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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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과거에 악명을 떨친 살인범의 외형과 빼닮은 사실을 알았다면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당신을 향해 활짝 미소 짓는 그의 표정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섬뜩하다. 이런 상황은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라 평소에 만나는 지인이 신분을 교묘히 숨긴 진짜 범인이 아닌 이상, 범인의 몽타주와 거의 비슷하게 닮을 확률은 적다. 그래도 기묘한 상황을 겪는 당사자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범인과 닮은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의 개인적인 생활을 모른다면 당연히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 《화형법정》의 이야기는 앞에서 설명한 불길한 우연에서 시작한다. 출판사 편집자인 에드워드 스티븐스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사건을 소개하는 논픽션 작가 고던 크로스의 원고 자료를 확인하다가 그 속에 첨부된 의문의 사진을 발견한다. 카메라를 항해 똑바로 노려보는 금발의 여인. 그 여인은 1676년에 화형에 처한 여자 독살범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었다. 신기하게도 독살범과 스티븐스의 아내는 쌍둥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닮았고, 이름마저도 똑같다.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 결혼하면서 얻은 이름은 ‘마리 도브리’였고, 아내가 스티븐스와 결혼하기 전 이름 또한 ‘마리 도브리’였다. 스티븐스가 독살범과 아내의 관계에 궁금할수록 아내의 행적에 대한 의혹도 더욱 증폭된다.

 

스티븐스의 이웃인 마크 데스파드의 삼촌은 위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마크는 삼촌의 죽음을 의심한다. 사망 원인은 위염이 아니라 비소 중독으로 인한 독살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비소로 독살하는 방식은 17세기의 여자 독살범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했다. 스티븐스는 아내가 데스파드의 삼촌을 죽인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삼촌의 죽음에 둘러싼 기괴한 정황들이 밝혀지면서 여자 독살범과 닮은 스티븐스의 아내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삼촌의 방에서 홀연히 나타난 여자 독살범의 유령을 봤다는 증인도 있다. 삼촌의 사망 원인을 독살 쪽으로 무게가 실린 가운데 스티븐스 일행은 삼촌의 시체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비소를 확인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나무 관 속에 있어야 할 삼촌의 시체가 사라졌다. 납골당에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티븐스는 아내가 용의자로 몰지 않으려고 마크의 아내 루시도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추리를 펼친다. 하지만 스티븐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독살범에 관한 내용이 있는 크로스의 책 일부와 함께 아내가 돌연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화형법정》에는 카가 창조한 예심판사 앙리 방코랑, 밀실 사건 해결의 달인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 소속의 브레넌 경감이 등장하여 추리를 해보지만, 계속 헛다리만 짚을 뿐이다. 스티븐스, 마크 그리고 브레넌 경감 등 불가사의한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 인물들이 나름 용의자 후보를 내세워보지만, 삼촌이 독살당하는 과정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독살범의 유령이 누군지도 밝혀내지 못한다. 카는 마법, 납골당, 독살범의 유령 등 공포문학의 단골 소재를 내세워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탐정의 역할을 과감하게 제한함으로써 더욱 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이 무척 궁금해서 이 책을 절대로 손에 놓지 못한다.

 

자신들의 아내가 독살범으로 의심받는 상황 속에 펼쳐지는 스티븐스와 마크 데스파드와의 미묘한 설전 또한 흥미롭다. 소설 초반부에 스티븐스는 추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사적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탐정의 원칙을 어긴다. 자신의 아내가 범인으로 몰지 않기 위해 스티븐스의 아내가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 가설을 내세운다. 마크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삼촌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란다. 카는 소설 초반부에서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스티븐스가 탐정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 독자의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작가에게 살짝 배신감(?)이 든 독자는 이 소설을 어찌 안 읽을 수 있으랴. 카가 의도한대로 독자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고, 이 초자연적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사이다' 같은 인물이 소설 종반부에라도 꼭 나오기를 믿는다.

 

하지만 소설이 거의 다 끝나는 결말에 이르러서도 카는 독자를 배신한다. 에필로그격인 '평결'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명확한 결말을 원하는 독자의 뒤통수를 날려 버린다. 지금도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형법정》의 결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결말에 따라서 《화형법정》을 정통 추리소설로 인정하는 독자들이 있는 반면에, 추리 기법이 들어간 호러소설로 보는 독자들도 있다. 어떤 서평에 의하면 명성을 떨친 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화형법정》은 2% 부족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완전 범죄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탐정물에 익숙하거나 이러한 탐정이 나오기를 고대했던 독자에게는 《화형법정》의 결말이 실망할 수도 있다. 방코랑이나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는 카의 작품을 먼저 읽은 뒤에 《화형법정》을 읽었다면, 《화형법정》이 정말 카가 쓴 것이 맞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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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엘릭시르 시리즈는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존 딕슨 카라고 하니 얼마 전 cyrus님이 알라딘 중고에서 득템한 그 책의 저자가 아니었나요? 이 책은 제 보관함으로...

스윗듀 2015-06-16 21:58   좋아요 1 | URL
맞아맞아😀cyrus님이 소개하는 책은 모두 흥미로워요!

cyrus 2015-06-17 18:51   좋아요 0 | URL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를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책의 저자는 아니고, 존 딕슨 카의 소설을 소재로 삼은 추리소설 제목이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입니다. 카의 소설,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금도 추리물에서 등장하는 밀실 트릭은 거의 카의 머릿속에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5-06-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5-06-17 18:53   좋아요 0 | URL
나온 지 오래된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

카스피 2015-06-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화형법정은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cyrus님이 말한 독자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것이 무언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화형법정은 기존의 카의 탐정물들과는 약간 궤를 달라히는 작품이죠.워낙 카 자신이 불가능범죄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것처럼 기존의 추리작가들과는 달리 이른바 괴이현상을 소재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명탐정이 등장(카나 펠박사등)하여 정통적 의미의 논리적 추리를 밀고 나가는데 한도가 있다고 여겼는지 화형법정처럼 기존의 명탐정이 없는 추리소설들을 썼고 좀더 편하게 괴이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았나 여겨지네요^^

cyrus 2015-06-17 18:57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스티븐스이 추리력으로 독살범을 닮은 아내의 누명을 벗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 다음에 고던 크로스가 등장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 저는 크로스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카스피님의 평에 공감합니다. ^^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입니다.

출간 예정 도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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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헨바흐 폭포에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100여 년간 전 세계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잃어버린 퍼즐,
그 빈자리를 채우는 코난 도일 재단의 신작 드디어 출간!

셜록 홈즈의 본고장 영국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 
그의 베스트셀러 화제작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잇는 
아서 코난 도일 재단 공식 셜록 홈즈 제2탄. 
홈즈와 숙적 모리어티 교수의 맞대결을 그린 유명한 단편 「마지막 사건」 이후 
두 남자의 폭포 추락 사건의 진실이 100년 만에 밝혀진다!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 직후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음모를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롭게 펼쳐 나가는 
앤터니 호로비츠의 대형 신작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6월 15일 ~ 6월 18일 (당첨자 발표 : 6월 19일)

발송: 6월 22일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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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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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책상 위로 책이 배달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굳이 땀 흘리며 발품을 팔아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오직 '헌책'을 구하기 위해서. 책값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헌책방에 숨어있는 한 권의 책을 찾아내는 '밝은 눈'과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헌책방을 뒤지고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절판되고 없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환희와 기쁨을. 작년에 처음 가본 헌책방에서 가르시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더러운 시간》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 이 소설은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의 고독》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마르케스가 쓴 두 번째 장편소설이며 《백 년의 고독》보다 먼저 나왔다. 이처럼 유명 작가의 절판된 책을 단번에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때의 기쁨은 오랜 이별 끝에 애인을 만났을 때의 기분과도 쉬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헌책방 뒤지던 일을 다소 감상적으로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잔잔한 가슴 떨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슴 깊숙이 숨어 있는 희미한 추억의 그림자를 건드린 것은 사라져서 아까운 헌책들을 소개한 《오래된 새 책》(바이북스, 2011)이다.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에는 절판본과 희귀본을 수집하는 고등학교 교사의 책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저자는 자신이 예전에 '새책주의자'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종이에 세월의 때가 누렇게 남아 있거나 책을 읽은 전 주인이 남긴 낙서가 있는 헌책에 관심 없었다고 한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헌책주의자'가 되었을까.

 

좋은 내용이 가득한 책도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가혹한 절판의 운명을 맞이한다. 최근 이 운명을 거역한 책들이 줄줄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부활의 행렬에 동참하는 책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이 재출간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판이 끊긴 지 몇 년 만에 재출간된 기쁨도 잠시 소리소문 없이 다시 절판되기도 한다. 책이 두 번 죽은 셈이다. 저자가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으로 꼽을 정도로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숨어사는 외톨박이》도 두 번이나 판이 끊기는 운명을 겪었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단 한 번도 역사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풀뿌리 백성의 삶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다.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등등 이름 없는 민중의 구술로 우리말과 문화의 원형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지금도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드시 구해야 하는 책으로 회자하고 있다. 이 책은 군사 독재 시절에 올곧은 목소리를 내던 잡지로 유명한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왔다. 책이 나오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뿌리깊은 나무'가 독재 권력의 탄압에 밀려 폐간된 이후에 《숨어사는 외톨박이》 2권이 나왔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절판되었다가 1990년에 들어서서 재출간되었으나 또 한 번 절판되고 말았다. 이야기가 잠깐 곁으로 새었는데,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저자를 '헌책주의자'로 되게 만든 결정적인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모으는 진귀한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에 열정을 기울여서 완성된 책.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늘 선택하지 않는 학문의 길을 묵묵히 걷고, 그 길을 누군가가 따라올 수 있도록 홀로 발자취를 남기는 사람들이 만든 책이 판매 부수와 수익을 강조하는 출판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이런 책을 저자는 '샘프러스류'라고 표현한다. 샘프러스는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3강 체계 이전에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다. 샘프러스에 맞서는 라이벌 선수로는 준수한 외모로 인기를 얻었던 안드레 아가시가 있었다. 그러나 샘프러스에 비하면 아가시는 결코 완벽한 선수가 아니었다. 상대전적으로 샘프라스에게 밀렸고, 최고의 두 선수를 상대했던 동료 선수들은 샘프러스는 이길 자신은 없어도 아가시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누구나 노력하면 쓸 수 있는 책을 '애거시류'라면, 도저히 혼자서 쓸 수 없는 책을 '샘프러스류'라고 비유한다. 평생 우리나라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집대성한 예용해 선생의 《인간문화재》(어문각, 1963)이나 5년 3개월 동안 국내 53개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손수 그림과 메모를 남긴 것을 정리한 박병주 선생의 《한국의 도시》(열화당, 1996) 같은 책은 열정과 끈기가 없으면 나오기 힘든 '샘프러스류'의 책이다. 

 

나는 책 사랑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의 별스런 책 사랑 앞에선 그저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배송비가 엄청나게 나왔을 텐데 이베이에서 무게가 8kg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진집을 주문하기도 하며 신판이 나왔는데도 너른마당 출판사에서 나온 신영복의 《엽서》를 비싼 값으로 구하는 저자의 모습은 나의 책 수집을 자극하게 한다. 책 욕심만 더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무차별적인 수집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은 구할 수 없지만, 독자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을 독자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독자가 다시 찾는 책은 반드시 재출간될 것이라 믿는다. 결국, 절판본이 다시 살아남으려면 독자의 관심이 필요하며 책의 운명이 독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독자의 눈길과 손길을 기억해야 한다. 화려한 표지와 소란스러운 마케팅 없어도 그 기억이 또 다른 독자들에게 공유된다면 그 책을 찾으려는 독자의 눈길과 손길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 《오래된 새 책》이 2011년에 나왔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사이에 책 속에 언급된 몇 권의 책은 독자의 염원에 힘입어 부활하는 데 성공했으며 반면에 사라지고 만 책도 있다. 돌베개출판사에서 재출간한 신영복의 《엽서》는 지금도 주문할 수 있다. 이윤기의 《하늘의 문》(열린책들)은 2012년에 재출간되었다. 고종석의 첫 장편소설 《기자들》(민음사, 1993)은 새움출판사에서 《빠리의 기자들》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전각가 고암 전병례의 《마음새김》(중앙북스, 2009)은 절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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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많이 배웁니다.

cyrus 2015-06-15 19:22   좋아요 1 | URL
저도 북플 이웃님들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우고, 좋은 책을 알게 됩니다. ^^

초딩 2015-06-14 2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년간 독서량 미국 90여권 내외, 일본 60여권, 한국 8.9 권이고, 그 9권 남짓한 수는 전세계 200위 밖이며, 이 것은 내전이나 하루 한끼를 먹기도 힘든 나라 보다 못한 수치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참 많이 느꼈구요.
말씀하신 것처람 책을 사랑하고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 더 더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또 한장이라도 책장을 넘겨 봅니다.

초딩 2015-06-15 19:30   좋아요 1 | URL
ㅎㅎ 그리고 오늘 이 책 주문했답니나~ 땡스투 제대로 갔나 모르겠습니다. 몇번 확인하긴했는데요 :)

cyrus 2015-06-15 19:32   좋아요 1 | URL
오늘 책 주문했으면 내일 땡스투 적립금이 들어올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땡스투 적립금 정말 오랜만에 받아봅니다. ㅠㅠ

초딩 2015-06-14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도 최근에 피카소에 대해 아주 잘쓴 (그리고 귀한) 중고책을 구했었는데, 그 때의 기쁨은 여느 책을 살때와는 정말 다르다군요 :)

cyrus 2015-06-15 19:24   좋아요 1 | URL
<오래된 새 책>을 읽고 나니까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로님이 구하신 피카소 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군요. 혹시 존 버거의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입니까? ^^

초딩 2015-06-15 19:29   좋아요 1 | URL
아 ˝김원일의 피카소˝입니다. 피카소 책을 좀 찾아보니 도록의 퀄리티도 우수하고 작품 해설 뿐만 아니라, 피카소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로 영향을 받은 작가와 작품들도 함께 잘 실려있어서 구해보았습니다. :) 존버거의 책도 한 번 살펴 봐야겠네요~

cyrus 2015-06-15 19:31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아로님 덕분에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어요. ^^

boooo 2015-06-14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뿌리깊은나무에서 나온 책들 가운데 참 좋은 책들이 많죠. <한국의 발견> 전권을 구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비교적 최근 구했는데, 순천에 생긴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서 재고가 남은 책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cyrus 2015-06-15 19:27   좋아요 1 | URL
박물관이라면 정가에 책을 구입했겠어요. 부럽습니다. 헌책방 사이트에 검색하면 가격이 기본적으로 2만 원을 훌쩍 넘어요. ^^;;

파트라슈 2015-06-14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의 <기자들>이 정말 새로 나왔네요. 몇 년 전 <기자들>구하려고 온갖 인터넷 중고서점을 샅샅이 뒤지다가 책값이 너무 비싸(북코아에서 6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있었던 기억..) 입수를 포기했었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정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당장 구매해야겠습니다. 고종석의 <기자들> 문장이 정말 감질맛 나고 좋았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고형렬의 <은빛 물고기>초판본을 수성구에 있는 무슨 인문학카페 중고서점에서 구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죠..

cyrus 2015-06-15 19:29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오래된 새 책>을 읽으면서 <기자들>이 재출간된 것을 처음 알았어요. 혹시 수성구에 있는 인문학카페라면 파이데이아 아닌가요? 그곳에 책을 판다고 들었거든요. ^^

파트라슈 2015-06-15 21:35   좋아요 1 | URL
파이데이아 북카페는 팔공산 파계사지구에 있습니다 여기서 고전읽기 모임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cyrus 2015-06-16 20:45   좋아요 1 | URL
수성구는 아니고, 동인초등학교 쪽으로 가는 길에도 파이데이가가 있었어요. 제가 지역구를 착각했어요. ^^;;

qualia 2015-06-14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단 한 번도 역사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는 풀뿌리 백성의 삶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다.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등등 이름 없는 민중의 구술로 우리말과 문화의 원형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지금도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드시 구해야 하는 책으로 회자하고 있다.

→ 위 구절에서 “각설이, 유랑극단, 땅꾼, 화전민, 기생, 무당 ”이란 부분을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났네요. 한 면 소재지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굴뚝청소부’와 ‘넝마주이’ 아저씨들을 봤던 일이 생각납니다. 굴뚝청소부는 순우리말로 다른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대나무를 쪼개서 길게 이어붙이고, 그 끝에 복숭아만한 솔을 달아 만든 굴뚝소지개를 둘둘 말아서 어깨에 걸치고, 뛰엄뛰엄 긴 장단으로 꽹과리 혹은 징을 치면서, 마을 골목골목을 다니며 굴뚝 청소 영업(?)을 하던 한 이름 없는 아저씨 얼굴이 생각나는군요. 그 아저씨가 꽹과리/징을 치면서 뭐라고 외쳤던 것도 같아요. 아마 “구울~뚜욱” 이랬던 것 같네요. 얼굴은 굴뚝에서 묻어나온 그으름으로 거뭇거뭇했고요. 차려입은 옷도 거무튀튀하고 꾀죄죄했죠. 그때 당시도 한참 옛날이었는데,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굴뚝청소부 아저씨가 그렇게도 신기할 수가 없었죠. 마치 조선시대나 일제시대로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과연 저런 일 하셔서 먹고는 사실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하기도 했었죠.

더욱 더 신기했었던 건 넝마주이 아저씨였습니다.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대나무 살로 엮은 커다란 넝마를 등에 지고, 기다란 집게로 폐지, 헌 신발, 박카스/활명수 병, 녹슨 양철 쪼가리 따위를 줍는 아저씨를 봤었죠. 근데 당시 우리 또래 아이들한데는 ‘엿’이 최고의 군것질 거리였죠.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엿장수 아저씨들한테 주변에 있는 고물이란 고물은 모두 다 주워다 주고 엿하고 바꿔 먹었죠. 그래서 쓸 만한 고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넝마주이 아저씨는 우리가 쳐다도 보지 않는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을 넝마에 주워넣는 거였어요. 그걸 보고 과연 저런 쓰레기들을 주워서 어떻게 돈하고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더랬죠. 너무나 지저분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을 줍는 넝마주이 아저씨가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옛날의 전통적인 굴뚝청소부와 넝마주이는 이젠 사라졌지만, 21세기 한국에 여전히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꿔 굴뚝/보일러를 청소하고 폐지/폐품을 줍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네요.

저는 언젠가는 고물장수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에 고물장수를 한번 해보긴 했었죠. 대개 촌/시골을 돌아다니며 고물을 사들이고(대부분은 화장지하고 빨랫비누 혹은 아이들한테 줄 과자나 사탕하고 교환했죠. 하지만 저는 다른 고물장수와는 달리 화장지는 최고급 화장지로 교환해줬답니다ㅎ~) 수집했는데, 헌책이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귀하거나 소장할 만한 책을 발견하는 때는 거의 없었지만, 간혹 헌책가게에 고물값에 넘기기보다는 내가 갖고 싶은 책을 건진 적도 있긴 있었죠. 그러나 이런 것보다는 고물장수 하면서 방방곡곡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옛 사람들을 만나고, 옛 풍경을 직접 접하고, 옛 정서를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cyrus 님의 맛깔 나는 헌책 이야기 때문에 옛 추억이 떠올라 쓸데없이 좀 길게 썼네요.

2015-06-14 21:51

⇒ 이 글 올리고 나서 “넝마”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낡고 해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 이불 따위를 이르는 말”로 나와 있네요. 저나 우리 또래들은 넝마가 쪼갠 대나무로 엮어 만든 둥글고 기다란 대바구니를 가리키는 줄 알고 그렇게 (잘못) 불렀는데요. 아마 “넝마 바구니”를 짧게 줄여서 걍 넝마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cyrus 2015-06-15 19:37   좋아요 1 | URL
qualia님의 댓글을 읽어보니까 오히려 <숨어사는 외톨박이>라는 책이 더욱 읽고 싶어졌습니다. 요즘 넝마주이, 땅꾼 이런 말들을 잘 쓰지 않는데다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단어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qualia님이 알려주신 옛 추억의 풍경들이 저처럼 젊은 사람들은 낯설고 생소해요. 오래전에 목격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qualia님이 대단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넝마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6-14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다리고 찾고 구하던 책이있었는데 도대체 시장에 나오지 않아 도서관에서 빌려 복사했어요 ㅎㅎ ㅠㅠ

cyrus 2015-06-15 19:38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절판본을 제본할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ㅎ

수이 2015-06-14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_ :)

AgalmA 2015-06-1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숨어사는 외톨박이>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로 일단 만족하기로...이 리뷰로 재출간되는데 힘이 되기를~

cyrus 2015-06-15 19:58   좋아요 1 | URL
대구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 검색해봤는데 딱 한 곳만 제외하고는 전부 <숨어사는 외톨박이>가 없더군요.

stella.K 2015-06-15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 오랜만이다.
예전에 이 책 가지고 이달의 당선작 따먹은 기억이 난다.
난 저자의 헌책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문장이 정말 좋더군.
말미에 당구장 표시는 나도 몰랐던 부분인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고종석은 나도 좋아하는 작가라 재출간 되었다니 반갑네.^^

cyrus 2015-06-15 20:02   좋아요 1 | URL
전집류, 사진집에 관한 글이 좋았어요. 저도 헌책방에 가면 절판본 위주로 책을 고르는 편인데 진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

[그장소] 2017-02-2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던 책인데 ㅡ 딱 리뷰가 있어서 반가웠어요 . 제목부터가 재미있어서요 .^^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는 말 ㅡ 완전 공감 임!!^^ 잘 읽고가요!^^

cyrus 2017-02-20 22:36   좋아요 1 | URL
이 댓글 못 볼뻔 했습니다.. ^^;;

[그장소] 2017-02-21 14:01   좋아요 0 | URL
아ㅡ 날짜를 보니 2015 년!! ㅎㅎ그러실만 하네요. 제가 관심책에 넣으니 이 리뷰를 자동으로 추천해 내놓는 기특한 북플~^^ 덕분에 만족스런 리뷰 만나고 가요!^^
 

 

 

 

 

 

 

 

 

 

 

 

 

 

 

 

 

 

 

미디어셀러는 영화, 드라마 같은 방송에 노출된 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말한다. 책이 출간되었던 당시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다가도 영상물의 흥행이나 기대 몰이에 따라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을 ‘베스트셀러 순위 역주행’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의 노래가 음원 순위를 역주행하는 현상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셀러 현상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셀러는 출판 업계의 공인된 주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흥행 드라마나 영화 내용에 관련된 책도 미디어셀러의 범주에 포함된다. 지난해 완간된 웹툰 단행본 《미생》은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에 100만 부를 돌파했다. 기존에는 독자층이 주로 30~40대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방송 이후 20대 독자들의 비율이 늘었다. 소비자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개된 책을 보면 친숙하게 느끼고, 구매하게 된다. 이처럼 미디어의 덕을 본 책들은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사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미디어셀러의 위상이 커진 만큼 출판업계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늘고 있다. 미디어셀러 성공에 눈이 먼 일부 출판사들이 PPL(간접광고)을 위한 억지스러운 노출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고 있으면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이 떠올릴 만하다. 자금력이 있는 출판사들은 방송 미디어와 손을 잡으면 미디어셀러를 만들 수 있다. 시청률 20%를 넘는 인기 드라마의 결정적인 장면에 딱 3분만 아무 책이나 노출한다면 그 책은 유명해질 수 있고, 미디어셀러가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미디어 노출을 노리고 거액의 마케팅비를 투자하기도 한다. 드라마 단순 노출의 경우, 천만 원 이상 금액을 잡아 투자한다. 회당마다 꾸준하게 책을 노출하려면 마케팅 비용은 비싸지고, 많으면 억 단위까지도 나온다. 결국 미디어셀러는 어느 날 갑자기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한순간에 대박 나는 책이라기보다는 출판사와 방송 미디어가 합작한 상품이다. 미디어셀러 열기에 독자의 관심을 먹으면서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책이 미디어의 파생 상품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방송’이라는 남의 손을 빌려 만들어 낸 미디어셀러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영세 출판사의 좋은 책들이 독자의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 있다.  

 

미디어셀러 성공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출판시장에 길게 드리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라도 쫓으려는 일부 출판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성공으로 비친 미디어셀러 열광 속에 가려진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바로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 논란이다. 1919년에 나온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KBS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 때문에 뜬금없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간 현상을 그저 좋게 볼 수 없다. 《데미안》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다고 해서 ‘고전 도서의 역주행급 인기’ 운운하면서 미디어셀러 열풍을 예찬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믿는다. 드라마에 노출된 《데미안》이 다른 출판사(민음사, 문학동네)의 기존 번역서를 짜깁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는 문제의 《데미안》을 펴낸 크눌프 출판사를 상대로 강력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이 알라딘 베스트셀러 순위에 버젓이 있는 것을 보면 크눌프 출판사 측은 표절번역 논란에 무심한 듯하다. 문제 있는 책은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회수, 폐기하여 독자들을 농간한 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 크눌프 출판사가 표절번역 논란을 이슈 몰이로 이용하여 출판사 이름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잘못 알려진 이 문구는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쓰레기 같은 상품도 유명해지면 최고가의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저명성만 갖춰도 내용과 상관없이 대중은 열광한다. 똥 같은 최악의 책마저 대중에게 박수를 받는 미디어셀러가 된다. 출판사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책을 만들어야지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방송 미디어의 눈치를 보면서 책을 만들면 안 된다. 우리 독자는 TV에 나오는 책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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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문제 말이에요.. 다른 출판사 번역들은 안전한가요? 전 데미안 을유버전으로 가지고 있는데 비교해볼 도리가 없으니~ 저 책을 사다 보긴 싫고. 표지도 얼핏 보면 민음사 모던클래식이고요. 첨엔 모던클래식에 헤세라니 웬 말이냐 했는데 딴 출판사더군요. 어떤 결론이 날지, 음 지적 저작권에 대한 판례가 추가되려나요..

cyrus 2015-06-14 10:33   좋아요 0 | URL
제가 뭐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수백 종이 넘을 정도로 번역본이 많으니 그 중에 엉터리 번역본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번역본이 너무 많아서 원문을 대조해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죠. 이번 기회에 번역 표절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적 저작권이 강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바 2015-06-13 23:34   좋아요 0 | URL
아 제 댓글이 명확하지 않았군요. 을유판 데미안 번역도 무지 좋아서 여기 번역도 참고한게 아닌가 해서요. 앞부분이라도 좀 봐야겠네요..

cyrus 2015-06-14 10:3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에이바님의 댓글을 잘못 이해했어요. ^^;;

만병통치약 2015-06-1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뉴스에서 볼때는 그냥 단순한 표절인줄 알았는데 이건 완전히 작정하고 덤벼들었군요. 저작권에 대한 처벌이 약한가 보죠? 징벌적배상이 존재한다면 생각하지도 못할 범죄일텐데요.

cyrus 2015-06-13 22:15   좋아요 0 | URL
2010년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번역본 표절에 대해서 법원은 지적 재산권 침해로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판례를 감안한다면 크눌프 출판사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은비뫼 2015-06-1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눌프 출판사는 헤세에 대한 애착으로 출판사명
을 지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실망이네요. 번역짜집기라니.. 무엇이 진실인지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6-13 22:21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공식 카페에 가면 번역 표절을 증명해줄 사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제목은 ‘<데미안> 번역,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입니다. 이 정도면 크눌프 출판사도, 번역자도 변명하지 못할 겁니다.

transient-guest 201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눌프라는 출판사 이름 자체가, 그리고 이제까지 나온 책이 딱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점, 묘하게 맞물리는 출판날짜와 드라마 방영날짜를 보면 기획단계에서 이미 `프로듀사`의 소품으로 제작되었고 이에 맞춰 판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저는 KBS의 누군가도 아마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cyrus 2015-06-13 22:24   좋아요 0 | URL
게스트님 생각에 수긍합니다. 이번 문제는 그냥 법적 대응으로만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인지도가 낮은 출판사가 어떻게 단번에 방송사 드라마에 책을 PPL를 하게 되었는지 그 커넥션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PPL 때문에 불법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로 증명되면 미디어셀러 효과에 대해서 재고해야 됩니다.

Jeanne_Hebuterne 2015-06-13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얼핏 보고 민음사 모던 클래식인 줄 알았어요. 그냥 좋은 책을 좋다고 말하고 싶은 독자 입장에서, 정말 너무하다 싶어요. 미디어 셀러, 판권 다 된 책을 무더기로 출판하기. 일례로 몇 년 전 한국의 헤밍웨이 붐, 위대한 개츠비 영화 개봉과 책 판매, 드라마에 나온 책 불티나게 팔기 등등. 알맹이보다 곁가지가 더 화려한 것 같아요.

cyrus 2015-06-13 22:2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런 긍정적 현상만 언론에 비추니까 불황이었던 출판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기에 접어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어요.

간서치 2015-06-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 세계의일이었네요 덕분에 알았네요
.. 전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그래도.. 책을 읽게 될거라고 좋아하기만 했는데.. 역시 세상일은 겉만 봐선 모르는 건가봐요 배우고 갑니다

cyrus 2015-06-13 22:30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미디어셀러 효과의 긍정적인 면만 볼수록 TV에 노출된 책만 찾으려는 경향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정작 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한 책들은 독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TV에서 소개되는 책보다는 알라딘 북플 독자서평을 참고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고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것을 미디어셀러라고 하는군요.
가끔 유명 배우가 드라마에서 읽었다고
즉시 사서 읽는 사람이 저는 오히려 더 이해가 안 갑니다.
약간 또라이들 가틈...책을 무슨 악세사리로 여기다니 말이죠...

cyrus 2015-06-14 10:29   좋아요 0 | URL
책은 자신이 읽고 싶은 마음에 들어야 사는 것이 맞는 일인데 유명 인사들이 읽는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것만 찾는 모습은 씁쓸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출판사 공식 카페에 가입한 곳이 열린책들 출판사였습니다. 카페에 가입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습니다. 4년 전부터 카페에 접속하는 일이 드물어졌어요. 출판사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제 열린책들 카페지기 온마담님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뷰대회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쥐스킨트의 대표작 《향수》 출간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열린책들 출판사가 리뷰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향수》와 《좀머 씨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신간도서 사전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출간에 앞서 가제본을 읽고 서평을 남기면 됩니다. 서평단 신청은 황금가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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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6-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은게 96년인가 97년인가 쯤이었던것같아요.
그때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기억이^^

cyrus 2015-06-12 20:30   좋아요 1 | URL
1996년, 1997년에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ㅎㅎㅎ <좀머 씨 이야기>가 나온 해가 1992년이었는데 전 이때 <좀머 씨 이야기>라는 책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해피북 2015-06-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페이스북으로 봤는데 저는 조 셜록홈즈에 참여해보고 싶더라구요 ㅋㅂㅋ

cyrus 2015-06-12 20:30   좋아요 0 | URL
비록 가제본이지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요. ^^

stella.K 2015-06-1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대회 상품치곤 정말 소박하다.
아닌가...?
<향수>는 영화로 본적이 있어도 쥐스킨트 소설은 아직
한번도 읽지 않아서 김에 한 번 읽어 볼까 했는데
상품이 나에겐 별로라 쫌 그러네
난 돈으로 주는 게 좋은데...ㅋ

셜록 홈즈도 왜 하필 가제본이란 말이냐?
나중에 책 받으면 다시 읽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게 되던데...ㅠ

cyrus 2015-06-12 20:31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상품이나 상금이 걸린 이벤트 좋아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6-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홈즈 이벤트 등록은 했지만, 해외라서 기대는 않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