋㅋ 요즘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정작 이 철학자의 대표작을 심도 있게 언급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제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알아가도록 노력해볼께요. ^^;;

blanca 2024-01-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도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열심히 읽고 토론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영혼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저도 생각해 보니 믿는지...잘 모르겠어요.

cyrus 2024-01-27 20:40   좋아요 0 | URL
살다 보면 영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겠죠? ㅎㅎㅎ 일단 지금은 영혼을 믿지 않습니다.
 
여인형의 화학 공부 - 완전히 새로운 화학 입문
여인형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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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물리학, 화학, 수학. 자연과학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이공계 삼 대장이다. 자연과학대 소속 학생들은 삼 대장을 무찔러 넘어서야 한다.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성적이 날아간다. 대장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대장 두 명이 합세하면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진다.[주1] 물리학과 수학은 최강 단짝이다. 이 둘이 만날 때마다 이론과 법칙들이 태어났다. 두 대장이 과학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Einstein)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물리학과 수학을 동시에 상대하느라 애먹었다치열한 지적 결투 끝에 아인슈타인은 승리했고,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승전보를 남겼다. 거기에 담긴 내용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주2]


물리학과 수학이 너무 어려운 학문으로 많이 알려지다 보니 화학 공부의 어려움이 덜 알려진 편이다. 이공계 삼 대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교과서 특유의 딱딱한 문체다. 교과서 문장은 눈으로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길고(만연체), 눈을 피곤하게 만들 정도로 건조하다(건조체)여기에 전문 용어까지 가세하면 공부하기가 수월하지 않다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운다.

 

여인형의 화학 공부(약칭 화학 공부’)교과서 같지 않은 화학 교과서. 이 책은 화학 교과서가 맞다. 저자 여인형은 화학 교과서를 집필한 이력이 있는 대학교수다. 저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사용한 화학 교과서와 교재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내에 출판된 화학 교과서 대부분은 외국의 과학 교과서를 번역한 것이거나 외국 교과서의 주요 내용을 참고해서 쓴 것들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과 용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교과서 저자 또는 역자의 글쓰기 역량이 부족하면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다. 단점이 많은 화학 교과서를 만난 학생들은 삼중고를 느끼면서 공부한다. 방대한 화학 이론과 생소한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힘든데, 계속 읽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장이 공부를 방해한다.


저자는 《화학 공부》에서 기존 화학 교과서와 차별화된 글쓰기를 시도한다. 그는 화학을 우리말로 설명하거나 풀어 쓰면 학생들이 시간적 · 정신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공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국어로 읽는 화학이었다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외워야 할 화학 지식이 있다. 특히 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암기하는 것이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들이다저자는 자신만의 암기법을 알려준다화학 공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이 책을 화학 사전’처럼 읽을 수 있평소 궁금했거나 알고 싶은 화학 이론이나 용어가 색인(찾아보기)에 있는지 찾아본다.


교과서는 지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독자의 수준을 배려하지 않은 채 설명한다. 하지만 화학 공부는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그 지식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화학 지식은 교과서나 연구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화학에 흥미가 있으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화학 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우리 가까이에 있는 화학이라면 재미 삼아 공부해 볼 만하다.




 


[주1]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군 대장 삼인방을 패러디했다. 가장 유명한 해군 대장 3인은 볼사리노, 사카즈키, 쿠잔이다. 이 세 사람의 높은 인지도 때문에 한때 삼 대장 관련 밈이 유행했다.

 


* 자연과학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이공계 삼 대장이다.


→ 그 눈 아래에서 처형대를 굳게 지키는 것은

해군본부 최고 전력

3인의 해군 대장’ 

(<원피스> 원작 550해군본부중에서)

 


*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성적이 날아간다.


해군 대장이든 사황이든 간에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난 해적왕이 될 수 없다고!!! (몽키 D. 루피의 대사)




[2] 필자가 쓴 B. 캐럴(Sean B. Carroll)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공간, 시간, 운동》(김영태 옮김, 바다출판사, 2024년) 서평을 참고할 것.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인슈타인은 리만 기하학을 이용해 특수상대성이론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 56~57

 




 수소 원자에서 전자의 운동을 행성의 공전에 비유하고, 전자는 불연속적인 각운동량 값만을 가질 수 있다는 모형을 처음 제시한 과학자는 네덜란드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였습니다. [3] 그 모형은 수소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을 근거로 양자화 개념을 제시한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음전하를 띠는 전자와 양전하를 띠는 원자핵 사이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전자가 등속 원운동을 한다고 가정해 수소 원자의 반지름(52.9m)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어 모형에는 수소 원자의 다른 특성, 그리고 수소보다 더 많은 전자를 가진 원자의 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더구나 양자 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원운동을 하면서 일정한 고정된 궤도를 따라서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며, 원자핵으로부터 보어의 수소 반지름만큼 떨어진 위치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가장 크다는 식으로 서술되어야만 했습니다.


[3]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처럼 원자핵 주변에 원운동을 하는 전자 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과학자는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하지만 러더퍼드 원자 모형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운동을 하는 전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에너지를 잃은 전자는 원자핵과 충돌한다. 따라서 러더퍼드 원자 모델을 따르는 모든 원자는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지 못한다. 닐스 보어는 러더퍼드 원자 모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자 개념을 도입한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보어가 네덜란드 물리학자로 잘못 소개되었다. 보어는 덴마크 출신이다.





* 60



 


 전자가 파동이라는 사실의 이해는 파동 방정식의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파동 방정식은 1926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가 고안했고, 그것으로 1932 노벨 물리학상을 받습니다. [4]

 

[4] 슈뢰딩거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도는 1933년이다. 이 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공동 수상자가 나왔는데, 또 다른 한 명은 폴 디랙(Paul Dirac)이다. 193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 88

 

 그는 노벨상을 받는 행운은 없었지만, 화학 분야에 정말로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의 명문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 화학과를 설립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5]

 

[5] 미국의 화학자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화학과를 설립한 사람이 아니다. 화학과가 처음으로 설립된 날짜는 1872312일이다. 길버트 뉴턴 루이스는 191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화학 대학 제2대 학장으로 임명되었다. (출처: “A brief history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chemistry.berkeley.edu)





* 559


영국 과학자,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 [주6]

 

[주6] 로버트 보일은 아일랜드인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보일을 Anglo-Irish natural philosopher, chemist, physicist, alchemist and inventor’로 소개한다. 앵글로 아일랜드의 조상 대부분은 아일랜드로 이주한 잉글랜드 출신이다.





* 561~562

 

 프랑스 과학자, 자크 샤를(Jacques Charles, 1746~1823)의 이름을 딴 샤를의 법칙(C)은 일정한 압력(P)에서 기체의 부피(V)는 절대 온도(T)에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주7]

 

[주7] 샤를-게이뤼삭의 법칙또는 게이뤼삭의 제1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샤를은 1787년에 기체의 팽창 현상을 연구했으나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게이뤼삭(Joseph Louis Gay-Lussac)은 샤를의 실험 결과를 인용해서 1802년에 기체 팽창의 법칙을 발표했다.





참고 문헌

 





* 615


로얼드 호프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이덕환 옮김, 까치, 1995) [주8]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덕환 옮김, 까치, 2003) [주9]

 





* 616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책갈피, 2008) [10]



[주8] 초판 발행 연도는 1996이다. 2018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주9] 2020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10] 2019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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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4-01-25 07: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 의견도 검토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거나 더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다시 정리해서 쓰겠습니다.

2024-01-25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4-01-27 20:46   좋아요 0 | URL
가끔 책을 너무 많이 읽는 삶에 단점이 있다고 느껴요. 이 책 저 책에 관심을 두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책 좋아하는 이미지가 상대방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될 수 없거든요. 누군가는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책 밖에 몰라서 대화를 재미없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인제 와서 독서의 재미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늦었구요.. ㅋㅋㅋ 이대로 살아가려고요.

페크pek0501 2024-01-2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같습니다. 그런데 6백 쪽이 넘네요. 요즘 벽돌책이 많이 나오고 많이 팔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을 완독하고 나면 완전 뿌듯하겠어요.^^
 
코스미그래픽 -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
마이클 벤슨 지음, 지웅배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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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Most remote man-made object). 1977년에 지구를 떠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Voyager)가 남긴 기록이다. 이것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여행자(Voyager)는 지금도 여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의 주인공 버즈(Buzz)가 자주 외치는 말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이 말은 모험심을 품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하지만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를 품은 외로운 여행자의 심장은 그렇지 않다. 강철처럼 튼튼해 보이는 여행자의 심장이 구슬프게 떨린다. 가장 멀리 떨어진 여행자의 고독은 우주만큼 무한하다

 






골든 레코드는 혹시라도 만날지 모를 외계 생명체를 위해 만든 지구인의 선물이다. 금빛 선물 안에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 여러 나라의 음악과 인사말이 함께 실려 있다(‘안녕하세요도 포함되어 있다). 보이저의 역할은 성능이 우수한 기계로 이루어진 최고급 선물 포장지이자 NASA(미국항공우주국) 소속 우주 전문 배송직원이다. 십 년 전에 NASA는 보이저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로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계속 멀리 날아갈수록 여행자의 수명은 닮는다. 여행자의 목소리도 희미해진다. 작년 12, 여행자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보이저, 보이저, 들리는가. 여행자는 말이 없다…‥









코스미그래픽: 인류가 창조한 우주의 역사(Cosmigraphics)는 지구인을 위한 골든 레코드. 이 책은 우주와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를 위한 선물이다. 선물을 펼치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우주를 상상하고, 바라보고, 관찰한 지구인들이 기록한 시각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본 지구인은 고대 점성술사였다. 미래를 알고 싶은 점성술사는 밤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거리는지 확인했다. 별빛이 희미하다 싶으면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별빛의 기운을 받은 하늘 바라기의 점성술은 정확하지 않다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지구인 소크라테스(Socrates)가 아테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을 때 또 다른 지혜를 사랑한 지구인들은 자연에 관심을 쏟았다. 자연 철학자로 알려진 지구인들은 신화에 묘사된 우주를 지우려고 했다. 그들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우주를 새로 그려서 이해하려고 했다.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us of Samos)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아닌 태양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구 중심의 우주가 지구인들의 머릿속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오랫동안 지배했다. 중세 천문학자와 종교인 모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천동설을 믿었고, 지구 중심의 우주를 제법 멋지게 그렸다.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는 조심스럽게 태양 중심 우주를 그렸다. 지동설은 그가 영원히 잠들어 우주로 떠난 뒤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망원경을 비롯한 관측 기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지구인들은 행성과 별을 관찰했다. 비록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눈동자에 맺힌 우주를 그렸다. 천문학자와 화가들은 여백처럼 남은 우주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력을 붓에 묻혀서 우주를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과거 지구인이 생각한 우주는 지구가 중심에 있으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공간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천문학이 발전될수록 우주의 형태를 묘사한 시각 자료들이 다양해졌다. ‘천문학은 점성학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실증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았고, ‘자연 철학자는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자가 되었다. 우주의 형태뿐만 아니라 색감도 달라졌다. 우주 그림의 여백에 희미한 상상의 색깔 대신에 명확한 과학의 색깔이 입혔다. 과학과 천문학자의 시대에 나온 우주 그림은 과거에 비해 더 명징해졌다지금은 슈퍼컴퓨터가 지구인 대신에 우주를 그린다. 슈퍼컴퓨터는 축적되어 온 우주에 관한 지식을 이용해서 가늠하기 어려운 광활한 우주와 셀 수 없이 많은 별, 행성, 위성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묘사할 수 있다.









코스미그래픽은 한 권의 타임캡슐이다. 이 타임캡슐을 개봉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지 타임캡슐을 펼칠 수 있다. 거기에 담긴 수많은 우주 그림은 미래의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하늘과 우주에 호기심을 높이 쏘아 올린 고대 지구인들은 지구가 영원히 고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 우주를 상상했다. 망원경으로 자신의 눈빛을 쏘아 올린 근대 지구인들은 천동설의 지배를 벗어났다. 로켓과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린 현재 지구인들은 우주 전문 배송직원들이 보내는 자료들을 받아서 계속 커지고 있는 우주를 조사하고 있다서로 다른 시대를 살다 간 지구인들의 그림 편지에 묘사된 우주는 제각각 다르다. 어떤 우주 그림은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면, 또 다른 우주 그림은 예술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우주를 아름답게 그린 회화 작품 중 하나다). 슈퍼컴퓨터와 우주 탐사선이 정확히 그린 우주는 그림이기보다는 기호로 가득한 지도에 가깝다. 미래에 우주를 여행하는 지구인들이 우주 지도를 참고할 수 있다.


우주 그림은 이미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입이 되어준다. 편지에 동봉된 우주 그림은 다양하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우주의 목소리는 비슷하다. 고대인들의 지식과 예술이 버무려진 우주는 말한다


안녕하세요, 지구인. 우주는 천국보다 아름답습니다

지구인,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 cyrus의 주석




* 20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에 활동한 트라키아의 레우키포스(Leucippus)[1]와 아르데라의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우주가 더 이상 작게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 레우키포스의 출신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고대 철학자들의 생애를 모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Diogenes Laertios)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김주일 · 김인곤 · 김재홍 · 이정호 옮김, 나남출판, 2021, 2)에 따르면 레우키포스가 엘레아 사람인데도 누군가는 그를 압데라 사람 또는 밀레투스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번역본 2권 참조). 반면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는 레우키포스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21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수석 사서였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하짓날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가 되면 이집트 남부 도시 스웨네트(오늘날의 아스완)[2]에 있는 깊은 우물 아래로 태양 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며 우물 속 물을 직접 비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 이 도시의 옛 지명은 시에네(Syene)’.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측정법을 설명한 대부분 책은 시에네로 표기되어 있다.





* 44~45

 

 이 그림은 1685[3]이 되어서야 뒤늦게 출판되었던 물리학자 뉴턴(Isaac Newton)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등장한다.

 

[3] 1687년에 라틴어로 쓰인 초판이 출간되었다. 본서 152쪽에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출판 연도를 ‘1687으로 쓴 문장이 나온다.





* 139


그리스의 태양신 아폴로 [주4]


[4] 그리스 표기법은 아폴론(Apollon)’이다. 아폴로(Apollo)’는 로마 표기법이다.




* 170


조르다노 부르노 [주5]



[주5] → 조르다노 브루노





* 192

 

 1781313, 윌리엄 허셜은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행성에는 천왕성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행성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동안 발견해 온 행성들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후 프랑스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해왕성[6] 너머에 또 다른 행성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천왕성의 궤도에서 당시까지 알려진 행성들의 효과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궤도의 섭동을 확인하고,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적용하여 여덟 번째 행성의 위치를 추정했다. 해왕성[6]의 발견 이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1846923, 천문학자 요한 갈레는 실제 관측을 통해 그 미지의 행성을 발견했고 르베리에의 추정을 입증했다. 르베리에는 이 발견의 공로를 함께 인정받았다.

 

[6] 문장이 이상하다. 위르벵 르베리에(Urbain Jean Joseph Leverrier)와 요한 갈레(Johann Gottfried Galle)해왕성을 발견했다. 원문에 오자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착각해서 천왕성을 해왕성으로 잘못 쓴 것인지 확인이 어렵다. 아무튼 해왕성 너머해왕성 발견 이후는 틀린 표현이다. 천왕성 너머 천왕성 발견 이후라고 써야 한다.





* 233

 

 우리는 쌍둥이자리를 카스토르와 폴룩스[7]라는 두 별로 이루어진 선으로 연결된 모습만 생각하지만, 사실 별자리 지도를 보면 쌍둥이자리는 미국의 일반적인 중서부 지역 주들처럼 불규칙한 상자 모양의 경계 안에 들어오는 한 영역을 아우른다.


[7] 카스토르(Casto)와 폴룩스(Pollux)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의 디오스쿠로이(Dioscuri)’로 알려진 신화 속 영웅이다. ‘폴룩스는 로마 신화에 적용되는 이름이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폴리데우케스(Polydeuce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238

 






 한국에서 제작한 이 둥근 구형 별자리 지도는 1777년에 출판되었다. 원래는 1395년 돌기둥에 새겨져 있던 것을 탁본으로 옮긴 것[8]을 바탕으로 다시 제작했다. 이 지도에 그려진 별자리들은 사람이나 동물 형태가 아니다. 이 지도를 연구한 한국의 학자들은 이 그림에 담긴 밤하늘이 대략 기원전 1년에 기원후 6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그림에 담긴 정보는 수 세기에 걸쳐 마치 달리기 경주에서 계속 배턴을 넘기듯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8] 1395(조선 태조 4), 돌에 새겨 만든 천문도는 국보 228<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태조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마모 상태가 심해서 판독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687(숙종 13)<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만들어졌다.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보물 제837호로 지정되었다. 238쪽 도판으로 실린 별자리 지도 위에 한자로 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 249

 

 이이손과 아르고호 선원들을 태운 함선 모양의 아래쪽 별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창안한 48개의 별자리 가운데서 지금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별자리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만든 함선 모양의 별자리는 너무 커서 이후 18세기 말 천문학자들에 의해 여러 개의 별자리로 쪼개졌다. 이 별자리는 (각각 함선의 용골, 선미 갑판, 돛대, 돛에 해당하는) 용골자리, 선미자리[9], 나침반자리, 돛자리로 나뉘어 있다.


[9] 국제천문연맹이 공인한 별자리 목록에 제외된 아르고자리에 대한 설명이다. 선미(船尾)는 배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또 다른 명칭은 고물이다. 선미자리가 아니라 통용되고 있는 명칭인 고물자리’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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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1-24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글 읽으며 이 책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책 값이 장난 아니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글을 다 읽고 책 정보를 보러 가보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군요. 흑흑 이런 류의 책들은 항상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cyrus 2024-01-27 20:48   좋아요 0 | URL
책이 생각보다 큽니다. 전시회 도록 크기와 비슷해요. 여기에 완전 천연색 도판이 실려 있어서 책값이 비싸요. ^^;;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 공간, 시간, 운동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
숀 캐럴 지음, 김영태 옮김, 이상재 북디자이너 / 바다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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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묘비명은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가 만든 것이다. 포프는 뉴턴을 과학의 교황(Pope)으로 칭송했다.



Nature and nature’s laws lay hid in night;

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싸여 있다.

하느님께서 뉴턴이 있으라!” 하시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뉴턴은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스펙트럼을 만들었다. 빛은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된 가시광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뉴턴은 공간, 시간, 운동에 관한 법칙들을 정립했다뉴턴의 운동법칙(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행성운동까지 정확히 설명했다.


뉴턴이 남긴 말은 묘비명보다 제일 유명하다. 거인의 어깨라는 표현이 더 많이 알려진 뉴턴의 명언은 사실 중세 철학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이라고 한다.[주1]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lders of Giants.”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에게 어깨를 내어준 거인은 뉴턴이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과학자다. 누군가는 거인의 정체가 데카르트(Descartes)라고 주장한다뉴턴은 대학생 때 남긴 노트에 제일 친한 친구를 언급했다.



“Amicus Plato, amicus Aristoteles, magis amica veritas.”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내 친구지만, 최고의 친구는 진리다.”

 


대부분 사람은 뉴턴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함께 위대한 과학자로 거론한다. 이 때문에 뉴턴의 성취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천재성이 발현된 결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는 뉴턴의 운동법칙보다 땅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보자마자 중력의 실체를 발견한 뉴턴의 경험담을 더 기억한다. 뉴턴의 지인은 말년의 뉴턴이 사과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 진위는 불분명하다.


뉴턴을 신이 내린 과학의 교황, 또는 천재로 바라보지 말자. 과학은 가설을 세운 다음에 검증을 거쳐서 진리의 탑을 세우는 학문이다. 이 진리의 탑에 맞지 않는 또 다른 가설이 진리로 확증되면 과학자들은 공든 탑을 무너뜨려야 한다. 과학이 발전하려면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도 절대로 교황으로 칭송하면 안 된다과학자의 권위가 강력해지면 검증을 거부한다. 이러면 다른 가설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할 수 없다


뉴턴의 친한 친구인 진리,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르려고 했던 거인은 수학과 관련이 있다. 데카르트는 좌표를 도입한 수학자다. 뉴턴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미적분을 고안했다과학의 역사를 살펴볼 때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수리적인 도구를 많이 이용했다. 그들이 많이 즐겨 쓴 수리적 도구는 방정식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숀 캐럴(Sean M. Carroll)의 물리학 강의 3부작 우주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The Biggest Ideas in the Universe)’ 1공간, 시간, 운동(Space, Time, and Motion)은 뉴턴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특수, 일반)상대론이론 등의 고전물리학 법칙들을 탄생하게 만든 방정식을 소개한다대부분 이론물리학 분야 책은 깔끔하게 정리된 법칙만 보여주는 결과를 알려준다. 하지만 공간, 시간, 운동은 법칙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자와 같은 과학 비전공 독자는 결과만 보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수학의 언어인 방정식이 동원되면서 가설이 이론으로 발전되는 검증 과정을 읽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저자는 독자들에게 방정식을 풀어보라고 과제를 내주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으면 넘어가도 좋다. 그 대신에 방정식의 역할은 꼭 알아두자. 방정식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을 좀 더 간결한 형태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수리적 도구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위대한 생각인 이유는 뉴턴역학의 중요 개념인 절대 시간절대 공간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언급되는 법칙이 질량(M)-에너지(E) 등가원리다. 이것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E=MC2’.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방정식은 원자력,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수학에 완전히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상대성이론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을 공부했다. 똑똑한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공부했다는 표현이 낯설게 보일 것이다. 놀랍게도 사실이다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은 평면 위에 있는 점과 선으로 공리를 증명한다. 무조건 평면이어야 한다. 리만 기하학은 말 안장 또는 감자칩(프링글스)처럼 생긴 구부러진 곡면을 다룬다. 그래서 리만 기하학을 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유클리드 기하학에 익숙했고, 당시 리만 기하학은 소수의 수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었던 생소한 수리적 도구였다. 처음에 아인슈타인도 시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혼란스러운 아인슈타인에 도움을 준 사람은 동료 물리학자가 아니라 수학자였다.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을 가르친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와 마르셀 그로스만(Marcel Grossmann)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 흐릿하게 맴돌던 시공간 개념이 태어나도록 도운 산파였다. 곡면과 곡선도 수리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인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물리적인 가 아니라 구부러진 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공간시간운동에 소개된 모든 방정식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저자는 생각보다 미적분의 기본 개념들이 이해하기 쉽다(50~51)’고 했다계산하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필자는 여전히 미적분이 어렵다수학을 깊이 공부해 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겠지만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들 수 있다하지만 수학보다 제일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다룬 공간, 시간, 운동이다공간시간운동은 일상적으로 친숙한 용어이지만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설명하기 어렵다따라서 수학은 우리 눈이 볼 수 없는 공간시간운동이 무엇인지 보여주게 만드는 실용성을 갖춘 렌즈다수학자들은 이 렌즈를 갈고 깎아서 방정식을 만들었다공간, 시간, 운동을 다 읽고 난 후에 거인의 어깨’를 요렇게 바꿔 쓰고 싶었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수학자의 어깨 위에 서서 그가 만든 방정식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주1] 12세기 프랑스의 스콜라 철학자 샤르트르의 베르나르(Bernard of Chartres)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dwarves perched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말하는 거인은 고대인, 난쟁이는 현대인을 뜻한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합본 154쪽)에 윌리엄 수도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를 언급한.


 

 “그래요, 우리는 난쟁이들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는 난쟁이는 난쟁이되,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랍니다. 우리는 작지만, 그래도 때로는 거인들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보기도 한답니다.”


  



* 54

 




 하위헌스는 원운동이 가능하도록 돌에 주어야 할 구심력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을 유도했습니다(또 그는 빛의 파동이론을 제안했고, 진자시계를 발명했으며, 토성의 위상[주2]인 타이탄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그가 자신의 전성기일 때 한 일들입니다).

 

[주2] 위성(衛星)’의 오자.





* 78

 




 아이작 뉴턴이 자신의 법칙들을 발표한 이후, 기본적인 물리계에 대한 수많은 법칙이 제안되었습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일련의 방정식을 제시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곡률에 관한 방정식을 제안했습니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에 관한 방정식을 제안했고, 다른 많은 제안이 뒤를 따랐습니다. 이들 모두가 가진 공통점은 모두가 미분 방정식입니다. 즉 어떤 대상을 기술하든 상관없이 이들 방정식은 도함수(시간에 대한 도함수, 또 흔하게는 공간에 대한 도함수)포함하고 있다고[주3] 것입니다. 이 때문에 물리학 연구에서는 미적분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주3] 있다는의 오자.





* 245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시공간 자체의 곡률을 표현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귀중한 깨달음이지만, 이것을 적절한 방정식들의 집합으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물리학 이론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방정식들은 기하학, 특히 리만 기하학(Riemanian geometry)[주4]에서 나올 것입니다.

 

[주4] 알파벳 ‘n’이 빠졌다. 독일의 수학자 리만의 알파벳 철자는 ‘Rieman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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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1-2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게 읽다가 방정식 얘기가 나오는 순간 흥미가 식어 버렸어요. 수학이라니! 저는 읽지 못할 책일것 같아요. 과거의 철학자들은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수학자이기도 했죠. 제가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과학자는 수학을 못 했던 다윈 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yrus 2024-01-27 20:53   좋아요 0 | URL
솔직히 수학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계산하는 방식을 설명한 내용을 과감히 건너뜁니다. 학창 시절에 답이 나올 때까지 수학 문제를 풀곤 했는데, 화장실 가는 것을 거를 정도로 계속 자리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었어요. 하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수능 수리 영역에서 고득점을 못 받았고요. 그래서 계산하는 일이 즐겁지 않아요. ㅎㅎㅎ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이 올해로 2년째다. 지난해는 고대 그리스 고전 문학을 읽었다면, 이번 해는 고대 서양 철학을 본격적으로 읽어 나간다. 첫 번째 텍스트는 플라톤(Plato)의 대화 편 소크라테스의 변명(또는 변론)이다. 1월 6일 올해 첫 번째 토요일이 바로 올해 첫 모임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서울에 가야 해서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2)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할 『소크라테스의 변명번역본은 천병희 교수의 책(이하 변론’)으로 정해졌다다른 후보 번역본은 정암학당 소속 연구자들이 번역한 아카넷 판본(이하 ‘변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추천했다.


아카넷 판본의 플라톤 전집본문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옮긴이의 각주가 많은 편이다옮긴이는 변명』에 묘사된 소크라테스의 재판 장면뿐만 아니라 당시 아테네의 모습과 사회적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나처럼 텍스트를 깊이 읽는 독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석 읽기를 즐긴다. 하지만 친절한 주석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주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천 교수의 변론은 각주의 양이 적다. 그래서 주석의 유혹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본문 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변론의 각주 중에 검토해야 할 것이 있다.

 


* 각주 9, 25쪽

 

 Leontinoi, Gorgias, Keos, Prodikos, Elis, Hippias. 이들은 이 무렵 아테나이에 와서 활동한 이름난 소피스트들이다.



출신지와 고대 철학자 이름을 같이 쓸 땐 중간에 쉼표를 넣지 않는다출신지 of 철학자 이름식으로 써야 한다. 따라서 각각 ‘Gorgias of Leontinoi’, ‘Prodikos of Keos’, ‘Hippias of Elis’로 표기해야 한다. 



















강철웅 옮김 소피스트 단편 선집》 (전 2권, 아카넷, 2023)

*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소크라테스》 (소요서가, 2023)




각주 10번 소피스트에 대한 천 교수의 설명은 소크라테스(Socrates)와 소피스트를 철저히 구분하는 기존의 견해를 답습하고 있다.



* 각주 10, 25

 

 소피스트는 원래 특수한 기술이 있는 지자(知者)라는 뜻인데, 기원전 5세기에 이 말은 보수를 받고 지식을 전수하는 순회 교사들을 지칭했다. 그들은 지리, 수학, 문법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으나 출세를 위하여 젊은이들에게 주로 수사학을 가르쳤다.



수사학의 핵심은 로고스(logos)’, 이다. 로고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소크라테스는 직접 글을 쓰지 않았다. 고르기아스는 말이 가진 설득의 힘이 인간의 영혼을 움직이는 신적인 힘과 맞먹는 것으로 이해했다. 당시 그리스인은 설득의 힘을 신령스러운 능력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고르기아스는 설득의 힘을 가진 로고스를 (arete)보다 중요하게 인식했다. 그러나 모든 소피스트를 덕의 기능에 무관심한 수사학 전문 교사로 규정할 수 없다. ‘첫 번째(최초의) 소피스트로 알려진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말과 덕의 기능 모두를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다. 그는 고르기아스와 다르게 덕의 교사임을 자처했다.


천 교수의 각주 10번은 소피스트를 소크라테스와 대비되는 비 철학적 학파로 보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소크라테스 대 소피스트는 고대 철학의 주류 견해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으나 소피스트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거의 밀려난 상태다. 소크라테스를 묘사한 고대 철학자들의 텍스트들을 연구한 루이 앙드레 도리옹(Louis-Andre Dorion)은 자신의 책 소크라테스(소요서가, 2023)소피스트들도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적 질문을 성찰의 특별한 대상으로 삼았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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