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 수업이 거의 아침 10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 마자 씻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옷 입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새벽 5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가 아침에 출근하시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나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나신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세면을 하시는데 우리 집에서 가족이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이 단 한 개 뿐이라서 두 사람이 같이 세면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새벽 6시에 일어나고 세면을 하게 되면 어머니는 세면을 늦게 하게 되고 출근하는 데 늦어질 수가 있다. 반대로 어머니가 먼저 세면을 하게 되면 내가 불리해진다. 왜냐하면 8시에 출발하는 스쿨버스가 있는데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최소한 7시 30분까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야 한다. 스쿨버스를 타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 이상 늦어지게 되면 버스에 타지 못하게 된다.

 

어쨌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도 조금은 피곤하다. 나름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잠 자는 시간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 기상이 힘들다. 군 복무했을 때 기상 시간이 6시인 것을 생각하면 인생이 아이러니하다. 사회인이 군인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다니...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인만큼 누구나 사람들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신이 개운하면서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게 쉽지 않다. 바쁘게 돌아가기만 하는 일상에 스트레스와 민성 피로를 달고 산다면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특히 아침부터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나게 되면 하루를 시작하면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오늘 같은 날이 그랬다. 날씨의 분위기가 인간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필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서 그런지 일어나기도 무척 싫었다. 게다가 오늘은 주간에 있는 수업 한 과목만 듣는 날이다. 고작 한 과목 수업을 듣기 위해서 버스 타는데만 집에서 1시간 20분이나 걸리는 학교에 가야하는 것이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로 학교 가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차하면 늦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세면을 먼저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에게 용돈 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수업 부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지갑에 있는 현금은 달랑 2만원에 천 원짜리 지폐 서너 장 정도 있었다. 수업 부교재 가격이 3만 5천원이었다. 어머니에게 2만원만 달라고 했다. 원래는 개인적인 용도(?)를 위해서 거짓말로 4만 원 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꾹 참고 정직하게 3만원만 달라고 부탁했다. 나머지 5천원은 지갑에 있는 천원짜리 지폐로 충당하려고 했다.

 

내가 책이나 교재를 산다고 하면 어머니는 거리낌없이 용돈을 주신다.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평소에 공부하는 나를 잘 알고 계셨기에 어머니는 나에 대해서 한 치의 의심도 안 하신다. 아니, 어쩌면 나의 얄팍한 꼼수를 알면서도 나를 위해서 어머니는 돈을 넉넉하게 주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소답지 않게 어머니가 용돈을 달라는 나의 말에 표정에 망설임이 역력했다. 항상 어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아왔던 나는 어머니의 표정과 말투만 봐도 그 날의 심리상태를 파악한다. 내가 원하는 비용의 용돈을 주지 못할 때, 어머니는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곤 한다.

 

 

 " 오늘은 안 되겠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게 내일 모레 내야 할 세금뿐인데...

  내가 너에게 줄 수 없는 현금이 없는데, 그냥 오늘은 네가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구입하면 안 되겠니? "

 

 

어머니는 내일 모레에 내야 할 세금이 정해져 있어서 지금은 3만 원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신에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문화상품권을 써라고 말씀하셨다. 작년 초에 동네 도서관 다독왕으로 문화상품권 7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는데 아직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작년에 받은 상품권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책 사는데 사용하려고 안 쓴 것뿐이었다. 웃긴 건 알라딘에서는 마일리지로 책 주름신을 잘 부르면서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나름 상품권은 아껴 써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문화상품권으로 수업 부교재를 구입하라고 했을 때 기분이 언짢았다. 고작 2만 5천원의 대학교재를 문화상품권으로 구입한다는 게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화상품권이란 오직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 현금 대신에 사용하는 일종의 마일리지였다.

 

 

 " 아... 됐어요.  그냥 문화상품권으로 교재 살께요. 아침부터 짜증 나려고 하네... "

 

 

새벽부터 내가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되자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당신의 지갑 안에 있는 2만 원짜리 지폐를 꺼냈지만 나는 냉담하게 거절했다. 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서고 말았다. 나의 무례한 행동을 보고 어머니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나를 향해서 강경하게 한 마디 말씀하셨다.

 

 " 이 돈 안 받으면, 다음부턴 용돈 달라고 해도 안 준다. "   

 

그러자 나도 이에 맞서서 반항 어린 어조로 대응했다. 아니, 화가 난 상태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

 

 " 그까짓 돈, 다음부턴 안 받으면 될꺼 아니에요! "

 

 

 

    

학교로 향하는 스쿨버스 안에서, 수업을 하는 강의실 안에서,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에도 아침에 일어난 일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내가 먼저 화를 냈고 어머니에게 무례한 행동을 범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꿀꿀했다. 더욱이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까지에도 하늘은 흐렸고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일 탓인지 봄비를 좋아하는 나로써 오늘 같이 내리는 비가 무척 싫었다. 어차피 집에 가서도 기분이 편치 않을거 같았다. 그래서 울적한 기분을 추스리고자 집에 바로 향하는 대신에 번화가에 위치한 대형서점인 K 문고를 들렸다. 원래 대학 부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 서점에 갔지만 오늘 같은 울적한 기분을 그냥 책 구입으로 풀고 싶었다. 지갑 안에는 7만 원의 문화상품권이 있기에 내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K 문고 안에는 절판, 품절되거나 유통되지 못한 채 재고로 남아 있던 책들을 매우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따로 있다. 항상 K 문고를 들리게 되면 꼭 먼저 가는 매장이 이 곳이다. 일단 싼 가격의 책부터 구입하고자 하는 일종의 구입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구입한 것이 홍익출판사에 나온 동양고전 시리즈 세 권이었다.『명심보감』,『소학』.『법구경』이었다. 이외에도 홍익출판사에서 낸『논어』『시경』도 있었지만 일단 이 세 권만 골랐다.『논어』는 최근에 김원중 교수가 번역한 신간으로 골랐다. 그리고 내가 사기로 한 대학 부교재도 같이 구입했는데...  3만 5천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컸다. 문화상품권 7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책이 5권 뿐이었다. 5권도 나름 많이 구입한 편이지만 가격 할인 도서를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상했던 구입 권수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3만 5천원짜리 대학 부교재만 아니었으면 책 두 세 권을 더 살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이 정도 책을 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문화상품권 7만 원을 한꺼번에 다 써버리니 속이 후련했다. 사실 이것만 없었다면 오늘 아침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구입했던 책들을 잠깐 훑어봤는데 이번에 구입한 김원중 교수의 『논어』가 특히 만족스러웠다. 작년에 성백효 번역의『현토완역 논어집주』를 구입했는데 시중에 나온 수많은『논어』번역본 중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 고심 끝에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 안에는 한문으로 된 문장이 많은데 한문을 공부한다는 목적으로 구입한 것도 있었다. 동양고전은 원문으로 읽어야 제 맛이라고 하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구입하고 보니, 원문의 맛은커녕 시작하자마자 쓴 맛을 봐야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책의 판형이 큰 것은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정말로 한문으로 이루어진 문장이 많았다. 몇 년전부터 한문을 공부했었기에 논어 읽기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혼자서 읽어보니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한문 공부한 지 세월이 좀 지나서 그런지 헷갈리는 한문도 더러 있었다. 이렇다보니 논어 읽기가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김원중 교수의 번역본이 무척 반가웠다. 판형도 손에 들고 다니기 쉬울 정도로 휴대성이 좋고 원문과 해석문이 같이 수록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좋았다. 그리고 『논어』와 관련된 연구성과 그리고 학자들마다 양분된 다양한 해석의 입장까지도 주석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에 나온 『논어』번역본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구입한 책들 한 권 한 권씩 훑어보다가 『명심보감』속에 아주 기가 막힌 내용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팔반가팔수'(八反歌八首), 즉 '반성을 위한 여덞 곡의 노래' 라는 뜻이다. 혹여나 이 부족한 잡문을 읽게 된다면, 다른 내용은 다 필요 없으니 내가 인용한 문장만큼은 꼭 읽으시라. 내용이 길더라도 천천히 읽어보시라. 이런 좋은 문장은 모든 사람이 읽고 많은 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1

 어린 자식 어쩌다 내게 대들면

 내 마음에 기쁘이 느껴지지만

 부모님이 나에게 화를 내시면

 내 마음 도리어 언짢아지네

 한쪽은 기쁘고 한쪽은 언짢으니

 자식과 부모님 대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 다를까

 그대여 오늘부터 부모님이 화내시면

 부모님을 자식으로 바꾸어 보시오.

 

 

 

 2

 자식들이 천 마디나 말을 하여도

 그대는 언제나 듣기 좋아하지만

 부모님이 어쩌다가 입을 여시면

 쓸데없이 참견한다 쏘아붙이네

 참견이 아니라 걱정되어 그러신 게지

 흰머리 되도록 아는 것 많으시다네

 그대여 노인 말씀 공경하여 받들고

 젖내 나는 입으로 길고 짧은 다투지 마시오.

 

 

 

 3

 어린 자식 더러운 똥오줌도

 그대 마음 하나도 거리낌없는데

 늙으신 부모님 눈물과 침 떨어지면

 그대는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네

 그대의 몸뚱어리 어디에서 나왔는가

 아버님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라네

 그대여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오.

 젊으실 때 그대 위해 살과 뼈가 닳으셨소.

 

 

 

 4

 그대가 새벽에 시장 들어가

 밀가루떡 쌀떡을 사는 것을 보았네

 부모님께 드린다는 말 들리지 않고

 자식들에게 준다고 많이 말하네

 부모님 드시기 전 자식 먼저 배부르니

 자식만 생각하지 부모님 생각 하나 없네

 그대여 떡 살 돈 많이 내어

 사실 날 얼마 없는 늙은 부모님 공양하오.

 

 

 

 5

 시장 길목 약 파는 가게에

 자식을 살 찌울 약은 있는데

 부모님 튼튼하실 약은 없다네

 무슨 까닭에 두 가지로 보이나

 자식이 병들고 부모님도 병든 경우

 자식 병 고치는 정성 부모님에 비할소냐

 다릿살 베어 내도 도리어 부모님의 살이니

 그대여 두 분 부모님 빨리 보전하오.

 

 

 

 6

 부귀하면 부모님 모시기는 쉽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마음 편치 않으시네.

 빈천하면 자식을 기르기가 어렵지만

 자식을 굶기거나 떨게 하지는 않네.

 마음은 한 갈랜데 두 갈래 길 나 있네.

 자식을 위하는 맘 부모님에 비할소냐.

 그대여 부모님 봉양하길 아이 기르듯하여

 가난해서 못한다고 핑계를 대지 마오.

 

 

 7

 부모님 봉양은 다만 두 분 뿐인데도

 언제나 안 모신다 형제끼리 다툼하네.

 자식을 기를 땐 열명이 되더라도

 그대 홀로 그 자식들 모두 떠맡네.

 자식이 배부른지 따듯한지 물어보지만

 부모님이 주리신지 추우신지 마음이 없네.

 그대여 부모님을 봉양함에 힘을 다하오.

 그대를 기르느라 옷과 밥을 빼았겼소.

 

 

 

 8

 부모님의 사랑은 한가득이건만

 그대는 그 은혜 생각지 않네.

 자식이 조금만 효도를 하면

 그대는 나이가 그 이름을 자랑하네.

 부모님 대할 때는 어두우면서 자식을 대할 때는 밝으니

 그 누가 알리오 자식 기르는 부모님 마음

 그대여 자식들의 효도를 부질없이 믿지 마오.

 자식들의 본보기가 그대 몸에 있다네.

 

 

 

 (홍익출판사, pp 136~140)

 

 

 

버스 안에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순간 뜨끔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 내가 어머니에게 크게 잘못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 8절의 노래 속에는 그동안 내가 부모님 앞에서 예의 없이 굴었던 모든 행동들이 소개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어머니의 지대한 관심을 너무나도 몰라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반성에 사무친 나머지 눈물이 나올려고 했는 걸 억지로 참았다. '젊으실 때 그대 위해 살과 뼈가 닳으셨소.' , '그대를 기르느라 옷과 밥을 빼았겼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못난 아들만 바라보고 뒷바라지하신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 문장을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어느 한 가지의 글귀도 틀린 점이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퇴근하고 집에 먼저 와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오늘 저점에 산 책 꾸러미들을 보여줬다.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샀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상품권을 한꺼번에 쓰고나니 기분이 속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 말 한 마디를 꺼냈다.

 

 

 " 엄마,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죄송해요. "

 

     

살면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직접적으로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 전까지는 어버이날을 위한 구색 갖추기식의 편지에서 '죄송하다'는 표현을 글로 썼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면서 말로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한 말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내자니, 많이 쑥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이 말 한 마디 했다고 해서 예전에 부모님에 대해던 나의 불효의 행동들을 모두 다 책임을 진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다음부터는 부모님의 입장을 좀 더 헤아리면서 부모님의 몸과 피를 물려받은 '아들'로써 분별 있게 행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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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4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2-03-2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살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특히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하게 됩니다. 알량한 자존심인지, 아니면 가족끼리는 그런 것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가족이기 때문에, 소중하기 때문에 더 미안하다는 말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하셨습니다.

cyrus 2012-03-24 22:1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도 부모님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는데요.
마음 표현을 자주,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

비로그인 2012-03-24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정말 읽는 내내 공감했어요. 저도 학교까지 가는 데 오래걸려서 (자그마치 두 시간!)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할 때가 많거든요. 아침에 비몽사몽 일어나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다보면, 아주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기분이 팍 상하기 일쑤죠. 그래서 괜히 화도 내고, 못난 모습을 스스로 많이 보게 되네요. 이 글 읽으면서 저도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cyrus 2012-03-24 22:18   좋아요 0 | URL
어제는 제가 크게 잘못 행동해서 아침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역시 하루의 시작인 아침을 잘 맞이해야 그 날 하루의 컨디션이랑
일과가 제대로 돌아가는거 같습니다. ^^

stella.K 2012-03-2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너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네.
항상 점잖고 화도 안 낼 것 같은 엄친아라고 생각했는데.ㅋㅋㅋㅋ
난 너 맘 때 그렇게 안 해봤어. 그래봤자 나만 손해거덩.
대신 다른 거 속 썪여드렸지.ㅎㅎ
자식은 다 그래. 그래서 부모님이 항상 하는 말 있잖니.
너도 이 담에 너 같은 자식 낳라고. 이거 알고 보면 진짜 무서운 얘기지.ㅋㅋ
근데 참 어머니 좋으신 분 같다. 화도 안 내시고. 울엄마 같으면 진짜 난리난다.ㅋ
잘 해 드려.^^
근데 잠은 잘만큼 자야하는데...한 시간 더 자고 덜 자고가 얼마나 다른데.
낮잠이라도 잠깐 자 둬. 잠이 보약이다.^^

cyrus 2012-03-24 22:23   좋아요 0 | URL
엄친아는 아니에요. 제 스스로 성격을 평가하자면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나름 마음 표현을 자주 하거나 매 하루마다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

이 다음에 너 같은 자식 낳으라.. 전혀 틀리지 않는 진리인데요.
오히려 이 짧은 말이 가슴에 더 와 닿네요 ^^

오늘 주말이라 나들이 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냥 방콕했어요. 그리고 정말 낮잠도 잤고요.
지금 정신이 개운한데.. 낮에 너무 많이 자서 밤에 잠 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마녀고양이 2012-03-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맘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읽는 제 맘에도 생생하게 전해져오네요.
아무래도 요즘 사이러스님의 맘이 복잡하셨던게 아닐까, 심적 부담감이 있으신게 아닐까, 몸이 힘든게 아닐까, 스트레스를 받으셨던게 아닐까 염려됩니다... 많이 힘드시죠.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도 힘들고, 미래를 계획하시는 것도 힘들고, 어머니께 용돈 달라고 하시기도 미안하시고, 그러시겠네요.... 솔직하게 편지를 쓰시다니, 저보다 훨씬 용기가 있으시네요. 저는 아직도 그러지 못 하는데.

우리 힘냅시다!

cyrus 2012-03-25 23:29   좋아요 0 | URL
부모님한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여러 모로 정신적으로
부담감도 있고 힘든 점도 있긴 해요. 나이 한 살 먹어갈수록
미래는 불투명해져만 가고요 ^^;;
그래도 나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상 살다보면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니까요.
이제 좋은 여자친구만 만나기만 하면 인생 대박이고요 ㅎㅎㅎ

어느새 주말이 다 지나갔네요, 또 내일부터 학교 다니느라
바빠질거 같네요. 우리 좀 고생하더라도 힘내요 ^^
 

 

 

 

 

 

 

 

 

 

 

 

 

 

 

 

 

 

요즘 친분이 있는 지인들과 함께 '인문학 공부'라는 공통적인 목적 하에 읽고 있는 것이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의 공간』이다. '기억'이라는 주제로 문화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연구서인데 이 책에는 수많은 외국 문학작품들의 텍스트들이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의 난이도는 만만치가 않다. 기존에 나온 판을 새롭게 개정해서 나온 번역판임에도 전문서적을 보는 듯한 서술 때문에 읽히기가 쉽지 않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적잖이 고생했다.

 

한 주에 정기적으로 두, 세 장씩 읽고 발제자가 쓴 발제문에 대해서 나름 감상과 개인적인 견해를 답글 형식으로 써내어가면서 각자가 쓴 글들을 서로 읽고 거기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일종의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문학 공부를 여러 명이 함께 한다고 해서 무조건 쉽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 하는 것도 내용을 이해하고, 공부를 하려는 의지의 정도를 비교하자면 그래도 공부는 함께 하는 것이 더 나은거 같다.

 

비록 관심 있는 내용을 골라 거기에 개인적인 감상과 견해를 덧붙이는 단상 형식의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런 독서와 글짓기가 혼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보다도 더 기억이 남고 거기서 얻은 것도 많았다. 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공부할 게 많아졌지만 이미 여려 지인들 그리고 나 자신과 스스로 약속을 했으니 꾸준히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1장 ‘기술’과 ‘활력’으로서의 기억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모든 길은 기억으로 통한다. 이 말은 신학, 철학, 의학, 심리학, 역사학, 사회학, 문학, 예술학, 매체학의 모든 길들이 바로 기억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예학에서 기억으로 통하는 길은 한 번 더 나눌 수 있다. 그 중 한 길은 ‘기술’(ars)이란 길이고, 다른 길은 ‘활력'(vis)이라는 길이다.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문학연구 논문들은 모두(冒頭)에 꼭 고대 로마의 기억술은 언급하고서 시작한다. 기억술이란 기억을 다루는 기예(기예)이며, 여기서 기예란 고대의 의미로 살펴보건대 기술이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  (pp 30)

 

 

 

고대 로마에서는 기억술을 하나의 ‘기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억'의 고대적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 것 같다. 학습하는 데 있어서 물론 '기억'이라는 기술(혹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암송'이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정보의 양이 많은 시대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등장으로 굳이 정보를 기억해야 할 필요도 없게 되고, 심지어 기억하는 능력마저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퇴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직접 머리로 기억하려는 습관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지날수록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된다 하더라도 굳이 정보기기들의 능력까지는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기억은 단지 공부할 때만 필요한 정신적 행위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고 행복한 일들을 죽을 때가지 평생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억술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살면서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어린 시절 때 행복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씩 잊혀 간다는 것을. 그러한 기억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인간은 추억에 쉽게 빠져드는 감성적인 동물인거 같다.

 

 

 

 

 

나이가 들면서, 심지어 생물학적으로 꽤 젊다고 할 수 있을 때에도 우리는 짙은 향수에 잠겨 지나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향수는 박탈당한 삶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맛보았던 감정과 기쁨을 혹시라도 또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하여, 그런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헤럴드 블룸)

 

 

 

 

 

책의 주제인 '기억'과는 좀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들을 기억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절대로 잊어버려서는 안 될 기억술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의 좋은 일들을 기억함으로써 메마른 생(生)에 큰 '활력'(vis)을 불어 넣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기억술도 언뜻 보면 좋은 것 같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항상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기억만 하고 산다면 좋겠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일들만 100%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기억하기도 싫은 안 좋은 일들도 겪기 마련이다. 종이 위에 연필로 글을 쓰고 나면 그것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한 손에 꼭 쥐고 있어야하듯이 불필요한 기억들도 스스로 여과하여 지울 수 있는 망각의 능력도 필요하다.

 

 

 

 

 2장 추모의 세속화 : 기억, 명성, 역사

 

 

망자에 대한 기억은 종교적인 차원과 세속적인 차원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경건함으로, 후자는 송덕으로 각기 대변된다. 경건함은 후손의 의무, 즉 살아 있는 자들이 망자를 기리며 추모하려는 의식을 말한다. 경건함이란 다른 사람들, 즉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망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송덕, 즉 칭송으로 명성을 얻는 일이란 어느 정도까지는 망자가 살아 있을 때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송덕이란 자기의 이름을 영구화하기 위한 세속적 형식으로, 당사자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최후의 심판일에 구원을 얻기 위해서 애를 썼는데, 이것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 애쓴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pp 39)

 

민족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영원화의 기약은 수많은 기념비에 나타나고 있다. 무명용사들의 기념비에서 국립묘지까지 이 기념비들은 민족적 기념 사업의 과정된 형식이기도 하지만 어색한 형식이기도 하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현대 민족주의 문화에서 무명용사들이 위령탑과 빈 무덤만큼 인상적인 기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육체의 잔재나 불멸의 영혼과 관련하여 그들의 무덤이 비어 있으면 있을수록, 그들은 유령 같은 민족적 환상으로 가득해지게 될 것이다.” (pp 55)

 

 

 

 

제2장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민족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망자에 대한 기억에 대한 내용이었다. 앞에서 저자는 제2장을 시작하는 부분에서 망자에 대한 기억을 종교적인 차원과 세속적인 차원, 이 두 가지로 구분했는데 민족적 차원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속적 차원에서의 망자에 대한 기억이 민족주의적 요소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pp 55의 각주에 보게 되면 민족주의와 망자 숭배의 관련성에 대해서 베네딕트 앤더슨의 간단명료한 말 한 마디가 핵심을 잘 포착하면서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무명의 맑스주의자나 무명의 자유주의자는 없다.”

 

 

 

 

 

앤더슨의 지적은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와도 연관 지어 볼 수도 있다. 일본의 각료들이 매번 참배를 하게 되는 그 곳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한 200여 명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 세운 종교적인 건물일 뿐이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이 안치되기 전에는 야스쿠니 신사는 막부 간의 싸움에서 희생된 자들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게 되면서 망자에 대한 기억의 장소가 전쟁 때마다 국민에게 천황숭배와 군국주의를 고무, 침투시키는 데 절대적인 구실을 하는 망자 숭배의 장소로 변질되어 버렸다. 또 전몰자들은 천황을 위해 죽음으로써 생전의 잘잘못은 상관없이 신(神)이 되어, 국민의 예배를 받았다.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전몰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기념비가 있다. 전쟁이 아니었으면 일개 평범한 삶을 마쳤을 무명의 일본 국민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숙이게 만드는 이름뿐인 ‘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전장에 나서기 전에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전쟁터로 떠났을 만큼 모든 가치의 기준을 천황에 대한 충성 여부에 두었고,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의 존재는 일본 국민의 도덕관을 혼란시키는 동시에 한일 간의 관계를 어긋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천황을 위한 죽음은 대부분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서의 죽음이었기 때문에 일본 군국주의는 이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신화의식을 조작해 야스쿠니 신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총사령부는 야스쿠니 신사의 호국적 성격을 알고 단순한 종교시설과 순수한 전몰자 추도시설 중 하나를 택하라고 일본에 강요, 일본은 종교시설을 택하였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특수한 기능인 전몰자 추도시설 기능을 완전히 박탈하지는 못했다. 야스쿠니 신사의 상징인 흰 비둘기가 평화를 의미하는 것과는 반대로, 전시물들은 전쟁과 전투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어 전쟁박물관인지 신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이중성을 지닌 건물로 남게 되었다.

 

 

시대가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자기 확실성이 강화될수록 기념비들은 더욱더 많아지고 더욱더 극적으로 변화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런 기념비들은 후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동시대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것들은 현재를 영원한 역사로 만들고 역사적 과정을 부정하려는 도전과 여러 가지 면에서 일치한다. (pp 61)

 

 

망자 숭배 또는 추종에 가까운 기념비 설립의 현상은 비단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기념비 설립이 정치적인 영향력의 수단으로 전략한 사례도 있고 또한 그것으로 인해 역사관의 가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낳기도 했다. 인천의 맥아더 미군 동상 그리고 남산에서의 이승만 대통령 동상 설립 문제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권력을 가진 이해집단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거의 역사를 기념비를 통해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은 자신들의 사상 또는 사회적 영향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기념비 설립에 집착하는 것은 망자를 기억하는 의미의 추모 행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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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3-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의 글은 가끔 제게는 너무 어렵군요.
흠 친한 척 해보려고 해도, 뭔가 꺼리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게 다 저의 부족함이니 남 탓을 할 수도 없겠네요.
암튼 오랫만에 들러서 인사 남깁니다. ^^

cyrus 2012-03-23 20:31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인사 댓글 남기셨는데 하필 부족한 글을 보게 되셨군요.
오히려 제가 송구스럽네요. ^^;; 공자 앞에서 문자 쓴다는 말이
있잖아요 ㅎㅎ 요즘 제가 글을 쓰면서 그런 경향이 있어 보여서
저 스스로 경계하려고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3-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몇 년 동안 기억에 대해서 역사학 및 사회과학자들의 좋은 저술이 나오고 있습니다.저는 매우 중요한 연구라고 봅니다.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은 역사해석의 핵심이거든요.특히 무덤을 비롯한 과거 흔적을 놓고 일종의 기억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니 더욱 연구해 볼 만한 소재지요.박정희 기념관을 둘러싼 갈등도 좋은 연구사례입니다.

cyrus 2012-03-23 20:32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을 5장 정도까지 읽었는데요,, 생각보다 어렵네요 ^^;;
제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ㅎㅎ
그래도 간만에 독서를 하면서 머리 아픈 것도 나쁘지가 않네요.
일종의 정신적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
 

 

 

 

 

 

 

 

 

 

 

 

 

 

 

 

 

 

 

 

 

 

좋은 일들

 

               

내가 오늘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릐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에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한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 지성사, pp 24~25 -

 

 

 

요즘 매일 아침마다 읽고 있는 심보선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얇은 분량, 한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가벼운지라 등교 길 버스 안에서 읽고 있다. 항상 시 몇 편씩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남자의 손에서 이런 멋진 문장이 나올 수 있다니, 감탄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인의 감성이 부럽기도 하다.

 

특히 시집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가 '좋은 일들'이다. 제목부터 읽는 이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생각날 때마다 읽어도 좋고 말이다. 이 시, 특히 마지막 구절은 그 날 하루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과 설레감을 불러일으킨다.

 

 

 "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개강한 지 이제 2주째 정도 지났는데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되었다. 사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과목의 수업을 혼자 들었을 때는 낯설기도 했다. 평소에 듣었던 주전공 과목을 혼자 듣는 걸 좋아하는 나로써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서 혼자서 수업 듣게 되는, 이 분위기가 '강의실 속의 고독'이다. 게다가 수업 진행도 주전공 수업과 많이 달라서 어떻게 수업이 진행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조금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은 조가 되어 몇 개의 과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름 긍정의 힘 덕분인지 점차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움츠려들었던 마음을 다시 추스릴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일상의 변화를 유도해준 긍정의 힘의 근원에는 내가 좋아하고 있는 심보선 시인의 시 덕분이다.

 

시 마지막 구절처럼 인간의 생은 정말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똑똑한 사람들도 생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간혹 예기치 못한 하나의 운명으로 인해 사람의 전체적인 인생이 확 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무심코 해 본 로또 복권에 수억대의 상금을 타게 되는 행운이 느닷없이 찾아올 때도 있다.

 

자신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예기치 않는 행운이나 행복을 맞이하게 되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최고의 기억으로 남게 되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매일 반복해왔던 일상, 그 순간 속에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거나 거기에서 오랫동안 찾고자 했던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살아가면서 그냥 지나쳤던 하늘 속 구름 위에 거대한 천사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사진출처: 아시아투데이

 

 

 

 

 

 

 

르네 마그리트  『대가족』 1963년

 

 

 

르네 마그리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 '이성', '당연한 것', '예측할 수 있는 것', '확고한 진리' 등을 거부했고 그러한 자신의 삶의 태도를 예술로도 표현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 즉 우연의 일상을 좋아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대상을 통해 새롭고도 낯선 분위기를 만들어 낼 줄 아는 화법을 구사했던 마그리트다운 발상이다.

 

전혀 체험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낯선 일상 속에서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즐거움이나 능력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환경 속에 놓여진 무(無)가 유(有)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가끔 행정학과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나에게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다. 경영학과 수업만 듣지 말고 이쁜 여자 한 명이라도 꼬셔 오라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듣는 경영학과 과목 수업에는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팀별 과제가 많이 부여되는 수업 특정상 그것을 잘 이용하면(?) 여자친구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수업을 듣는 나를 부러워하는 녀석도 있다.

 

사실 친구들의 농담이 틀린 말은 아니다. 내 친구 중에서도 팀별 과제를 계기로 만 타 과 학생과 캠퍼스 커플이 된 경우도 있으니까.  친구의 농담대로 그렇게 되면 참 좋겠지만 아직 제대로 된 팀별 구성이 되지 않아서 일단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만약에 친구의 농담처럼 그렇게 된다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예기치 못했던 최고의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그리고 '나'라는 주체적인 존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인생이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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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2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당연히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고, 설명할 수 조차 없는 사건들로 가득차 있죠. 이번 학기 cyrus님에게 그런 일들 중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찬 일들만 생기길 바랄께요~
물론 연애 포함해서요~ㅎㅎ

cyrus 2012-03-21 19:25   좋아요 0 | URL
ㅎㅎ 현맘님의 희망처럼 그런 일이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현맘님도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흰수염고래처럼 찾아오기를 바라요 ^^

맥거핀 2012-03-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기 읽다보니까 제 대학시절의 일이 하나 생각이 나는데요. 제가 부전공을 했는데, 부전공하는 과가 상당히 여학생 중심의 과라서, 조과제 수업 때 상당히 미모의 여학생들과 한 조과 되어 같이 도서관에서 밤도 새고, 자료조사(?)도 나가고 했었는데요...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냐면...(cyrus님께 희망을 드리는 차원에서 자세한 뒷얘기는 생략하기로..)

cyrus 2012-03-23 20:3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날이 오겠죠..? ^^;; 그냥 운명에 맡기려고 합니다. ㅎㅎ
 
가차없는 자본주의 - 파괴와 혁신의 역사
조이스 애플비 지음, 주경철.안민석 옮김 / 까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의 경제적 패러다임

 

신자유주의가 비판받으면서 작년부터 자본주의 4.0 등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대안의 핵심은 시장 축소, 정부 확대 그리고 사회적 기업을 앞장선 휴머니즘 회복 등이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금융자본의 폐해 등을 개선해야 하며 정부와 시장이 이전의 자본주의처럼 적대적이 아니고 협력적인 관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자유시장 즉 신자유주의가 비판을 받지만 강한 시장이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으니 역사는 반복하면서 조금씩 진전하는가 보다. 인간의 역사가 이 처럼 반복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은 불완전한 동물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으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불완전성으로 인해 인간은 진리에 가까워질 뿐이지 결코 진리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히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를 지배한 논리나 이념은 산업화 이후 시장과 정부의 길항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18세기 산업화 초기에는 정부가 시장을 압도했다. 이른바 중상주의로 국부 축적을 위해 관세와 규제로 수입을 억제하고 식민지 건설을 통해 수출을 촉진했다. 그러나 각국의 소비자를 희생하고 상인과 제조업자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가 대두됐다. 시장경제는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의 의사결정으로 생산과 소비가 작동되는 경제시스템이며 가격에 의해 조정된다. 애덤 스미스는『국부론』에서 인간은 이기적일 정도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고 봤다. 이런 시장경제체제에서 사람들은 과거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풍족한 생활수준을 누리게 되었다. 이것은 개인과 공동체 전체의 후생이 조화롭게 작용함으로써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작동이 중앙통제경제의 계획보다 우월함을 뜻한다.

 

 

 

 

 


애덤 스미스가 구축한 시장경제의 영향력은 산업혁명의 등장에까지 이어졌지만 빈곤 확산, 노사 대립, 경제 공황 등의 문제점이 유발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제멋대로인 '보이지 않는 손'을 결박하기 위해서 직접 나서야 했다. 그것이 수정자본주의로 시장기능과 정부 통제가 혼합된 경제체제다. 이 이념 또한 소득분배의 불평등, 대량 실업, 자원 이용의 비효율 등으로 결국 미국의 대공황을 초래해 다시 정부가 강해지는 케인즈주의가 등장했다. 독점 금지, 소득 재분배, 정부가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뉴딜정책 등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기업 도산, 물가 상승, 실업 증가 등이 나타나자 애덤 스미스 체제로 회귀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적 용어인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는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는 것처럼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등 선도부문의 경제적 성과가 늘어나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등 낙후부문에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말한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안에서 경제적으로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져서 중간계층은 점점 빈곤층으로 떨어졌고 상류층과 극빈층의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는 현상이 심화됐다. 세계경제를 주름 잡았던 미국의 거대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도산을 하게 되면서 금융자본에 의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나타나고 빈부격차,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신자유주의 폐기론이 힘을 얻게 되었다. 정부가 다시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이념이 대두된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우리가 경제 교과서에서 배우는 자본주의의 역사다. 긴 설명을 다시 짧게 축약하자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이렇게 세 가지의 경제원리로 분류할 수 있다. '자본주의 4.0'을 제안한 아나톨 칼레츠키는 이 세 가지로 축약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경제 원리가 작동되었던 시대를 구분지을 수 있도록 일종의 경제적 패러다임으로 보고 있다. 시장경제가 등장한 애덤 스미스를 '자본주의 1.0', 경제 대공황 이후 케인스가 제안한 수정자본주의를 '자본주의 2.0',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를 '자본주의 3.0'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는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역사상 네 번째 구조적 전환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자본주의 4.0'을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4.0'에서는 딱 두 가지를 강조한다.  대기업은 자본주의의 '원칙'을 먼저 지키면서 사회공헌을 경영활동의 하나로 인식하는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만들어내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역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중심인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도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세계경제에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본주의'를 바라본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 모두 틀렸다!

 

'애덤 스미스, 케인즈, 하이에크' 순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의 과정은 경제를 공부할 때 배우게 되는 내용이며 경제학사에서는 오랫동안 하나의 통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논하는 모든 서적에서도 '애덤 스미스, 케인즈, 하이에크', 이 세 사람의 이름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단골 인물들이다.

 

이번에 출간된 조이스 애플비『가차없는 자본주의 : 파괴와 혁신의 역사』역시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되는 광범위한 역사의 과정을 담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신자유주의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는 하이에크 대신에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을 언급하는 것만 빼면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자본주의의 역사를 논했던 그 이전의 책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 작용했던 특정한 요인에 대한 관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변동시킨 거대한 경제 체제인 동시에 문화 체제라고 봤으며, 인류의 관행과 사상, 가치와 이념을 뒤흔들어 정치를 변형시켰다고 설명한다. 즉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형성과정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그는 경제학의 역사를 거론할 때 언급되는 애덤 스미스의 관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스미스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재화를 통해 거래하고 교환하려는 시장경제체제가 자연스럽게 구축되었다고 봤다. 그리고 그러한 체제 형성에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애플비는 시장경제의 발전이 자본주의의 발달로 서서히 이어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는 반대로 경제발전이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 거래하고 교환하는 문화적 특성을 촉진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자본의 축적이야말로 '전통적인 경제활동 방식(중세 유럽의 봉건제와 같은 농촌사회 내에서 이루어진 생산방식)과 단절하는 첫걸음'(pp 25)이라고 강조한 마르크스의 주장도 반박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유럽의 전통적 사회에서는 생산방식을 혁신하는 데 필요한 문화자본의 축적 그리고 노하우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애플비의 반박을 비추어 보자면 마르크스 역시 자본주의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문화적인 측면의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를 비판하고 있는, 애플비의 관점은 막스 베버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다. 저자 역시 스스로 막스 베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문화적인 특성이 자본주의의 발달에 끼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베버 역시 재화를 통해 거래하려는 성향을 지닌 애덤 스미스의 경제적 인간관을 부정하고 있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시장경제의 방식이 존재했다고 가정한 마르크스를 비판했다.

 

중세 말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금융위기까지 방대한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의 발달은 애덤 스미스의 생각처럼 '인간의 본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고 마르크스처럼 역사 발전의 필연적 도달점도 아니다. 이미 도래할 것으로 예정된 불변의 역사가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도 포함된 인류의 문화적 행동이 만든 관행과 제도의 집합일 뿐이다.

 

 

 

 

 '혁신'이라는 새 옷을 입는 것이 두려웠던 자본주의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은 시간에 따라서 변화되는 연쇄적 진보 단계로 파악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등장하기 전의 과거의 체제와 다를 수 밖에 없는 인정하게 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의 귀결로 본다. 하지만 애초부터 자본주의는 헌 옷을 버리고 상황에 따라서 새 옷을 갈아입을 줄 아는 능동적으로 변신할 줄 아는 혁신적인 체제가 아니었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까지 서양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진보적인 혁신을 추구하지 않았다.

 

 

 

 

 

피터르 브뤼헐 「월력도 연작 중 두번째 그림 : 곡물 수확, 8월」 1565년

 

 

 

16세기 이전 유럽의 전통 사회에서는 농업이 주된 생산방식의 과정이었다. 인구의 절반이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갈 정도로 그 당시 사회 질서 역시 농경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농경 중심 사회에서만 나타나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기근에 의한 흉작이다. 특정한 해에 기근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농업에 의지해서 생산되는 식량이 부족하게 되어 수많은 인구들은 아사(餓死)의 공포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점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오랜 세월동안 농경사회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농업을 중시하다보니 당연히 상업은 무시되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경제체제를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어떠한 혁신도 꿈꿀 수가 없었으며 농업 중심의 사회 질서를 그대로 순응하기에 이른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농경 사회 자체가 한순간에 바뀐다는 점이 기근에 의한 흉년이 찾아오는 것보다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나고 나면서부터 오랫동안 유지될 것만 같았던 농업 중심의 경제체제에 새로운 기운이 꿈들대기 시작했다. 대륙 간 교역이 본격화하면서 '자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러한 체제 속에서 상공업자의 세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자본에 사적 투자라는 개념이 더해져 최초로 '자본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는 역사적 전환점의 시작을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최초로 자본주의에 의한 혁신이 이루어진 시점을 산업혁명이 등장하기 이전을 거슬러 올라 17세기로 정하고 있다. 신. 구교 간의 종교적 갈등 그리고 혁명에 의해 국왕이 바뀔 정도로 정변이 잦았던 내분의 과정 중에도 상인들은 전국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경제질서를 변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에 계몽사상이 등장하게 되면서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진보적인 경제질서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영국이 자본주의를 발달하게 만든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영국에서 불어닥친 자본주의의 영향력은 비단 유럽 전체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전력사업을 발전시킨 에디슨, 강철왕 카네기 등과 같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혁신적인 기술가와 사업가들의 등장으로 자본주의는 더욱 더 진보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자본주의라는 유행을 타게 된 국가들은 자신들의 경제 및 사회적 상황에 맞게 딱 어울리는 옷을 입을 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구 경제체제의 질서를 순응하는 낡은 옷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알고 혁신을 강조하는 새 옷을 갈아입는 것이 중요해졌다.

 

 

 

 

 

 자본주의자들의 행동은 반복된다

 

 

 

 

 

아돌프 폰 멘첼  「쇠 압연 공장 (현대판 키클롭스)」 1872~1875년

 

 

 

저자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혁신에 의한 구 질서가 파괴되는 원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새 옷을 입기 위해서 기존에 입었던 헌 옷을 입지 않는다거나 버리게 된다. 그러나 신상에 대한 허영심은 절제되지 않는 과소비를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등장했던 증기기관, 자동차, 산업 등이 근대로 이행하게 만드는 '창조적 파괴'의 사례라면 21세기에 이르게 된 지금은 우리 눈 앞에서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 기술의 등장이 현대판 '창조적 파괴'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렇듯 '창조적 파괴'의 원리로 작동되던 자본주의도 진보와 성장에 대한 탐욕에 눈이 먼 나머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이렇다보니 자본주의의 무시무시한 파괴적인 측면은 금융위기, 경제적 불평등, 빈곤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것을 묵인한 채 자본주의는 가차없이 작동되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자본주의자들의 행동은 반복된다. 위기가 임박했음에도 그것을 막으려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누구도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가 어떤 성질을 강화시키는지 말해준다. 그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주의다. 자본주의의 '정신'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 세일즈맨의 정신에 다름 아니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는 않은 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방법 - 가능하다면 쉬운 방법 - 으로 돈을 버는 것에만 몰두하면 위기와 공황, 대폭락은 불가피해진다.

 

 

 - 조이스 애플비 『가차없는 자본주의 : 파괴와 혁신의 역사』중에서, 까치, pp 452 -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 작동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판을 통째로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위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비판론을 제기하는 측면이 자본주의의 '혁신적 파괴'의 장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실수에서 배우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의 자정 기능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냉혹할 정도로 가차없이 작동되는 자본주의의 혁신도 스스로 종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차별적인 '생각없는 혁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멈출 줄 모르는 가차없는 자본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조이스 애플비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는 저자의 태도에 대해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적 경제의 유동성은 그 아무리 똑똑한 전문가라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과거를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pp 466)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빈곤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으로 운영되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무하마드 유누스,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부의 배분 및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로 바라봤던 아마르티아 센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공통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에도 문제점이 있다. 대안의 실마리로서 제시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저자는 이 제도 역시 빈민 중에서 그나마 잘 사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게 될 뿐,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책에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이 될 것만 같았던 유누스의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와 그라민 은행은 존망의 위기에 처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라민 은행의 금리가 고리대금 수준으로 높아진데다 가혹한 추심으로 대출 받은 이들이 자살하면서 원래 취지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라민 은행을 역임하고 있었던 유누스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억 달러의 기부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유누스의 대출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비판과 문제 제기가 점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말부터다. 원서가 2010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비추어 본다면 애플비는 유누스의 대안에 대해서 문제점을 거론했지만 그렇다고 심각할 정도로 몰락에 처하게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세운 저자의 대안은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의 내용과 유사한 면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움직이게 만드는 시장 중심의 기능, 즉 혁신에서 비롯된 부의 창출 능력을 유지하되 이에 대한 탐욕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차없을 정도로 탐욕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난폭한 성격을 규제하려는 목표와 취지는 인정할 만하나 아나톨 칼레츠키나 애플비 역시 마찬가지로 경제발전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 경제 발전의 공로를 자본주의적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있고 여전히 자본주의적 시각의 범위 하에서 해결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안에는 모순적인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주의를 '가차 없지만 생각 있는 혁명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한 점은 그가 지적했던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주의'와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남다른 관점만 부각되었을 뿐, 그도 역시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반성하는데만 그쳤다.

 

인간은 경제적 위기를 마주하게 되면 '시장-정부'를 오가는 쳇바퀴를 반복해서 돌려왔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지구에서 작동되고 있는 상태다. 끝없이 가동되고 있는 와중에 환경 파괴, 자원 고갈, 다음 세대에 떠안아야 할 막대한 빚 따위의 호소는 들리지도 않는다. 끝없이 새롭고 독창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소비해야만 경제가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원리 하에 인간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출 줄 모르는 자본주의의 '혁신적 파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혁신적 파괴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에 사로잡혀 이것을 적절하게 규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세상을 파괴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수 있다. 시장경제 내에서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적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이나 개인은 모험을 회피한다. 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에 맞서 극복하려는 의지도 약화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앞에서도 설명한 농경사회에서의 상업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의 선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진보와 발전에 있어서 때때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지속된다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의 효과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가차없는 자본주의의 작동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문제가 크게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유지되어 있는 질서의 체계에 약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넘어서야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책 한권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처한 모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또 저자가 제시한 대안이 당위성을 넘어 실제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미완의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지적인, 현실적인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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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2-03-1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하고 꼼꼼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간만에 들렀더니 배경이 산뜻하게 바뀌었군요~

cyrus 2012-03-20 12:48   좋아요 0 | URL
봄이잖아요 ㅎㅎ 오늘까지 꽃샘추위라는데 생각보다 바람도
괜찮고 햇살도 따사로워서 좋네요. ^^

마녀고양이 2012-03-2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사이러스님의 리뷰는 논문 같아요....
대단하시기도 하고, 그로 인해 좀 딱딱하달까 아니면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면도...
그저 제 느낌이었어요. 오랫만에 들려서 이런 말이라니, 죄송... 아이고.

하지만 참 좋은 페이퍼입니다.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cyrus 2012-03-20 12:54   좋아요 0 | URL
ㅎㅎ 죄송하긴요, 저도 글 쓰면서 그렇게 느껴왔는데요.
소설 리뷰 같은 건 내용에 대한 느낀점을 쓰면 되니깐 쓸만한데
인문, 사회과학 도서 같은건 정말 쓰기 어려운거 같아요.
나름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적는다고 쓴거 같은데
쓰다보면 내용이 길어져있고요,,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적게 적으면
그 책을 읽어보려는 독자들한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까봐
그것이 또 걱정이고요, 글을 쓰면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ㅎㅎ 역시 습관이라는게 무서운거 같습니다. ^^;;

그래서 저는 마고님 같은 분의 이해심이 담긴 지적을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시지 말고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해주고 고쳐주세요 ^^

꽃도둑 2012-03-2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대에서 조한혜정 교수랑 우석훈 교수의 주도로 <경제인류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한 적이 있었어요, 여러 강사들이 초빙되었는데요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혹은 대체할만한 것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었지요.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내리막길로 달리는 자본주의를 세울 수는 없으리라는 암담함 속에서도 이제 가파르지 않은 평지가 가까이 왔다는 희망 속에서 이 강의를 지켜보았는데요. 아나톨 칼레츠키의 4.0은 글쎄요..탐욕만 줄이려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과연 효력이 있을까?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행동은 반복될텐데요...그죠?...^^

cyrus 2012-03-21 19:28   좋아요 0 | URL
저도 4.0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대안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생각에서는 저도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론만 따져 본다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좋은 일이죠.
하지만 지금 현 상황으로봐서는 서로 등을 돌렸던 노사가 마주쳐서
화해와 상생의 악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요즘 경영학 수업에 <노사관계론>을 배우고 있는데 교수님 말씀으로는
정부나 언론이나 경영학자들이나 노사 관계 문제를 바라보면 공통적으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드물다고 하더군요..

카스피 2012-03-2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기업은 자본주의의 '원칙'을 먼저 지키면서 사회공헌을 경영활동의 하나로 인식하는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는군요.
하지만 현실을 보자면 국내 굴지의 목 기업은 직장인은 열심히 회사 발전에 이바지하다가 스스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면 자발적으로 사표를 쓰라는 내용을 빙빙 돌려서 회사 다이어리에 적어놓은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직원들 반감와 외부의 눈때문인지 언젠가 부터 없어졌지만 그 정신이야 어디 사리지겠어요ㅡ.ㅡ

cyrus 2012-03-21 19: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기업 이익에 집중하는 혁신에 매달리게 된다면 회사 내 조직원들은
노동하는 기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죠. 요즘 사회적 기업, 인간적인 면을
내세우는 기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글쎄요,, 취지느 좋으나 그것이
노사관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에는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2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3의 길로 유명한 앤서니 기든스는 사회학 경제사에도 정통한 학자인데 그는 마르크스와 베버의 자본주의 발달에 관한 연구가 통념과는 달리 많이 겹치고 상호보완적이라고 했습니다.그가 쓴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한길사)을 참조하세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에 관한 논쟁을 다룬 해외거장들의 논문집이 하나 있는데 절판이네요.경제사 공부할 때 정말 좋은 책인데...

cyrus 2012-03-23 20:35   좋아요 0 | URL
한길사에 나온 기든스의 책, 언젠가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에요.
노자님 말씀대로 그 책에 마르크스랑 베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일단 마르크스와 베버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고 읽어보려고 해요.

최근에 막스 베버와 관련된 책을 알라딘에 검색해봤는데요, 정말로
절판된 책이 꽤 있더군요. 그래서 중고샵을 통해서 구입하려고 해요. ^^
 

 

 

 

 

 

 

 

 

 

 

 

 

 

 

 

 

 

며칠 전에 알라딘 중고샵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와 후안 미로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책을 구입했다. 요즘 관심 있는 미술사조가 초현실주의다.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에 관한 책을 읽다가 거기에 '조르조 데 키리코'라는 화가의 미술에 대해서 궁금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 키리코의 미술을 알 수 있는 책이 국내에 딱 한 권이 있었다니. 키리코도 초현실주의 미술사조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피카소, 마그리트, 달리에 비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쉽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키리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도 키리코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마그리트의 그림들 중에는 데 키리코의 화풍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도 있다.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1914년

 

 

 

 

 

 

르네 마그리트  「기억」 1938년

 

 

 

 

 

 

 

 

 

 

 

 

 

 

 

 

 

 

 

마그리트는 키리코를 열렬히 추종할 정도로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키리코는 형이상학파의 양식을 구축함으로써 몽상적인 화풍을 구사하였다. 연관성 없는 대상물을 주관적으로 끼워맞춰 몽환적인 고독적 세계를 재구성하였는데 마그리트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키리코와 마그리트, 이 두 사람은 화풍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도 닮은 점이 많았다.

 

 

 

 

 

 

 

조르조 데 키리코  「어린 아이의 머리」 1914년

 

 

 

 

 

 

 

르네 마그리트  「연인」 1928년

 

 

 

 

둘 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이 우울증을 유발하였다.

 

 

키리코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울증으로 고생하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평생동안 괴롭히는 트라우마가 되었고다. 마그리트는 키리코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마그리트의 어머니는 얼굴에 하얀 천으로 덮힌 채 익사한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오늘날 마그리트 관련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자살이라고 보고 있다) 원인 모를 어머니의 죽음이 지울 수가 없는 기억의 상흔으로 남게 되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그러한 상흔의 표상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덮힌 인물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서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배척당했으며 스스로도 그들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키리코는 자신의 화풍과 유사한 마그리트의 작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그러한 면모는 마그리트에 보낸 키리코의 편지에서 알 수 있다.  

 

 

 친애하는 동료이자 선생님,

 

 귀하의 12월 31일자 친절한 편지에 대한 답신이 늦어진 데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저는 귀하의 흥미 있는 전시회를 보았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귀하의 그림들은 '초현실주의 회화'로 널리 알려진 많은 그림들이 그러하듯이 재치가 있고 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귀하께서 곧 로마로 오실 거라고 드 코르테 씨가 알려 주셨습니다. 그때 귀하를 개인적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다하여.     

 

 

 - 수지 개블릭『르네 마그리트』시공아트, pp 77~78 -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편지에 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마그리트와 키리코 그리고 초현실주의와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마그리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다. 키리코의 답신이 늦은 것도 기분 나쁜 마당에 자신의 화풍을 스스로 교류를 거부했던 '초현실주의 회화'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키리코는 의도치 않게 마그리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아마도 키리코는 마그리트의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이러한 잘못된 이해는 마그리트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 된다고 볼 수 있다.

 

 

글의 내용이 갑자기 마그리트와 키리코 이야기로 잠깐 옆으로 새고 말았는데 중고샵에서 구입한 키리코와 후안 미로에 관한 미술 관련 도서가 예경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서 나온 것임을 알 게 되었다. 요즘에는 마로니에북스, 시공아트, 한길아트 등 예술 전문 도서 출판사에서 유명 화가들의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예경역시 지금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미술 관련 도서를 소개하는 출판사이며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는 아주 오래 전에 나온 미술도서 시리즈다. 1995년에서 1996년에서 출간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6, 17년 전에 나온 것이다.

 

 

 

 

 

 

 

 

 

 

 

                              

                  

 

 

 

 

'예경'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예경에서 나온 잘 알려진 미술 관련 도서가 E.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다.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는 편인데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판형 크기는 큰 편인데 일반 화보집의 크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주황색 커버를 벗긴 상태

 

 

 

 

 

 

 

 

 

 

 

 

 

 

 

하지만 이 시리즈는 그림만 있는 화보집이 아니다.

책의 초반부에는 화가의 생애와 미술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책은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대중들로부터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며 팔리지 않게 되면 품절 또는 절판을 맞게 된다.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도 그 중의 하나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는 출판사의 실정을 본다면 시리즈의 절판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시리즈는 『조르조 데 키리코』와 『오스카 코코슈카』뿐이다. 나머지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는 절판이다. 하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읺은 화가 시리즈 두 권만 살아남았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정보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와 교제했다는 사실이다. MBC '서프라이즈'에서 본 것 같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말러의 아내가 세기말 예술가들로부터 구혼을 받았을 정도로 예술가들의 '뮤즈'였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알아봐야겠다)

 

『호안 미로』같은 경우에는 정말 운이 좋게도 중고샵에서 건진 것이다. 회원 중고샵이 아닌 알라딘 중고샵에서.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된 책이 알라딘 중교샵에서 판매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리고 회원 중고가격이 좀 센 책도 있다. 그 책이 바로 『칸딘스키』와『마그리트』 인데 2만 원을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마그리트 관련 책을 모으고 싶은 나로써는 그저 군침만 흘리고 있다.

 

사실 절판된 화가의 시리즈들은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화가들이며 그들의 그림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개론서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 절판되었다고 해서 굳이 실망할 필요는 없지만 이 시리즈를 구입한 나로써는 시리즈를 모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쉽게 느껴진다.

 

 

 

 

 

 

 

책 커버 뒷날개에 있는 시리즈 목록,

근간 예정인 시리즈가 11권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예술가 시리즈로써

장기적으로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나온 시리즈들이 거의 절판, 품절 상태를 맞게 되다보니

근간 예정 도서들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아쉬운 점은 예경의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에는 원래 더 나올 수 있는 책이 있었다. 말 그대로 '근간' 예정인 책들인데 출판될뻔한 화가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파울 클레, 페르낭 레제, 마르셀 뒤샹, 카시미르 말레비치, 조르주 브라크,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피에트 몬드리안, 에드바르트 뭉크,

안토니 타피에스.

 

총 11권이다. 적지 않은 권수이다. 지금도 책 커버 뒷날개에 보면 20세기 미술의 발견 시리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근간' 예정으로 나온 책들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이미 때 이른 '절판'을 맞게 되었다. 이 미술 도서 시리즈가 재출간하지 않는 이상 근간 예정 도서들의 출간 소식을 들을 수 없을거 같다. 근간 예정 도서의 화가들을 보면 안토니 타피에스를 제외하면 유명한 화가들이다. 그리고 몇 몇 화가들은 지금까지도 개론서 한 권이라도 소개되지 않은 것도 있다. 말레비치, 막스 에른스트, 후안 그리스, 재스퍼 존스 같은 경우에는 이들의 미술 세계를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소개한 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에른스트 같은 경우에는 열화당에서 나온 개론서 딱 한 권이 있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지금도 미술가들을 소개한 개론서 시리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미술 분야 또는 화가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예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화가들의 전시회만 많이 열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실물로 직접 보고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하나의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미적 양식과 가치 그리고 예술혼(魂)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술가들의 생애와 업적뿐만 아니라 그들의 미술 세계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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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시루스! 훈늉해!
다시 구할 수 없다니 씁쓸하군. 잘 샀네.ㅠ

cyrus 2012-03-19 12:30   좋아요 0 | URL
아직은 많이 공부해야 할 수준이에요. ^^
시리즈 중 남은 한 권도 절판되기 전에 얼른 구입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2-03-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프로필 사진을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이제 알았네요! ''
사람의 뒷모습을 자주 그린 화가라고 들었는데... 하여간 미술에 대해서는 극히 무지해서 이 페이퍼 읽는 동안 새롭고 또 재밌었어요. 평소에 이 사람 그림 참 좋다고 생각한 화가가 있는데, 한 번 그와 관련된 미술서적을 찾아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예경시리즈가 절판되어서 안타깝네요.. 워낙 다른 시리즈가 많아서 그런가 ㅠ ㅠ

cyrus 2012-03-19 12:33   좋아요 0 | URL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일생과
미술 세계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 화가에 대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면도 알게 되는 것도
기분이 새롭기도 하답니다. ^^

아무래도 예경 이외에도 화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는가봐요. 그래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좋은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무척 아쉽기도 합니다.

차트랑 2012-03-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틈틈히 읽고 있는 중인데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정말 듬직한 책입니다요..

cyrus 2012-03-19 12: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가격이 비싸지만 소장가치도 있어요.
책장에 꽂혀 있으면 집주인이 미술에 관심이 많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

아이리시스 2012-03-1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리즈가 있었군요. 좋은 정보예요!!^^
저는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데 시리즈에 있는지 봐야겠어요.

cyrus 2012-03-19 12:35   좋아요 0 | URL
시중에 나오고 있는 화가 시리즈에는 인상파 화가들이 있을거에요.
문득 생각난건데 미술사조별로 화가들을 묶어서 소개하는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한 눈에 특정 미술사조의 화가들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