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를 찾는 LIGO와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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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우주를 지나가는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휜다는 사실(일반상대성이론)만 알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상대성이론을 이용한 시간여행의 가능성 유무다. 물론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특수, 일반을 막론하고 상대성이론을 모른다면 우리는 절대로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빅뱅 우주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는 벌레 구멍(worm hole) 등이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성이론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빌어먹을(goddamn) 우주의 물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다. 아인슈타인이 끝내 찾지 못한 우주에 흐르는 미세한 물결.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난 백여 년 동안 중력파를 검출하려 최첨단 장비를 통해 노력했으니 과학자들이 중력파를 ‘빌어먹을 물결’이라고 말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니 기쁨을 감추지 못한 과학자들은 ‘신의 물결’을 찾았다면서 쾌재를 부를 것이다.[1] 중력파의 발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을 ‘갓(god)인슈타인’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아인슈타인 빠(극성 지지자)’, 줄여서 ‘아빠’는 아인슈타인이 다시 나오기 힘든 천재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과학자임이 틀림없다. 또 상대성이론의 위대성이 입증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빠’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공부하기 전에 반드시 뉴턴의 중력 이론을 알아야 한다.

 

뉴턴은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과에 작용하는 힘, 즉 중력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태양계를 비롯한 천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도출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 이론은 한계가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물체와 중력의 관계를 ‘시공간’ 개념을 도입하여 해석했다. 일반성대성이론은 물체와 중력 그리고 시공간 사이의 관계를 정립한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이 해석한 중력은 물체 주위의 시간과 공간을 결정하며, 그 결과로 물체 주위의 시공간은 굽어지고 휘어진다. 물체가 중력을 받아 운동하는 현상은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1920년 중력의 영향으로 빛이 휘어지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전 세계 과학자와 언론들은 아인슈타인이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뉴턴 물리학을 밀어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뉴턴보다 높게 띄우려는 ‘아빠’들뿐만 아니라 뉴턴의 중력이론과 상대성이론의 기초 지식이 잡히지 않은 사람들도 아인슈타인이 뉴턴이 구축한 고전물리학의 시대를 종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동아시아, 2016)을 펴낸 오정근 씨는 상대성이론의 의의를 뉴턴의 이론의 장점을 포함하는 동시에 그것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이론이라고 설명한다.[2] 저자는 21세기인 지금도 뉴턴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넌지시 알려준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은 ‘중력파’를 예측하려고 했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완벽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거인’ 뉴턴의 머리 위에 함부로 올라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깨 위에 올라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승 열망이 있다. 즉, 내가 목표하는 어느 지점으론가 무조건 오르고 싶은 감정 표현이다. 성공을 향한 열망을 적당히 가진다면 별문제 없으나 명예를 얻고 싶다는 열망이 더해지면 상대방의 비판을 무시하거나 자성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자신이 처음으로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조지프 웨버(Joseph Weber)가 그런 인물이다. 1969년 웨버는 자신이 고안한 중력파 검출기, 일명 ‘웨버 바(Weber Bar)’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증 결과는 사실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웨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웨버 바보다 성능이 좋은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레이저를 이용한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라이고 설치에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 금액에 불만을 가진 천문학자들은 라이고 설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고, 여기에 웨버도 가세했다. 웨버는 ‘웨버 바’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이다. 뉴턴의 중력이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그리고 중력파까지 쉽게 설명한 이 책보다 더 좋은 과학책이 있을까. 인터넷에 ‘중력파’를 검색해보면 찾기 쉬울 정도로 관련 자료가 수두룩하다.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축복을 받았다. 아인슈타인도 보지 못했던 중력파를 며칠 만에 이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중력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중력파 검출기를 가동했다. 8년 동안 중력파 검출기는 총 아홉 차례 가동되었고 기계가 작동된 일수를 모두 합하면 1,378일이다. 천 일 동안 찾기 못했던 중력파는 우리는 책 한 두 권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다. 중력파 검출기 근처에 살다시피 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중력파를 알아두자. 중력파를 이해하는 데 며칠 안 걸린다.

 

 

 

 

 

[1] ‘빌어먹을 물결’, ‘신의 물결’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눈치를 챈 과학 덕후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힉스 입자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정리한 어느 책 제목의 탄생 비화를 빌려왔다. 책 제목이 《신의 입자》(휴머니스트, 2017). 처음에 책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라고 정해졌으나 출판사 편집자가 ‘damn’을 빼는 바람에 ‘신의 입자’로 최종 확정되었다. 이거야말로 ‘신의 한수’다.

 

[2]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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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는 어떤지 모르겠어.
너 이 책도 읽을 거지?ㅋ
난 일단 과학책은 무조건 접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ㅠ

cyrus 2017-10-21 08:2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나온 책이군요. 그 책 출판사 소개 글을 보니까 내용이 약간 평전과 비슷할 것 같아요. ^^

sprenown 2017-10-2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학이나 과학분야는 영~.... 근데 cyrus님은 뭐.. 장르 문학을 비롯한 순수문학은 기본인데다 미술, 물리학, 천문학까지... 태평양을 넘어 우주에 까지 뻗는 광활한 지식의 스펙트럼. 게다가 뛰어난 글솜씨..어제는 눈이 빠지더니, 오늘은 놀라서 턱이 빠지네요~허 걱.

cyrus 2017-10-21 08:24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저의 독서는 수박 겉핥는 수준입니다.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머리가 잘 따라주지 않습니다. ^^;;

syo 2017-10-2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교 2학년 때, <현대물리학>이라 그래가지고, 상대성이론을 무려 챕터 2개로 아작내고 앞으로 죽죽 나가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cyrus 2017-10-21 08:27   좋아요 2 | URL
학교에서 배우는 상대성이론은 왠지 어렵고 재미없을 것 같아요. 학습 진도를 빨리 진행하고 싶은 교수가 물리학을 가르치면 학생들 머리 속에 남는 게 없어요. ^^;;

2017-10-2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1 08:32   좋아요 0 | URL
라이고를 설치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투입한 예산이 20억 달러입니다. 다른 과학 분야 과학자들이 반대를 한 이유가 있어요. 외국의 중력파 검출 집단 연구에 참여하는 국내 연구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중력파 검출기를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해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7, 2015)은 훌륭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번역본이다. 그러나 구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오탈자가 있는 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특별판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26에 오식(誤植)이 있다.

 

 

스미는 집필 과정의 초안이나 구상 등을 기록한 자신의 창작 노트인 검은 책에서 이 작품을 거대한 체현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구상했다.

 

 

이 문장의 주어는 스미. 그런데 스미가 뭘까? '스미골'은 아닐테고... ‘스미‘(클라크 애슈턴)스미스의 오식이다. 같은 책 482에도 인물명을 잘못 적은 오식이 있다.

 

 

이 작품(마법사의 귀환- cyrus )은 스미스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로드 스털링의 나이트 갤러리라는 TV시리즈물로 만들어졌다.

 

 

영미권 성씨 이름 중 하나인 스털링의 철자는 ‘Sterling’이다. 그런데 <나이트 갤러리>(Night Gallery)라는 TV드라마 시리즈에 관련된 사람은 로드 스털링이 아니라 로드 설링(Rod Serling)’이다.

 

 

 

 

        

 

 

로드 설링의 본명은 로드먼 에드워드 설링(Rodman Edward Serling)이다. ‘로드(Rod)’는 그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애칭이다. 로드 설링은 CBS에서 방영된 TV시리즈 <환상 특급>(The Twilight Zone) 제작자 겸 작가이다. <환상 특급>1959년부터 1964년까지 방영되었으며 시즌 5까지 제작되었다. 미스터리, SF, 환상, 공포 등의 소재로 만든 이야기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항상 로드 설링의 해설로 시작되는데 그가 이야기를 소개하는 장면은 패러디 소재로 사용된다. 설링은 제작, 해설뿐만 아니라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기도 했다.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찰스 보먼트(Charles Beaumont), 존 콜리어(John Collier) 등의 미스터리 및 환상소설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나이트 갤러리><환상 특급>과 유사한 TV시리즈로 NBC에서 방영되었다. 1969파일럿(Pilot) 방송을 시작으로 1973년 시즌 3까지 제작되었다. 여기서도 설링은 13(제작, 해설, 드라마 대본 집필)을 맡는다. <나이트 갤러리>의 묘미는 이야기 시작 전에 나오는 기괴한 그림들이다. 구글에 ‘Rod Serling Night Gallery’를 검색하면 드라마 방영 당시 나온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미스터리, 환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특성상 <나이트 갤러리>에 나오는 그림들은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설링은 음산하고 어두운 스튜디오를 혼자 걸으면서 그림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 즉 드라마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환상 특급>를 빠짐없이 챙겨볼 정도로 열광했던 유명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에 TV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그 작품이 바로 <나이트 갤러리> 파일럿 편의 두 번째 에피소드 Eyes(1969118일 방영).

 

<환상 특급>의 또 다른 광팬은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다. 그의 단편소설 할머니(Gramma)1985년에 새롭게 방영된 <환상 특급> 시즌 1 에피소드로 재탄생한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사람은 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 공포문학의 두 거장이 만난 드라마판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걸작 에피소드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로드 설링이 제작한 <환상 특급> 오리지널 시리즈, 80년대 리메이크판, 2002년에 만들어진 두 번째 리메이크판 그리고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 일부를 볼 수 있다. 자막이 없고 완전한 분량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이 오래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 드라마를 보기 어려워도 <환상 특급>,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원작 단편소설들은 볼 수 있다.

 

    

 

 

* It’s a Good Life (<환상 특급 시즌 3> Episode 8, 1961113일 방영)

즐거운 인생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제롬 빅스비(Jerome Bixby) / 오멜라스 (웅진, 2010)

 

 

 

* Mute (<환상 특급 시즌 4> Episode 5, 1963131일 방영)

벙어리 소년

 

 

 

 

 

 

 

 

 

 

 

 

더 박스

리처드 매드슨 / 노블마인 (2010)

 

    

 

* Nightmare at 20,000 Feet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5, 19631011일 방영)

2만 피트의 상공

 

 

 

 

 

 

 

 

 

 

 

 

줄어드는 남자

리처드 매드슨 / 황금가지 (2007)

    

 

 

* Number 12 Looks Just Like You (드라마 에피소드명)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17, 1964124일 방영)

아름다운 사람들 (The Beautiful People, 원작명)

 

 

 

 

아름다운 사람들

TR클럽 / 위즈덤커넥트 (2017, e-Book)

 

20171021일 수정 작성

 

 

 

 

* An Occurrence at Owl Creek Bridge

(<환상 특급 시즌 5> Episode 22, 1964228일 방영)

아울크리트 다리에서 생긴 일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

앰브로즈 비어스 / 아모르문디 (2013)

 

 

 

* A Message from Charity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6, 1985111일 방영)

채리티가 남긴 말

 

 

 

 

 

 

 

 

 

 

 

 

 

시간여행 SF 걸작선

윌리엄 M. (William M. Lee) / 고려원 (1995)

 

 

 

* Paladin of the Lost Hour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7, 1985118일 방영)

잃어버린 시간을 지키는 기사

 

 

 

 

 

 

 

 

 

 

 

 

제프티는 다섯 살

할란 엘리슨 / 아작 (2017)

 

 

 

* The Star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13, 19851220일 방영)

동방의 별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아서 C. 클라크 / 서울창작 (1994), 황금가지 (2009)

 

 

 

* Gramma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18, 1986214일 방영)

할머니

 

 

 

 

 

 

 

 

 

 

 

 

 

스켈레톤 크루 ()

스티븐 킹 / 황금가지 (2006)

 

 

 

* The Last Defender of Camelot (1979)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1> Episode 24, 1986411일 방영, 최종회)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드림 마스터

로저 젤라즈니 / 행복한책읽기 (2010)

 

 

 

 

* The Cold Equations

(<환상 특급 리메이크판 시즌 2> Episode 16, 198817일 방영)

차가운 방정식

 

 

 

 

 

 

 

 

 

 

 

 

환상특급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톰 고드윈 / 서울창작 (1994), 오멜라스 (2010)

    

 

 

 

 

<나이트 갤러리> 에피소드

 

* Season 1 Ep. 3 (19701230일 방영)

Certain Shadows on the Wall

 

 

 

 

 

 

 

 

 

 

 

 

원작: 벽 그림자(The Shadows on the Wall)

세계 호러 걸작선 2(책세상, 2004)

메리 윌킨스 프리먼

각색: 로드 설링

 

 

 

* Season 2 Ep. 17 (1971121일 방영)

Pickman’s Model

 

 

 

 

 

 

 

 

 

 

 

 

픽맨의 모델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원작: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Season 2 Ep. 18 (1971128일 방영)

Cool Air

 

 

 

 

 

 

 

 

 

 

 

 

냉기

러브크래프트 전집 2(황금가지, 2009)

원작: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각색: 로드 설링

 

 

 

* Season 2 Ep. 21 (197215일 방영)

The Funeral

 

 

 

 

 

 

 

 

 

 

 

 

 

장례식

나는 전설이다(황금가지, 2005)

원작, 각색: 리처드 매드슨

 

 

      

* Season 3 Ep. 1 (1972924일 방영)

Return of the Sorcerer

 

    

 

 

 

 

 

 

 

 

 

마법사의 귀환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황금가지, 2015)

원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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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20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인가 위키인가....

cyrus 2017-10-20 16:14   좋아요 1 | URL
위키를 참고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

sprenown 2017-10-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합니다요... 엄지척!

cyrus 2017-10-20 18:50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위키피디아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

yureka01 2017-10-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대단하네요..관심사항이 폭이 태평양같으네요..^^..

cyrus 2017-10-20 18:51   좋아요 0 | URL
오탈자 지적만 하고 글을 마무리 짓기가 허전해서 로드 설링이라는 인물을 조사해봤습니다. ^^

sprenown 2017-10-2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오탈자 까지 잡아내고, 책과 관련된 자세한 에피소드 소개까지..이정도면 덕후를 뛰어넘어 서지학자 수준이네요..^^.

cyrus 2017-10-20 18:52   좋아요 0 | URL
이 글이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레삭매냐 2017-10-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크래프트 전도사인 싸이러스님
덕분에 저도 어쩌면 이 책에 도전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cyrus 2017-10-23 15:13   좋아요 0 | URL
제가 하도 홍보(?)를 해서 막상 읽어보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

jmiriam 2018-01-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특급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꼬꼬맹이때 봤던 기억이 있어요^^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늘 끝까지 못보고 자야했다는...ㅠㅠ 어린시절의 한맺힌(?) 드라마였는데 이참에 찾아서 함 볼려구요 좋은 정보 정말 감사드려요^^

cyrus 2018-01-02 23:33   좋아요 0 | URL
제가 중딩이었을 때 케이블 채널에서 환상특급 리메이크판을 방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땐 환상특급의 명성을 몰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유튜브에 환상특급 에피소드 영상이 있습니다.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 러브크래프트 전집 특별판 러브크래프트 전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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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사는 게 힘들 지경입니다.” 힘이 없어 보이는 저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는 어린 시절부터 병약한 체질이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던 스미스의 유일한 오락은 독서였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항상 책들과 어울려 놀았다. 스미스는 열여덟 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시집을 읽은 어느 소설가는 스미스를 ‘셰익스피어, 키츠, 셸리의 전통을 잇는 가장 위대한 미국 시인’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혹평도 만만치 않았다. 소심한 성격의 스미스에게 혹평은 마음의 상처를 주는 독이었다. 수줍은 성격 때문에 문단의 동료 작가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반짝인기에 그치고 만 스미스는 문단과 대중에 잊혀갔다. 만약에 스미스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살아있는 자들은 그를 ‘미국이 외면한 천재 요절 시인’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다행히 스미스는 키츠와 셸리처럼 요절 시인의 운명을 밟지 않았다. 스미스는 자비로 시집을 펴냈으며 가끔 양계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면서 생계를 근근이 이어왔다.

 

어느 날 스미스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스미스의 시집을 읽은 ‘소설가’가 보낸 편지였다. 소설가의 편지는 스미스의 시집에 향한 극찬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간관계에 이미 크게 한 번 데인 적이 있는 스미스는 소설가의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스미스는 자신의 시를 호의적으로 보는 소설가를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소설가도 스미스처럼 세상의 교류를 끓은 채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스미스는 소설가의 칭찬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그가 추구하는 문학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답장을 보내기로 한다.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Providence). 수신자의 이름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였다.

 

“나는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다(I’m Providence).” 러브크래프트가 생전에 했던 말은 그의 묘비명이 된다. 러브크래프트는 신(Providence)이다. 그는 무명작가로 남을 뻔한 스미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세주(Providence)다. 러브크래프트의 조언을 받은 스미스는 책의 양분을 먹고 자란 상상력을 이용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스미스의 시집을 혹평한 평론가들은 스미스를 ‘불길한 작가’, ‘송장을 파먹는 구울(Ghoul)’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아프게 만든 독을 이용하여 과감하고 대범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미스의 공포소설에 나오는 장소는 대체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다. 거기다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도 등장한다. 스미스의 몸은 허약했으나 상상력이 충만한 정신은 아주 튼튼했다.

 

『노래하는 불꽃의 도시』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할란 엘리슨(Harlan Ellison)에게 영감을 준 의미 있는 소설이다. 할란 엘리슨은 이 소설을 읽고 본격적으로 환상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노래하는 불꽃의 도시』에 묘사된 음산한 도시의 풍경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도시』『콘크리트 믹서』(두 작품 모두 황금가지 출판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 수록)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요-봄비스의 지하 납골당』은 을씨년스러운 행성인 화성의 공포를 소재로 한 ‘SF 호러’ 작품이다. 폐허가 된 화성의 고대 유적지를 발견한 지구인 탐험대는 미로 같은 지하 납골당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곳에 잠들어 있던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의 압권은 탐험대원들이 납골당에 갇혀 괴물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장면이다. 독자도 탐험대원이 되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납골당 안을 헤매고 다닌다는 실감에 사로잡힌다.

 

스미스는 흑마술, 시체 숭배 의식오컬트(Occult)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독자를 불길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꾸밀 줄 안다. 그것이 러브크래프트도 인정한 스미스의 탁월한 능력이다. 거기다가 흉측한 괴물의 모습까지 실감 나게 묘사한 스미스의 섬세한 표현력은 러브크래프트를 뛰어넘는다. 스미스가 창조한 괴물은 형태가 온전하게 드러나 있으며 인간의 눈에 보이는 존재이다. 정체를 끝까지 숨기려는 러브크래프트의 괴물과 차이가 있다. 『아삼마우스의 유고』, 『지하 무덤에서 나온 씨앗』, 『납골당의 신』은 작가의 잔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고문자들의 섬』은 그로테스크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여기에 스미스는 기괴하고 잔인한 몰골을 펼쳐낸다. 그는 누구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섬뜩한 고문의 현장 또는 인간의 잔혹성, 폭력성 등 현실에서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원초적인 욕구를 세밀하게 구체화시킨다. 이 소설은 고어 영화(gore film)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어딘가 아파 보이는 저 얼굴이 끔찍하고도 오싹한 이야기를 만든 작가라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스미스의 얼굴에 속지 마시라. 생긴 건 허약해 보여도 그는 분명 무서운 사람이다. 스미스는 세상의 잔혹함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공포에 약한 독자의 심장을 파먹는 작가이다. 평범한 무명 시인을 환상소설, 공포소설 작가로 만들어 준 러브크래프트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러프크래프트,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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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9 17:22   좋아요 0 | URL
놀라운 사실은 러브크래프트와 스미스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편지로 서로 안부를 전하고, 문학적 교류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교류는 알라딘 마을에서 소통하는 것과 비슷해요. 얼굴을 알지 못하고,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잖아요. ^^

임모르텔 2017-10-1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에서 운명을 바꾸는 인연을 만날 기회가 있다고해요. 예감..!! ㅎ
특히 아웃사이더들에게는 그런인연을 만날 기회가 아주 드문데 ,, 러브그래프트~ 스미스의 가디언이 보낸듯..^^ 스미스님의 센치하고 멜랑꼴리한 인상보니 상상이 풍부하게 생기셨네요.


cyrus 2017-10-19 17:25   좋아요 1 | URL
외톨이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서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하게 지낸다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 ^^

2017-10-23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zombie 2017-11-01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점은 스미스의 시를 인정해준 사람중에 앰브로스 비어스가 있었습니다. 하스터의 최초 창작자인 앰브로스로부터 로버트 체임버스로 이어지는 노란옷의 왕과 이를 좋아했던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장르까지. 당대 작가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것을 보면 뭔가 시대가 요구했던 공통된 새로운 가치관이나 시선들이 아웃사이더들 사이에서 공유 공감된듯 합니다.

cyrus 2017-11-01 12:06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한 인연입니다. 재능 있는 자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특별한 안목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올해가 테오도르 몸젠(Theodor Mommsen)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가 쓴 《로마사》(푸른역사, 2013~2015, 2017년 현재 번역본이 3권까지 출간됨)는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책이다. 몸젠은 이 책으로 1902년 독일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최고령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88세의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2007년 수상)이다. 레싱이 상을 받기 전에는 최고령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몸젠이었다. 1902년에 몸젠의 나이는 85세였고, 이듬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몸젠의 《로마사》가 번역되지 않았던 시절에 우리나라 독자들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의 역사소설 《로마인 이야기》(한길사, 1995~2007)에 열광했다. 양심 고백을 하자면 나도 ‘로마인 이야기 열풍’에 맹목적으로 휩쓸러 갔던 사람이다. 그녀의 작문 솜씨가 교묘해서 내용 자체도 소설처럼 흥미진진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신뢰할만한 역사책이라고 볼 수 없다. 딴딴한 로마 덕후 또는 로마 전공자 앞에서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를 언급하다간 탈탈 털릴 수 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 (민음사, 1998)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도서출판 숲, 2005)

*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 (도서출판 숲, 2010)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휴먼앤북스, 2010)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 (현대지성, 2016)

 

 

 

 

《로마인 이야기》에 실망한(혹은 ‘역사서로 둔갑한 역사소설’에 속아 넘어간) 독자들은 철저히 실증적으로 로마를 접근한 몸젠의 책에 후한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몸젠은 역사적 근거자료들을 토대로 로마와 관련된 구전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로마의 건국신화에 따르면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Ares)와 동일)와 인간인 레아 실비아(Rhea Silvia)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이다. 부적절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들을 바구니에 태워 티베레스 강(테베레 강의 라틴어 명)에 버린다. 형제는 팔라티움 언덕의 동굴에서 늑대 젖을 먹고 자란다. 형제는 팔라티움 언덕 기슭에 로마를 건국하지만 권력 다툼을 벌여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왕이 된다. 《로마사》 1권을 보면 역사학에 남아있는 로마 건국신화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은 몸젠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로마가 자리 잡은 지역(팔라티움 언덕-cyrus 주)은 라티움 지방의 옛 정주지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위생 면이나 농업생산력 면에서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는 로마 근교에서 잘 자라지 못했으며, 근교에는 풍부한 수원지도 없었다. 티베리스 강의 잦은 범람은 늪을 만들어냈다. 알바롱가의 왕족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영도 아래 알바롱가로부터 일단의 사람들이 도망쳐 로마를 건설했다는 신화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불리한 장소에 로마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하는 동시에 로마의 시초를 라티움 지방의 거대도시와 연결시키려는 역사적 설명의 소박한 시도라고 하겠다. 스스로 ‘역사’이기를 희망하지만 그다지 훌륭할 것 없는 단순한 설명에 불과한 이런 신화를 역사학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배제해야 할 것이다. [1]

 

 

 

《로마사》는 확실히 로마 역사를 공부할 때 꼭 읽어야 책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 연도가 19세기 중반이다. 《로마사》 1권은 1854년에 출간되었다. 여러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내용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역사가가 로마를 보는 관점과 현재의 역사가가 로마를 보는 관점은 차이가 있다. 《로마사》가 발간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백 오십여 년 동안 역사학자들은 로마와 관련된 수많은 정설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학계에 자리 잡고 있던 정설이 뒤집히기도 했다. 로마 역사의 수수께끼를 밝혀 줄 새로운 자료가 발견된다면 몸젠이 《로마사》를 통해 제시한 정설 또한 뒤집힐 수도 있다. 따라서 몸젠의 《로마사》를 ‘유일무이한 로마 역사서’로 극찬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이 책은 현시점에 눈높이를 맞춰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과거 19세기에 통용되던 인식과 정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몸젠은 로마에 유행한 전염병의 원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 내용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라티움 지방 평야는 거대한 자연의 각축장이었다. 천천히 형성된 하천 지형과 굉장한 화산 폭발 등이 한둘씩 지층을 형성했으며, 이 지층 위에 장차 세계 패권을 쥐게 될 민족이 결정되었다. (중략) 대지가 끊임없이 요철처럼 굴곡을 반복하는 가운데 겨울이면 그 사이에 늪이 형성되는데,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늪에 가득한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각종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 여름철이면 이런 유독 가스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그 지역에 전염병을 발생시켰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농경 피폐와 황제의 실정으로 야기된 농경 피폐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견해는 잘못된 것으로, 사실 그 원인은 다만 강수량의 부족에 있으며 그것은 수천 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다. [2]

 

 

몸젠의 주장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늪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로마의 대재앙이 된 전염병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로마의 전염병의 원인을 설명한 기존의 주장(황제의 실정, 농경 피폐)들은 잘못 됐다.’

 

 

 

 

 

 

 

 

 

 

 

 

 

 

 

 

 

 

 

* 최석민 《초대하지 않는 손님, 전염병의 진화》 (프로네시스, 2007)

* 로버트 H. 욜켄, E. 풀러 토리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 (이음, 2010)

 

 

 

전염병은 로마 제국의 멸망을 재촉한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로마를 덮친 전염병의 영향으로 날마다 5,000명의 로마인이 죽었다고 기록했다.[3] 고대 로마인들은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지 못했고 말라이아, 페스트 등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다니엘 푸러 《화장실의 작은 역사》 (들녘, 2005)

* 칼 세이건 《혜성》 (사이언스북스, 2016)

 

 

 

이미 눈치를 챈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독가스가 전염병을 유발한다’는 몸젠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은 구시대적 내용이다.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등이 ‘세균’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전염병의 원인을 ‘독가스’라고 생각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늪에서 생기는 악취, 밤하늘을 지나는 혜성의 꼬리에서 나오는 독가스를 ‘미아스마(miasma)’라고 명명했다. 의학자들은 의학의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허술한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10년에 핼리 혜성이 지구를 스쳤을 때 대부분 사람은 지구에 충돌하는 혜성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었다. 혜성의 꼬리에 나오는 독가스가 지구를 덮칠까 봐 두려워했다. 히포크라테스의 미아스마설은 19세기 중반까지 널리 신봉되었고, 몸젠도 미아스마설을 믿고 있었다.

 

 

 

 

 

 

 

 

 

 

 

 

 

 

 

 

 

 

 

*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사, 2005)

* 김동진 《조선의 생태환경사》 (푸른역사, 2017)

 

 

 

생태환경사 관점으로 몸젠의 주장을 수정하자면, 전염병을 일으킨 진짜 범인은 ‘늪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범람이 잦은 강은 늪이 발생하기 쉬운 최적의 환경 조건이다. 그렇지만 이 땅에 세워진 국가가 강대국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15세기 조선도 티베레스 강이 낀 초창기 로마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선조들은 강 주변의 늪을 개간하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분변을 거름으로 삼아서 지은 논에는 세균이 우글우글하다. 논 주변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이질과 같은 전염병에 시달려야 했다. 조선에 창궐한 전염병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전염병성 세균의 진화를 유리하게 해준 큰 행운이 농경 발생이고, 더 큰 행운이 도시의 발생이라고 주장한다.[4] 몸젠은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지켜낼 줄 알고,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비옥한 땅으로 일구어내는 로마인의 농경문화를 ‘위대한 로마’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농경문화가 만든 그림자, 그 어둠속에 서식하면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세균의 위력을 몰랐다. 세균은 강력한 제국을 초토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균의 힘을 빌려서 패권 국가의 위치를 점하려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인류의 전쟁은 세균을 기쁘게 해주는 ‘세 번째 행운’이다.

 

 

 

 

 

[1] 《몸젠의 로마사 1》 66~67쪽 (글쓴이가 임의로 편집했음)

[2] 같은 책, 47쪽과 49쪽 (글쓴이가 임의로 편집했음)

[3] 로버트 H. 욜켄, E. 풀러 토리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이음, 2010) 66~67쪽

[4]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반양장본) 299~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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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8 17:49   좋아요 0 | URL
재미는 확실히 <로마인 이이야>가 최고입니다. <로마인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가 <로마사>를 읽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2017-10-18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8 17:53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에서 역사는 다른 문명의 장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문으로 전락했어요. 이렇다 보니 문명의 쇠퇴를 초래한 약점이나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역사를 공부할 때 인물이나 문명의 약점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점만 보게 되고, 특정 인물이나 문명을 과대평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감은빛 2017-10-1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후배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역사책으로 인식하고 열심히 읽길래,
그건 소설에 가깝다고 말해줬더니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구요.

[몸젠의 로마사] 읽고 싶긴 하지만, 당분간 아니 꽤 오랫동안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조선의 생태환경사]도 나오자마자 사뒀는데, 아직 손도 못 댔네요.

cyrus 2017-10-20 15:03   좋아요 0 | URL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재미있는 건 누구나 인정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페크pek0501 2017-10-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균 쇠》를 꼭 읽으려고 했는데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대충 알고 나면 그 책이 덜 궁금해지는 면이 있어요.

cyrus 2017-10-20 15: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반값 할인 제도가 있었던 시기에 주문했는데, 바로 읽지 않았어요.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읽는 일이 많아요. ^^;;
 
[eBook] 신을 찾는 짧은 여행 SciFan 3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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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체 게바라)

 

 

 

바이킹족은 거대한 뱀이 우주를 똬리 틀고 있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사자 머리의 신이 하늘을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전, 고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주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신의 말씀에 의지했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점성술로 미래를 알아내려고 했다. 오늘날 인간은 ‘과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에는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주에 정말로 우리뿐이라면, 이 공간은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칼 세이건의 이 말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지적인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의미심장한 말이기는 하지만 세이건도 고대 우주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한계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겸손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프 윌리엄스라는 미국의 우주인은 우주를 여행할 때마다 신의 존재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학이 궁극적으로 정밀해진다고 해도 우주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차원이 존재한다.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소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원제: A Little Journey)은 우주라는 공간적 의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조건을 탐구한 작품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벨로위 부인은 신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 터켈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화성 왕복 여행을 신청한다. 터켈 화성 왕복 여행에 신청한 사람들은 벨로위 부인의 나이와 비슷한 칠순, 여든이 넘은 노부인이다. 이들은 화성 여행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터켈은 우주에 한 번도 여행해본 적이 없는 사기꾼이었다. 그가 화성에 가면 신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또 터켈이 마련한 우주선은 사용 불가능한 고철 덩어리였다. 터켈은 우주에 신이 있다고 믿는 부인들이 어리석다고 화를 내지만, 벨로위 부인은 터켈에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알려준다.

 

 

“당신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은 아주 훌륭하고 매력적인 것들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각 중 하나였어요. 우리가 신에게 실제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인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마치…‥ 사람들의 말도 안 되는 꿈이었어요. 아주 오래된 꿈 말이에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은 생각하고 기대려고 애쓰는 그런 종류의 꿈이었다고요.”

 

 

벨로위 부인은 ‘훌륭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그녀의 설득에 부인들도 우주선에 타기로 결심하고, 터켈은 처음으로 우주선 조종기를 만져 보게 된다. 과연 벨로위 부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인간들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과거에 우주의 중심이었던 신을 찾으려고 한다. 우주에 신도 없고 다른 어떤 지적인 존재도 없다면, 우주는 텅 빈 집처럼 쓸모없는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구에 갇혀 사는 존재이므로 지구라는 경계를 넘어 지구 밖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유를 갈망한다. 인간은 우주에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우주는 공허하고 침묵할 뿐이다. 수직으로 상승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지점인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수평 공간(지구)에서 알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주 속 인간은 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에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무슨 꿈이든 간에 현실의 관성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도전은 위대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밝힌 벨로위 부인의 모습을 보게 되면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외치던 체 게바라의 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체 게바라의 말처럼 진정한 리얼리스트란 눈앞의 현실뿐 아니라 불가능한 꿈까지 담아야 한다. 반전의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벨로위 부인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꿈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리얼리스트였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불가능한 꿈’을 꾼 멋진 사람이다. 《신을 찾는 짧은 여행》은 꿈꾸는 자를 위한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한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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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7-10-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성에서 전생에 살았다는 아이, 보리스카가 문득 떠오르네요.
체 게바라 사진들을보면 그 시가를 한번 피워보고 싶어요.,ㅎㅎ

cyrus 2017-10-18 12:34   좋아요 0 | URL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시가를 문 남자를 보면 간지나게 느껴져요. ^^